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밝히는 ‘호미곶 등대’
  • 모용복선임기자
세계를 밝히는 ‘호미곶 등대’
  • 모용복선임기자
  • 승인 2022.03.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등대는 그리움과 삶의 언어다
어둡고 어려울때 진가 나타나
밤에는 불빛으로 길 안내하고
낮에는 색깔로 위험요소 알려
1908년 대한제국시기 건립된
해맞이광장 소재 호미곶 등대
올해 세계등대유산 선정 예정
근대건축물 예술적 가치 높아
코로나로 삶에 지치고 힘들면
파도 굽이치는 동해안을 따라
호미곶 등대를 찾아 떠나보자

 

모용복 선임기자.
‘등대’ 하면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등대지기’요 여행이다. 등대지기는 유년시절 가슴앓이하던 그리움이요, 여행은 어른이 돼서 알게 된 삶의 언어이다. 등대를 터전 삼아 자란 바닷가 소년은 미지의 세계를 꿈꾸고, 일상에 지친 사람들은 어느 날 훌쩍 떠난 곳에서 안식(安息)의 빛을 마주한다. 그래서 등대는 꿈의 언어요, 희망의 길라잡이이다.

마음속에 그리움이 물결치지 않는 사람은 등대를 꿈꿀 수 없듯이 등대의 진가(眞價)는 어둡고 어려운 순간에 드러난다. 밝은 대낮에 선박들이 길을 잃거나 암초를 만나는 경우는 드물다. 파도가 휘몰아치는 칠흑 같은 밤바다에서 저 멀리서부터 오는 한 줄기 빛은 오랜 항해에 지치고 생사의 갈림길에 선 선원들에겐 안식과 구원의 빛이다.

이처럼 등대는 주로 밤에 배들의 안전항해를 책임지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하지만 등대가 낮에도 중요한 기능을 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등대는 밤에는 불빛을 내보내 뱃길을 안내하고 낮에는 제 몸으로 위험요소를 알려 사고를 예방한다. 등대 색깔이 곧 표지판 역할을 한다.

등대는 그 기능에 따라 빨강, 하양, 노랑, 초록의 네 가지 색 옷을 입는다. 빨간색 등대는 배가 항구로 들어올 때 오른쪽에 장애물이 있으니 왼쪽으로 들어오라는 표시며, 흰색 등대는 그 반대다. 빨간색과 흰색 등대가 나란히 있으면 그 사이로 입항하라는 표시다. 노란색 등대는 주변에 암초나 군사시설물 등이 있으니 주의하라는 의미며, 드물게 녹색 등대도 있는데 보이지 않는 암초가 많으니 등대 근처에 절대로 접근하지 말라는 경고 표시다. 국내에는 포항 호미곶에 녹색 등대가 있다.

호미곶에는 녹색 등대보다 규모가 훨씬 큰 흰색 등대도 자리하고 있다. 호미곶 해맞이광장 상생의 손 바로 옆에 위치한 이 등대는 대한제국 시기인 1908년 처음 불을 밝힌 이래 매일 밤 12초에 한 번씩 불빛을 반짝이며 동해를 항해하는 선박의 앞길을 안내해 준다.

등대 높이는 26m로 동시기에 만들어진 등대 중 가장 높다. 철근을 사용하지 않고 붉은 벽돌로만 지어졌으며, 총 6층으로 구성된 건물은 고대 그리스 신전 양식의 정교한 박공지붕과 내부 천장에는 대한제국을 상징하는 오얏꽃(자두꽃) 문양이 새겨져 있어 아름다운 근대건축물로 꼽힌다. 이러한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 1982년 경상북도 기념물 제39호로 지정되어 보존되고 있으며 이제 세계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 호미곶 등대가 국제항로표지협회(IALA)가 주관하는 2022년 ‘올해의 세계등대유산’에 선정된다는 소식이다. IALA는 역사적인 가치가 있는 등대를 보존하고 등대의 중요성과 역할을 재조명하기 위해 2019년부터 매년 1개의 등대를 ‘올해의 세계등대유산’으로 선정하고 있다. 프랑스 ‘코루두앙 등대(2019년)’, 브라질 ‘산토 안토니오 다 바라 등대(2020년)’, 호주 ‘케이프 바이런 등대(2021년)’에 이어 이번에 호미곶 등대가 당당히 이름을 올리게 되는 것이다.

호미곶 등대는 다른 회원국들이 신청한 등대보다 역사는 짧으나 건축적 특성, 보존 상태, 예술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해수부는 지난 2월 포항시에 위치한 호미곶 등대를 ‘올해의 세계등대유산’ 후보로 IALA 항로표지공학회에 추천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90개 회원국으로부터 신청을 받은 항로표지공학회는 등대의 역사성, 건축적 특성, 보존 상태, 접근성 등을 평가해 지난 2월 28일~3월 17일 열린 제15차 정기회의에서 호미곶 등대를 ‘올해의 세계등대유산’으로 최종 낙점했다.

IALA는 오는 6월 덴마크에서 열리는 제75회 이사회에서 호미곶 등대를 ‘올해의 세계등대유산’으로 공식 발표하고 홍보활동을 펼쳐갈 예정이다. 우리도 정부 차원에서 제4회 세계항로표지의 날인 7월 1일에 기념식, 세미나 등 세계등대유산 선정을 축하하는 기념행사를 연다. 또 7월 재개관하는 등대박물관을 활용해 특별전시회, 등대문화유산 탐방 및 교육, 등대 도장 찍기 여행 등 다양한 체험행사도 마련할 계획이다.

우리는 지금 코로나19 속 어두운 밤바다를 아슬아슬하게 항해하는 조각배들이다. 삶에 지쳐 앞이 보이지 않거든 이번 주말 동해안을 따라 호미곶 등대를 만나러 가보자. 켜켜이 묵은 삶의 비늘은 굽이치는 파도에 털어내고 가슴마다 한아름 등대 불빛을 안고 돌아오게 되리라. 모용복 선임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