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선 ‘세계 최장’ 중국이 불참하고 일본이 2진급 선수들을 파견한 대회서 얻은 성과라며 평가절하하기도 하지만, 의미 없는 메달은 없다. 한국 탁구는 앞으로 발전할 수 있는 좋은 거름을 얻었다.
탁구 대표팀은 2021 도하 아시아선수권을 마치고 지난 6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여러 묵은 기록을 깨며 한을 풀었다.
‘한국 남자 탁구의 자존심’ 이상수(삼성생명)는 한국 탁구 사상 첫 아시아선수권 남자 단식 금메달을 땄다. 그동안 4차례 은메달에만 머물렀던 설욕을 푼 의미 있는 성과였다.
이상수, 장우진(미래에셋증권), 안재현(삼성생명)이 나선 남자 단체전에서도 1996년 칼랑 대회 이후 25년의 긴 공백을 깨고 정상을 탈환했다.
여자 복식에 나선 신유빈(대한항공)과 전지희(포스코에너지)는 2000년 도하 대회 이은실-석은미 조의 금메달 이후 21년 만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에는 최정예 선수들이 참가하지 않았다. 한국이 개인적 이유로 불참한 정영식(미래에셋증권)을 제외하면 최고의 선수들로 팀을 꾸린 반면 중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불참했다.
일본과 대만 등 한국의 경쟁 팀들도 일부 주축 선수들이 참가하지 않았다. 이들이 모두 나섰다면 한국이 지금과 같은 성과를 내지 못했으리라는 주장도 틀린 건 아니다.
그렇다고 성과가 의미 없는 건 아니다. 향후 한국 탁구의 미래를 밝게 할 값진 가치를 지니고 있다.
우선 묵은 기록을 깼다. 자칫 정상에 오르지 못한 시간이 더 길어졌더라면 한국 탁구 자존심에 더 금이 갈 수도 있는 일이었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노메달에 그치는 등 자칫 침체기가 될 수도 있을 뻔한 시기였기 때문에 모처럼 연일 들려온 승전보는 더욱 반가웠다.
한국이 이번 대회에서 가장 성공적 결과를 거둔 팀으로 기록되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선수 개개인에게도 의미가 크다. 그동안 한국 탁구 간판으로 불리고도 유독 단식 금메달이 없던 이상수는 개인 첫 메이저대회 금메달을 획득한 뒤 “이번 우승으로 자신감이 생겼다. 이를 발판삼아 세계선수권에서 좋은 성적을 내겠다”며 자신감을 찾았다.
한국 탁구의 미래로 불리는 ‘삐약이’ 신유빈에게도 마찬가지다. 신유빈도 “시상식에서 애국가가 울려 퍼질 때 가슴이 뭉클하더라. 앞으로도 계속 이런 상황을 맞이하고 싶다”며 이번 대회를 통해 강한 동기부여를 얻었다고 했다.
중국에서 귀화한 전지희도 한국에 메달을 안기며 그동안 알게 모르게 느꼈을 부담과 압박으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게 됐다.
취한 것들을 굳이 깎아내릴 필요는 없다. 이번 대회에서 더 많은 금메달을 따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더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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