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지주사 사태, 포항시민 저력 과시
  • 모용복선임기자
포스코 지주사 사태, 포항시민 저력 과시
  • 모용복선임기자
  • 승인 2022.02.1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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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주총 앞두고 상경시위
李시장 출근길 1인시위 등
지주사 문제 전국 이슈 성공
시민들도 30만 명 서명운동
국민청원 등 대대적으로 나서
이제 정치권 조치 지켜볼 때
포스코도 포항시민들과 만나
지역 상생 위한 대책 내놔야
설 연휴를 며칠 앞둔 지난달 24일. 포항시 공보관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다음날 포항시장 기자간담회가 있다는 전언이었다. 이날 포항시의회가 예정에 없는 긴급 임시회를 열어 ‘포스코그룹 지주회사 전환과 관련한 지역사회 상생 촉구 결의문’을 채택한 터여서 간담회 내용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25일 기자간담회에서 포스코 지주회사 전환 추진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수도권 집중화로 인해 지방소멸이 가속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포스코 지주회사마저 서울에 설립되면 불균형이 심화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으로 반세기를 포항과 동고동락 해온 포스코가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포항과 상생협력을 위한 어떠한 소통과 대책도 없었다는 데 대한 서운함도 드러냈다.

지주사 전환 의결을 위한 주총을 불과 이틀 앞두고 있었지만 이 때까지만 해도 사태가 이처럼 범시민적인 반발로 확산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상황은 급변했다. 27일 이강덕 포항시장과 정해종 포항시의회 의장은 새벽 찬이슬을 맞으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상경했다. 이들은 이철우 경북도지사, 김정재·김병욱 국회의원, 고우현 경북도의회 의장 등과 함께 국회 소통관에서 공동성명서를 발표하고 포스코그룹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 본사와 미래기술연구원을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반드시 지방에 설치할 것을 호소했다.

28일에는 지주사 전환 의결을 위한 주총이 열리는 포스코센터를 찾아 반대집회를 가졌다. 추운 날씨에도 이날 새벽 버스로 상경한 포항시의원, 시민 등과 합세해 포스코의 행태를 규탄하고 들끓는 포항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했다.

설 연휴가 끝나자마자 이강덕 시장의 행보는 재개됐다. 첫 일정으로 7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포스코에 대해 섭섭한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표정은 어두웠으며 어조는 격앙됐다. ‘배은망덕’ ‘무책임’ ‘반국가적’ 같은 원색적인 단어를 써가며 포스코를 맹비난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달 상경 때 포스코 회장 면담이 무산된 데 이어 200명이 넘는 포항시민들의 항의집회가 물거품이 되고 말았으니 포항지역을 책임진 수장으로서 당연한 분노랄 수밖에. 이날 기자간담회는 이 시장에게 있어 대장정을 위한 출정식으로 읽히기에 충분했다.

포항시는 8일 시청 대회의실에서 이 시장을 비롯해 김정재·김병욱 국회의원, 정해종 포항시의회 의장, 도·시의회 의원들, 지역 경제·사회 단체장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지역 경제·사회단체 간담회’를 열고 포스코 지주사 전환에 따른 대책을 논의했다. 그리고 향후 범시민대책기구 구성, 서명운동, 국민청원 등을 전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간담회 후에는 포스코 포항본사를 찾아 시민들과 함께 항의집회를 가졌다. 이 때를 기점으로 포항시민 항의시위는 전방위적이고 다층적으로 진행됐다.

이 시장은 9일 형산교차로에서 출근길 시민들을 대상으로 포스코 지주사 본사 포항 설치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다음날인 10일에는 서울로 이동해 청와대 분수광장에서 국가균형발전 역행과 지방소멸 방치를 규탄하는 1인 시위를 갖고 시민 건의문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이어 광화문 정부종합청사를 방문해 김사열 국가균형발전 위원장을 만나 협조를 요청했다. 또 11일에는 김정재 의원과 함께 김부겸 국무총리를 찾아 포스코 지주사 서울 설치 문제 해결과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줄 것을 건의했다.

이 시장뿐 아니라 시민들과 각종 단체들도 1인 릴레이 시위 및 서명운동, 국민청원에 나서면서 포스코 지주사 포항 설치를 촉구하는 시민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또 도심 곳곳에는 포스코의 일방통행식 행태를 규탄하는 각종 사회·자생단체들의 현수막이 물결을 이루고 있다. 마치 전면전을 방불케 한다.

포스코 지주사 사태가 닥치자 이 시장을 비롯해 포항시민들은 분연히 떨쳐 일어나 하나로 똘똘 뭉쳤다. 지자체와 정치권, 각종 단체와 원로들이 포항발전을 위해 한 목소리를 냈으며, 시민들은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시가지 곳곳에서 자발적으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4년 전 전대미문의 지진이 닥쳤을 때 시민들의 단합된 힘으로 재난을 슬기롭게 극복했듯이 이번 사태를 통해 위기에 강한 포항시민의 위대함을 다시 한 번 재확인할 수 있었다.

이 시장은 국회 방문과 청와대 1인 시위, 국무총리 면담으로 포스코 지주사 포항 설치에 대한 당위성을 전국적으로 이슈화하는 데 성공했다. 중앙 정치권에 국가균형발전과 지역소멸 문제의 심각성을 각인시키는 데도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여야 유력 대선후보들이 잇달아 포스코 본사 서울 설립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나선 것이 그 예다.

그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포항을 방문해 형산교차로에서 피켓시위를 벌이는 시민들의 우려에 공감을 표하고 포스코 지주사 포항 유치를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도 했다. 이제 공은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포스코로 넘어간 셈이다. 그러니 잠시 숨을 고르고 후속조치를 지켜보는 게 좋을 성싶다.

포스코도 (지주사 출범으로 인한) “지역 세수감소는 전혀 없다” “포스코 본사는 여전히 포항”이라는 말보다 실질적으로 포항시민 피부에 와 닿는 구체적인 상생방안을 내놔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포항시민들과 만나 시민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모용복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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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데스크(너보다선배) 2022-02-22 02:16:50
경북일보에서 넘어와 (예전) 급여도 많이 밀려보고 산전수전 다 격어도 잘 버티네.
다들 오고 가는 사이... 최장수 맴버중 하나가 되었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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