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들의 경쟁을 지켜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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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들의 경쟁을 지켜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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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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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 칼럼

선거철이 다가오자 여야를 막론하고 대선후보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를 지켜보며 국민은 어떤 생각을 할까. 결론부터 말해보자. 정치에 신물 난 국민은 대선후보들이 장밋빛 공약을 남발하며 빛나는 미래를 이룩할 것이란 말에 혹하지 않는다. 믿지도 않는다. 돈 몇 푼 준다는 것도 전혀 달갑지 않다. 국민의 바람은 정말 단순하고 소박해졌다. 이전투구식 정치에 환멸을 넘어 넌더리 치는 국민은 ‘의로운 지도자’를 원한다. 정의를 지향하고 실천하는 대통령, 거짓말하지 않는 정직한 대통령, 국민을 화합하는 대통령, 나라 살림을 알뜰하게 챙기는 대통령을 갈망한다. 이는 보통 사람에게도 당연시되는 덕목이기도 하다.

지금처럼 정의란 의미가 모호해지고 비루해진 적이 있었을까. 정의의 학문적 의미는 광범위하지만 요약하면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올바르고 공정한 도리를 말한다. 사회공동체의 가장 기초적인 통념이자 가치이다. 언제부터인지 국민은 이 기본적 가치인 사회정의에 목말라 있다. 왜 갑자기 정의를 갈구하게 되었는가. 그 원인은 내로남불의 정치와 이중잣대의 사법부에 있다. 국민은 이렇게 생각한다. “세상은 부조리하며 작위적이다. 공정과 상식, 정의에 대한 기준은 완전히 상대적이다. 사람들의 주장은 자기 해석에 불과하다. 어느 것이 다른 것보다 더 나은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정치는 부패했으므로 신경 쓰거나 참여할만한 가치가 없고, 법은 적용의 평등성을 잃어 공정한 판단을 기대할 수 없다. 그 어떤 형태의 권력과 권위도 신뢰할 수 없다. 아무것도 믿을 수 없기에 아무것도 희망할 게 없다. 성공한 사람들 또한 법을 이용하고 제도와 시스템을 농락하여 거기에 오른 것이다. 사람들은 모두 이기적이다. 현실은 추악하고 잔혹할 뿐이다.”라고. 최근 대장동 화천대유 사태를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이 더욱 이러할 것이다.

사회분열에 대해서는 국민은 또 어떻게 생각할까. 한마디로 “모든 것이 찢어발겨지고 있다.”라고 말한다. 산불로 재가 된 땅에도 세월이 흐르면 새싹이 돋아나듯, 어느 집단에서 반대 세력을 모조리 제거해도 그 속에서 또 다른 반대 세력이 생겨난다. 그러므로 이 세상은 서로 화합하며 더불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필연성을 가지고 있다. 마차가 바퀴 하나로 굴러가지 못하듯, 진보와 보수라는 두 바퀴가 같이 굴러가면서 민주주의가 발전해 나가는 것인데, 지금 대한민국의 진보와 보수는 상대 진영을 쳐서 거꾸러뜨려야 된다고 여긴다. 맹렬한 적대감을 표출하며 서로 어느 한쪽의 씨를 말릴 기세다. 왜 이렇게 극단적으로 되었는가. 역시 정치에 그 원인이 있다. 지지 세력을 동원하고 결집하기 위해 편 가르기와 갈라치기 전법을 조장한 정치는 보수와 진보를 대나무 쪼개듯 완벽하게 갈라놓았다. 여심을 얻기 위한 페미니즘 정책은 청춘남녀를 갈라놓고, 편향된 이념은 체제 불안감을 유발하여 국민을 사상적으로 대립하게 만들었다. 어디 이뿐이랴만 과거와 다른 점은 전에는 탄압과 불평등에 대한 저항이자 민주화를 위한 투쟁이었다면 지금은 반대진영을 무조건 멸시하고 혐오한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대선에서 패한 세력은 다시 집요하게 물어뜯으며 독사의 잇자국을 남길 것이다. 흠집을 많이 내야만 차기 선거에서 정권을 뺏는 데 유리하다고 여길테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대선후보마다 쏟아내는 포퓰리즘 공약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서로 질세라 쏟아내는 무상복지를 그대로 실행한다면 과연 이 나라 재정이 온전할까 하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표를 얻기 위한 선심성 공약을 남발했다가 망한 국가가 있다. 베네수엘라를 보라. 단위면적당 석유매장량이 세계 1위인 베네수엘라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남미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였다. 그런 나라가 극심한 굶주림 속에 약탈과 범죄가 만연한 내전 상황과 같은 무정부상태로 전락했다. 살아남기 위해 탈출한 난민은 수백만 명이 넘었고 인플레이션은 100만 퍼센트가 넘었다. 돈을 가방 가득 짊어지고 가도 빵 한 조각을 사기 어렵다. 휴지가 된 지폐는 불쏘시개로 사용되기도 한다. 국가 경제가 완전히 파산한 것이다. 베네수엘라가 파산한 원인은 몇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무상교육과 무상의료, 저가 주택 등 성장 없이 분배에만 집중한 무분별한 각종 포퓰리즘 정책이 주된 요인이다.

절망적인 베네수엘라 사태를 접하면서 공포를 느꼈다. 나는 은행에 예금을 조금 가지고 있다. 가끔 통장을 보며 흐뭇해하면서 몇 년 후에 아파트를 장만할 기대를 품기도 한다. 행여 실직하더라도 당분간 먹고 사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든든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생각은 무지에서 비롯된 착각이었다. 베네수엘라 사태를 바라보면서 나는 경악했다. 나라 경제가 어려워지면 그 돈이 휴짓조각이 될 수도 있다는 것, 지금까지 모든 노력의 산물이 일시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가장 암울하게 와닿는 것은 이것이었다. “기성세대야 한세월 누렸지만 이제 살아가야 할 자녀들과 젊은이들은 저런 세상에서 어찌 살아갈까.”

이제 5개월 후에 개나리 피는 춘삼월이 되면 누군가는 대통령이 될 것이다. 위대한 업적으로 자자한 칭송을 받는 대통령은 애초 기대조차 하지 않는다. 다만 정의롭고, 진실하고, 국민을 화합하고, 자유민주주의 이념적 정체성이 명확하며, 나라 살림을 알뜰하게 챙기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기를 기원한다. 어쩌면 이 불온한 시대에서 원칙을 지키는 그런 평범한 통치가 가장 위대할 수도 있을 테니까.

염천의 사막에서 길을 잃어 타는 갈증에 물 한 모금 찾아 헤매는 심정으로 기도한다. 신이여! 간구하노니 부디 “의로운 자”를 이 나라의 대통령으로 세워주소서.
이철우 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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