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종인가? 과시욕구인가?
  • 손경호기자
관종인가? 과시욕구인가?
  • 손경호기자
  • 승인 2022.03.2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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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은 부고란(訃告欄)만 빼고는 언론에 많이 보도될수록 좋다는 이야기가 있다.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는 이야기와도 일맥상통한다. ‘대답하다’를 의미하는 영어 ‘Reply’를 줄인 말인 리플은 ‘댓글’ 또는 ‘덧글’로 표현된다. 댓글이 없으면 무플(無reply), 악의적인 댓글은 악플(惡reply)이다. 악플의 반대는 선플(善reply)이다.

정치인들은 자신의 행위에 대해 대중들의 관심을 받기를 원한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더 큰 정치에 도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대중적 인지도는 더 큰 정치를 위한 자양분인 셈이다. 인지도가 높으면 대통령·광역단체장·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명분이 생긴다. 당대표 선거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지지도까지 높으면 당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는 노출증(?)이 심각한 인사들이 드물지 않게 나온다. 일종의 관심병(관종)인 셈이다. 요즘 정치권에서는 SNS 홍보에 적극적인데, SNS가 활성화되면서 이러한 관종 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국민의힘 윤상현·구자근·김병욱 의원 등과 대선 캠프 관계자들이 지난 14일 국회 인근 식당에서 방역수칙을 어기고 단체 회식을 가진 사실이 알려졌다. 이 사실은 이 식사 자리에 초대 받은 인사가 자신의 SNS에 사진과 함께 국민의힘 인사들이 방역 수칙을 어긴 사실을 폭로하면서 드러났다. 사진은 핵심 관계자 중 한 명이 찍어 달라고 부탁한 것이라고 한다.

6명까지만 참석이 가능한 방역수칙을 위반해 놓고, 술 먹는 사진을 찍은 이유는 두 가지로 압축될 수 있다.

하나는 SNS에 올리기 위한 사진이다. 그러나 회의 사진도 아니고, 설마 거나하게 술 먹고 러브샷하는 사진을 지구촌에 자랑하려고 찍었을까. 그랬다면 우선 정신감정부터 받아볼 일이다. 따라서 SNS 홍보용 사진은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볼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자신이 힘센 사람들하고 어울려 술을 먹었다는 자랑질용일 것이다. 6월1일 치러지는 지방선거에 자신의 인맥을 과시해 공천에 영향을 미칠수 있는 것처럼 홍보하기 위한 사진일수도 있을 것이다.

정진석 국회부의장은 18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오찬하는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관련 기사에는 당선인에 대해 ‘먹방’이라는 비아냥 댓글들이 달렸다.

정치인에게 SNS는 정치적 행위이다. 물론 식사도 정치 행위이다. 지도자가 누구랑 무엇을 먹느냐가 중요한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식사정치 중인 윤 당선인이 연일 언론에 오찬 사진을 공개했지만, 18일 정진석·이준석·김기현과의 오찬 관련해서는 사진을 공개하지 않고, 산책 사진만 공개했다는 점이다.

당선인과 같이 밥 먹는 사진을 홍보하는 것은 자신을 위해 지도자를 광(光)으로 파는 자랑질일 뿐이다. 당선인과의 식사를 가문의 영광으로 간직하고 싶다면 자신의 휴대폰에 고이 저장해 놓고 두고두고 보면 될 일이다.

앞서 윤석열 당선인은 후보 시절 기차 좌석에 구두 신은 채 발을 올린 사진때문에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 사진은 당시 후보 상근보좌역이 자신의 SNS에 게재하면서 공개됐다. 자신이 측근이라는 메시지를 알리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이 같은 행동으로 인해 당시 윤 후보는 여권 인사들과 언론으로부터 ‘비매너’, ‘몰상식’ 등의 지적을 받았다. 후보의 이미지가 중요한 대선에서 캠프 관계자가 대선후보 이미지에 제대로 먹칠을 한 것이다. 캠프 관계자의 과시욕 때문에 대선에 큰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노출증은 타인의 관심을 끌기 위한 행동이다. 정신분석에서는 노출증이 성취를 자랑하거나 과시적인 행동으로 대체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그런 면에서 대한민국에서 정치가 사라지지 않는 한 자신을 과시하고 싶은 정치권 인사들은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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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룡 2022-03-20 17:50:44
국민 속으로 국민과 함께하는 정치, 국민이 원하는 진정한 정치인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오랜만에 시원한 사이다! 기사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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