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호공원 스페이스워크 정상에 서서
  • 모용복선임기자
환호공원 스페이스워크 정상에 서서
  • 모용복선임기자
  • 승인 2022.02.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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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만에 찾은 스페이스워크
수많은 관람객이 긴 대열 형성
포항 정체성·시민안전 위하는
포스코의 마음 고스란히 담겨
포스코지주사 전환 갈등 사태
나무만 보고 숲은 못 본 결과
미래 50년 설계해 주길 기대

지난 주말 찾은 포항 환호공원 스페이스워크.

집에서 자동차로 20여 분 거리에 있지만 운영 시작 3개월이 다 돼서야 큰맘 먹고 찾았다. 시립미술관 왼편으로 난 길을 따라 능선에 오르니 스페이스워크의 웅장한 아우라가 눈앞에 펼쳐졌다. 그 아래로 수많은 관광객이 긴 대열을 형성하고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초목이 싹트고 대동강이 풀린다는 우수(雨水)인데도 날씨는 차갑고 바람은 매서웠다. 악천후에서도 두꺼운 옷차림을 한 관광객들은 사진을 찍으며 웃음꽃을 피웠다. 30분가량 지나서야 겨우 온도체크를 하고 스페이스워크 계단에 첫발을 올려놓을 수 있었다. 하늘로 향하는 계단을 따라 가장 높은 곳에서 사방을 둘러보니 포항 도심과 영일만이 한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끝에 띠처럼 늘어선 포항제철소 공장들이 석양 속으로 저물고 있었다.

국내 최대 규모 체험형 조형물인 스페이스워크는 포스코가 117억 원을 들여 2년 반에 걸친 공사 끝에 지난해 11월 완공해 포항시에 기부했다. 롤러코스터처럼 생긴 총길이 333m 곡선형 철 구조물 트랙을 따라 걸으면 환호공원과 포항제철소, 영일대해수욕장 등 주변 풍광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조형물 제작에 소요된 317t의 철강재는 전부 포스코 제품으로, 해안가에 위치한 점을 감안해 포항제철소에서 생산한 부식에 강한 프리미엄 스테인리스 강재를 적용했다. 포항의 정체성을 형상화 한 디자인과 함께 포항시민 안전을 위하는 포스코의 마음이 조형물에 녹아 있다. 포항시와 포스코의 화합과 상생의 정수(精髓)라 할 만하다.

스페이스워크는 개장 3개월 만에 방문객이 20만 명이 넘을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평일에는 3000여 명, 주말엔 무려 6000여 명이 찾는다고 한다. 이중 절반은 외지 관광객이라고 하니 지역경제에도 큰 보탬이 되고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되고 나면 나처럼 게으른 사람은 스페이스워크 입장이 어려울 성싶다.

환호공원 스페이스워크 위에서 바라본 모습. 영일만 앞바다 뒤로 포항제철소가 보인다.

포스코가 포항을 위해 만든 조형물이 이처럼 사랑을 받고 있으니 포항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의 마음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전개되고 있는 일련의 상황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우울해진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포스코는 지난달 28일 주총을 열어 포스코지주사 서울 설치를 결정했다. 이에 포항시민들은 반세기 이상 동고동락 해온 포스코가 포항을 저버리고 떠나려 한다며 각계각층에서 반대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스페이스워크에 올라 보니 영일만 앞바다를 사이에 두고 포항제철소와 포항 시가지가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둘은 50년 이상을 그렇게 희로애락을 함께 하며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반자 관계를 이어왔다. 지금의 대립사태가 현실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낮은 곳에서는 나무만 보이고 숲은 보이지 않듯 눈앞의 이익에만 집착하다 보면 큰 이익이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이번 포스코지주사 사태도 작은 이익이 부른 소동이라 할 수 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길이 정녕 무엇인지 생각한다면 답은 명확하다.

스페이스워크에 서면 포스코와 포항이 결코 둘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저 푸른 영일만 앞바다에 지난 50년 역사가 아직도 살아 숨쉬고 있음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다. 포항시와 포스코가 화합의 상징물인 스페이스워크 위에 나란히 올라 다시 미래 50년을 함께 설계하는 날이 하루 속히 도래하길 고대한다.

모용복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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