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장의 겨울은 따뜻했네
  • 모용복선임기자
죽장의 겨울은 따뜻했네
  • 모용복선임기자
  • 승인 2022.0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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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寒 무렵 찾은 포항 죽장면
시골풍의 아담한 정자교회와
썰매 타는 가족 모습 정겨워
전원주택·펜션 곳곳 들어서
활기넘치는 고장으로 탈바꿈
작년 태풍피해에도 불구하고
죽장인구는 되레 30명 늘어
인구 증가책 지속 펼친 결과

‘소한(小寒) 얼음이 대한(大寒)에 녹는다’는 속담처럼 24절기 중 마지막 절기인 대한이 시작되자 추위가 많이 풀렸다. 그제 휴일엔 영상 10도가 넘는 포근한 날씨 덕에 점심이 지나 느지막이 집을 나섰다.

차창 밖으로 기계면의 너른 들과 봉좌산을 감상하며 죽장면으로 향했다. 한티터널을 지나니 죽장면 특유의 겨울정취와 함께 시골풍의 아담한 정자교회가 눈에 들어온다. 오후 3시가 다 됐는데도 교회 입구 주차장에서 예배를 마친 신도들이 차에 타는 모습이 보였다. 토요전도를 마치고 이제 막 귀가하는 것이리라.

정자교회는 기계제일교회에서 전도사를 거쳐 부목사로 재직하던 박상국 목사가 2년 전 부임해 설교를 하고 있는 곳이다. 박 목사가 부임할 때만 해도 신도 수가 한 손으로 꼽을 정도였지만 지금은 10배가 넘는다. 박 목사 부부의 열정적인 목회활동과 신도들의 활발한 전도활동이 일군 결과다. 포항은 말할 것도 없고 대구와 경산에서도 불원천리(不遠千里)하고 정자교회를 찾는다고 하니 종교의 힘은 세속인의 얄팍한 지식으로는 헤아리기 어려운가 보다.

정자교회를 뒤로 하고 죽장 면소재지로 향하니 왼편 강에서 썰매를 타는 아이들과 가족들의 모습이 정겨웠다. 이 곳은 아직 대설 온기가 한티터널을 넘지 못하였는지 계곡은 꽁꽁 얼어 있었다. 죽장 면내에 다다르니 여기저기서 굴삭기의 굉음이 들리고 공사차량과 인부들이 눈에 띄었다. 지난해 태풍 오마이스로 입은 수해 복구공사가 아직 진행되고 있는 모양이었다.

죽장면행정복지센터와 입암1리 마을회관을 지나니 포장도로 양 옆으로 제법 많은 펜션과 전원주택들이 들어서 있었다. 자주 찾지 않아 정확히 알 길은 없어도 깨끗한 외관으로 볼 때 비교적 최근에 들어선 것이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이 곳뿐만 아니라 매현리, 가사리를 지나 상옥에 이르기까지 예전엔 못 보던 전원주택이며 민박, 펜션, 식당, 커피숍들이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비교적 벽지(僻地)에 속하는 죽장면이 활기 넘치는 고장으로 거듭나고 있음을 새삼 절감할 수 있었다.

최근 본지(本紙)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죽장면 인구가 30명이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적으로 농촌인구가 감소추세에 있는데 반해 인구가 증가했다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지난해는 오마이스 내습으로 죽장면 하천과 농경지가 큰 피해를 입었는데도 오히려 인구가 늘어나 더욱 놀라움을 주고 있다.


죽장면은 포항시청에서 북서쪽으로 약 40km에 위치해 있는 산간지역으로서, 전체 면적의 89%가 임야이며 가사천, 자호천, 현내천, 하옥계곡 등 산과 내, 계곡이 어우러진 수려한 자연경관을 지녀 피서철이면 행락객 발길이 줄을 잇는다. 또한 조선중기 여헌 장현광 선생이 후학을 양성하던 입암서원, 가사문학의 대가 노계 박인로 시비, 구한말 산남의병의 발상지인 역사의 고장이며 동양최대의 경상북도수목원도 자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해발 250~500m 산악지역의 큰 일교차 덕에 여름에는 비교적 선선해 사람이 생활하기 딱 좋으며, 친환경 사과·상옥 유기농 토마토·두마 오가피·산나물·버섯·고로쇠 등 각종 청정 농특산물이 생산돼 소비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천혜 자연환경을 등에 업고 산간지역이 지닌 이점을 최대한 홍보하는 등 지속적으로 인구증가정책을 펼친 결과 마침내 인구감소 오지마을에서 인구증가 마을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제 31호선 국도 4차선 확포장 공사가 완료되면 교통여건이 한층 개선돼 피서철은 말할 것도 없고 이 곳에 뿌리를 내리고 삶을 영위하려는 귀농·귀촌인구가 줄을 이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한 무렵, 죽장은 겨울정취를 온전히 뽐내고 있었다. 높은 산들과 빽빽이 들어선 나무, 꽁꽁 언 계곡, 그리고 차가운 바람. 한 때 사람의 발길을 거부하던 이같은 척박한 자연환경이 지금은 사람의 발길을 끄는 매력이 되고 있다. 지난해 수마(水魔)가 할퀸 상처가 아직 채 아물지 않았는데 사람이 모여드는 고장으로 변모하고 있으니 전화위복(轉禍爲福)이 된 셈이다. 물론 여기에는 지자체와 주민들의 노력이 있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집 가까운 교회를 마다하고 멀리 떨어진 죽장 정자교회를 찾아 예배를 드리고, 도심에서 가까운 농촌보다 벽지에서 둥지를 틀고 살아가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모용복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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