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수사 논란과 회고적 투표
  • 손경호기자
적폐수사 논란과 회고적 투표
  • 손경호기자
  • 승인 2022.02.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투표행태와 관련한 이론 가운데 합리적 선택이론(rationalchoice model)이 있다. 합리적인 유권자는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투표한다는 이론으로, 전망적 투표(prospective voting)와 회고적 투표(retrospective voting)로 나뉜다. 전망적 투표는 유권자가 투표를 할 때 앞으로 잘 할 것 같은 사람에게 표를 주는 것이다. 반면에 회고적 투표는 그동안 해온 것을 평가해 투표를 하는 것이다.

대통령 임기가 5년 단임제인 우리나라의 경우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는 보통 정권심판론에 바탕을 둔 회고적 투표 성격이 강하다. 집권 여당이 잘했으면 지지를, 잘못했으면 심판을 하는 식이다.

반면 대통령 선거는 후보자의 국정수행 능력에 대한 기대를 바탕으로 전망적 투표를 하는 경향이 높다. 다만 탄핵으로 치러진 지난 2017년 대통령선거는 전망적 투표보다는 회고적 투표 경향이 강했다. 앞서 2012년 18대 대선에서는 유권자들이 전망적 투표를 통해 박근혜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최순실 사태로 촉발된 탄핵 사태로 인한 배신감으로 2017년 대선은 회고적 투표가 강하게 나타났다.

3·9 대통령선거는 전망적 투표가 강할까, 회고적 투표가 강할까. 전망적 투표보다는 회고적 투표 경향으로 바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적폐수사 발언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선거구도가 ‘문재인 대 윤석열’ 구도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특히 윤 후보의 적폐수사 발언에 문 대통령이나 민주당 측이 발끈한 것은 국민적 동의를 얻기가 힘들다. 이는 여론조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서울경제가 칸타코리아에 의뢰해 지난 18~1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2명을 대상으로 윤 후보의 적폐 수사 발언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적절하다’는 응답은 51.8%, ‘부적절하다’는 응답은 41.1%로 오차범위(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 밖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모름·무응답은 7.1%였다. 기타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민주당이 적폐수사를 ‘정치보복’으로 프레임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국민적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프레임을 잘못 설정했다고 볼 수 있다.

국민 다수는 어느 정권이든 법적으로 책임질 일을 했으면 당연히 책임져야 한다는데 동의한다. 국민들은 어느 대통령이나 정부라도 법 위에 군림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따라서 민주당 측 인사들은 윤 후보의 적폐수사 발언을 ‘정치보복’ 발언이라고 비판했지만, 국민들 다수는 동의하지 않는 것이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 정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윤석열 후보가 적폐수사를 밝히자 ‘정치보복’이라고 프레임 짓는 것은 스스로 정치보복을 했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그러니 적폐청산도 ‘내로남불’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이다. 도둑이 제 발 저린 꼴이라는 지적도 나오는 이유다.

문 대통령의 적폐수사 참전(?)으로 대선 구도가 ‘이재명 대 윤석열’에서 ‘문재인 대 윤석열’로 전환되면 전망적 투표에서 정권심판론의 회고적 투표로 바뀔 가능성이 높아졌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 입장에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는 선거구도라고 할 수 있다.

반대로 윤석열 후보 입장에서는 문 대통령의 참전이 결코 나쁜 상황은 아니다. 3월9일 대선을 정권심판 선거로 끌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문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 가운데 임기말 국정지지도가 가장 높은 점은 변수다. 레임덕 없이 임기를 마치는 대통령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