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대구 중·남구 무공천일까
  • 손경호기자
누구를 위한 대구 중·남구 무공천일까
  • 손경호기자
  • 승인 2022.02.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는 3월 9일 대선과 함께 대구 중·남구에서는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이 지역은 곽상도 전 국회의원의 의원직 자진사퇴로 무주공산이 된 곳이다. 곽 전 의원의 의원직 사퇴는 아들이 화천대유자산관리에서 퇴직금 명목으로 50억 원을 받은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대구는 국민의힘 텃밭이다. 속칭 국민의힘은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지역이다. 그래서 본선보다도 국민의힘 공천이 더 힘든 곳이다. 공천을 받으면 십중팔구 당선증을 예약해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구 중·구 지역은 그동안 10여 명이 예비후보자로 공식 등록할 정도로 장삼이사들이 모여들였다. 여기에 출마설이 도는 인사들까지 포함하면 최대 20명 가까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그런데 이번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후보를 내지 않기로 했다. 앞서 민주당이 재·보선 원인을 제공한 종로·안성·청주 상당 3곳에 대한 무공천을 발표하자 대구 중·남구 무공천으로 맞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대선에서 벼랑끝 전투를 벌이고 있는 거대 정당들이 지역구를 사석(死石)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 의석수가 기울어진 운동장인 상황에서 달랑 지역구 몇 개 때문에 대선에 손해를 보는 소탐대실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이로인해 국민의힘으로 출마하려던 예정자들은 혼돈에 빠진 상황이다. 보궐선거에 출마하려면 탈당을 한 다음에 무소속으로 출마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가 불출마로 회군(回軍)했다. 이진훈 전 수성구청장도 보궐선거 출마를 포기했다. 이 전 구청장은 홍준표 국회의원이 윤석열 대선후보에게 전략공천을 요구해 논란의 주인공이 됐던 인사였다.

국민의힘 권영세 공천관리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탈당 후 무소속 출마자의 복당은 없습니다”라고 밝혔다. 자당 소속의 무소속 출마를 만류한 것이다.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인사는 없을 것이다. 선거가 끝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복당 불가 방침은 유야무야 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특히 당이 각종 선거 등에서 불리해질때마다 대사면령이 나오고, 당 지도부의 ‘복당 불가’ 엄포는 손바닥 뒤집기 하듯 쉽게 바뀌었다.

이러한 가운데 일부는 보궐선거 대신 6월1일 지방선거로 선회할 가능성도 있다. 예비후보 가운데에는 국회의원 보선보다는 6월 지선을 앞두고 이름을 알리기 위해 출마한 인사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선으로 방향을 튼 인사들과 유력주자들 간 합종연횡이 이뤄질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공천권은 정당이 가진 무소불위의 권리이다. 대구 중·남구처럼 정당이 선거에 출마할 당원을 공식적으로 추천하지 않을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공천한 곽상도 전 의원이 자진사퇴에 따른 책임정치 차원이라고 해석되고 있다.

그런데 국민의힘의 무공천 방침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국민의힘 당헌은 선거권, 피선거권, 공직후보자로 추천을 받을 수 있는 권리 등 당원의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공천관리위원회의 무공천 발표로 대구 중·남구 출마하려는 당원들의 권리는 무참히 짓밟히고 말았다.

2020년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대구 중·남구를 단수공천했다. 결국 당시 공천관리위원회가 후보를 잘못 추천한 것이다. 그러나 후보를 잘못 추천한 공관위원들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더구나, 곽 전 의원이 사고를 쳤는데 그 지역 출마자들이 책임을 지는 웃지 못할 코미디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타인들의 행위로 인해 당원으로서의 권리를 제한받는 것은 신종 연좌제일 뿐이다. 국민의힘 무공천의 뒷맛이 개운치 않은 이유다. 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