계파 갈등 ‘판도라 상자’ 누가 열었나
  • 손경호기자
계파 갈등 ‘판도라 상자’ 누가 열었나
  • 손경호기자
  • 승인 2021.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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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선 경선 논란이 일단락 됐다. 서병수 대통령 선거 경선준비위원장이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준위가 마련한 대통령 후보 선출 계획이 추인되자 준비위원장직에서 사퇴한 것이다.

서병수 전 경선준비위원장은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당내 상황을 비판했다.

그는 “벌써 누구의 캠프네 또 다른 누구의 캠프네 하면서 패거리를 지어서야 되겠습니까?”라며 “특정 후보자의 이해관계를 쫓아 당을 흔들고 싸움박질이나 일삼아서야 어찌 국민을 뵐 수 있겠습니까”라고 작심 비판했다.

대선후보를 중심으로 한 계파 형성과 캠프 참여 국회의원들이 유불리에 따라 경선 룰 등을 놓고 당을 흔든 것에 대해 불쾌한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이는 번짓수를 잘못 찾은 주장이다. 이러한 원인 제공은 국회의원들이 아니고 이준석 대표와 최고위원들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지난달 19일 현역 국회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이 당내 대선주자의 선거 캠페인을 공개 지원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지금의 계파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당내 주자에게만 인센티브를 제공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장외 유력 주자의 입당을 압박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이준석 대표는 당시 SNS에서 “오늘 최고위원회의 결정으로 우리 당의 국회의원과 당원협의회 위원장을 포함한 당원들은 자유롭게 당내 대선주자의 선거 캠프에서 직책과 역할을 맡고 공표, 활동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물론 경선관리의 공정성을 위해 경선준비위원회나 지도부, 원내지도부 등의 당직을 맡은 인사들은 경선캠프에 참여해 활동할 수 없도록 했다.

하지만 당시 국회의원들의 캠프 참여 허용은 계파 싸움의 ‘판도라 상자’를 연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지난 6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 대표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입당을 위해 현역 의원들의 캠프 참여를 할 수 있도록 열어 놨다”면서 “세 과시, 줄 세우기하며 앞뒤가 바뀐 일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원 전 지사는 “‘친이’, ‘친박’으로 나뉘었던 우리 당의 최대 고질병인 계파싸움이 또다시 시작이 된 거다”면서 “이게 양쪽에 다 문제가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이 대표가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국민의힘이 국회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의 대선 캠프 참여 허용은 소탐대실의 대표적인 실책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압박해 국민의힘에 조기 입당 시키는데는 성공했지만 당내 계파 갈등의 불씨를 살리게 됨에 따라 더 큰 문제를 만든 것이다.

당시 당에서 현역 국회의원들의 캠프 참여를 허용하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계파 갈등을 부추기는 판도라 상자를 열겠다고 했을때 당내에서 절대 불가를 외쳤다면 지금과 같은 계파니 하는 소리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국민의힘은 친이, 친박 계파 갈등으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시작으로 보수 궤멸 상황까지 몰린 경험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끝난 게 아니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국회의원 선거까지 3연속 선거에 패배했기 때문이다. 이런 국민의힘에 다시 계파 갈등이라는 폭탄을 투척한 것은 어떤 변명으로도 이해불가일 수 밖에 없다.

서 전 경준위원장은 “싸움을 말려야 할 당대표가 진실 공방에 나서며 오히려 싸움판을 키우는 것 또한 낯 뜨거운 일”이라며 이준석 대표에 대해서 쓴소리도 했다. 다만 그는 국민의힘이 지금 정권 교체를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 ‘이준석 신드롬’으로 인한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국민의힘에 ‘이준석 신드롬’은 긍정적인 면이지만, 계파 갈등의 불씨를 살린 것은 부정적인 면이 될 것이다. 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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