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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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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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이나 현상, 이론, 시설 따위를 이루는 바탕을 기본이라 한다. 사람에게 기본이란 어떤 일을 하기 위해 반드시 내 것으로 갖추어야 할 자질이고 결코 건너뛸 수 없는 과정이자 절차이며, 문제가 생기면 되돌아와서 점검해야 할 근원이다. 기본은 출발점이기도 하지만 자꾸 일이 복잡하게 꼬이고 실패를 반복할 때 회귀해야 할 지점이기도 하다. 무슨 일이든 기본 없이 시작할 수도 있지만 오래갈 수도 없다. 기본이 다져져 있지 않으면 어떤 화려한 것도 해낼 수 없다. 기본이 빈약하면 응용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기본을 등한시하면 반드시 낭패를 맞게 된다. 세상 이치는 기본적 틀에 의해 돌아간다. 인간관계나 사업, 정치도 모두 마찬가지이다. 기본적 예의를 지키지 않는 사람이 대인관계가 좋을 리 없고, 기본적 지식을 겸비하지 않은 사람이 전문가가 될 수 없으며, 인간으로서 기본적 품성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국민의 존경을 받을 수 없고 성공할 수도 없다. 환호와 찬사를 받으며 등장했다가 비난과 질시를 받으며 사라진 많은 유명인들의 추락 요인을 분석해보면 대부분 기본적인 사회윤리나 법을 지키지 않아서였다.

미국의 거대기업 페덱스에는 1:10:100이라는 법칙이 있다. 개발이나 설계단계에서 결함이 발견되면 이를 즉각 바로잡는 데는 1원이 소요되지만, 책임 소재나 문책 등의 이유로 이를 숨겼다가 출하 단계에서 결함이 발견되어 고치는 경우 10원이 들며, 이것이 고객의 손에 들어가 클레임으로 되돌아오면 100원의 손실 비용이 발생한다“라는 것이다. 이 법칙은 개개인의 인생에도 부신처럼 꼭 들어맞는다. 기본을 제대로 갖추고 익히지 않으면 살아가는 과정에서 내내 리스크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인생 전체로 볼 때 크나큰 손실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기본을 지키며 사는 게 쉽지만은 않다. 비교적 사회적으로 성공한 어떤 사람은 살면서 기본을 지키는 게 제일 어려웠다고 했다. 늘 곁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잘 모르듯 너무 잘 알고 익숙한 것은 중요치 않게 여긴다. 또한, 작고 시시하게 보이는 것은 쉽게 망각하거나 무시한다. 그래서 한결같이 마음에 두고 지키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인문교육 작가로 널리 알려진 로버트 풀럼은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 지혜는 산꼭대기의 대학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유치원의 모래성 속에 있었다.“라고 했다. 인생의 기본이 되는 정신과 지혜를 이미 유치원에서부터 배웠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실패의 문제는 몰라서가 아니라 이미 배워서 알고 있는 사실들을 지키느냐 지키지 않느냐에 달려 있다.

캐나다의 어느 시골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20만 에이커의 땅과 280마일의 철도를 소유한 당대의 거부 멜 깁슨에게 기자가 큰 부를 이룰 수 있었던 비결을 물었다. 그는 절대로 비관하지 않고, 항상 성실하고, 만사를 긍정하며, 꿈은 이루어진다는 것을 믿은 신념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자가 실망한 표정으로 “그건 누구나 다 아는 기본적인 사실이 아니냐”고 되묻자 ”아무리 잘 알면 뭐 하겠나! 지키고 실천하지 않으면 나이가 다섯이든 예순이든 똑같은걸.“이라고 했다.

기본은 존재와 현상에 대한 기초이자 핵심이다. 그래서 문제가 복잡하고 꼬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한다. 극성스러운 코로나와 얼마 남지 않은 대선으로 세상이 어수선하다. 게다가 잊을만하면 발생하는 대형 안전사고, 멈출 줄 모르는 정치권의 진흙탕 싸움, 이념적 갈등과 대립으로 사회적 혼란은 자꾸 가중되고 있다. 결국, 이 모든 것에 대한 해결책은 기본으로 돌아가는 데 있다. 기본은 입문이 아니라 시작이자 끝이며 전부이기 때문이다.

이철우 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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