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안의 개구리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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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안의 개구리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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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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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70대 중반(1947~49년생)의 베이비부머를 단카이 세대라고 부른다면 대략 이보다 10년 늦은 60세 전후 나이 세대를 ‘탕 안의 개구리 세대’라고 한다. 탕 안의 개구리는 따뜻한 것이 좋아 탈출하지 않고 있다가 죽게 되는 운명을 말한다. 이들은 다음의 특성을 보인다고 한다.

우선, 임금 피크를 맞는 세대다. 일본의 단카이 세대는 종신고용제가 유지될 때 직장을 다녔지만 이후 세대는 임금피크를 맞이하게 되면서 소득이 줄어 들었다. 자녀 결혼 등 지출이 많아질 때라 재정계획에도 차질이 생긴다. 그렇다고 줄어든 소득을 보완할 방법도 없다.

둘째, 자산을 축적하지 못했다. 이들은 일본의 버블 붕괴와 장기 저성장이 진행되던 암흑기인 1990~2000년대에 연령이 30~40대였다. 한창 자산을 축적해야 할 시기에 자산 가격은 오르지 않았다. 단카이 세대는 버블 시기를 겪었지만 그래도 자산가격이 급등하는 국면에서 자산을 늘릴 기회를 가질 수 있었지만 ‘개구리 세대’는 그런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지금 당장은 별 어려움이 없지만 장수 시대에 시간이 갈수록 사정이 어려워진다. 개구리가 따뜻한 물에서 천천히 죽어가는 격이다.

반면, 단카이 세대는 노후 준비에서는 행복한 편이다. 일본 내각부에서 2019년 전국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고령자의 경제생활에 관한 의식’을 조사했다. 이에 따르면 경제적인 생활형편에 대해 74퍼센트가 걱정 없이 살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3년 전 조사에서 답한 65퍼센트에 비해 10퍼센트 포인트가 높아진 것이다. 특히 ‘전혀 걱정 없이 살고 있다’는 비율은 15퍼센트에서 20퍼센트로 크게 증가했다.

셋째, 무기력하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치 않다 보니 여가를 적극적으로 즐기지 못하고 퇴근 길에 동료들과 선술집에서 신세 한탄을 하는 게 낙이 되었다. 지금 잘 나가는 친구들이 이전에는 자기와 별 다를 게 없었다는 둥의 이야기들이 안주거리가 된다. 그러다 보니, 탕 안을 탈출하려는 의지가 없다.

공교롭게도 우리나라도 사정이 비슷하다. 베이비부머 1세대(1955~1963년)들은 경제가 고성장 할 때 사회생활을 했다. 큰 무리 없이 직장도 퇴직했다. 외환위기라는 고비가 있었지만 이 고비를 넘긴 사람들은 부를 축적할 기회가 있었다. 2000년 1만 달러 하던 1인당 GDP가 이들이 퇴직할 때쯤에는 3만 달러로 껑충 뛰었다. 그러다 보니 저축도 많이 했다. 코스닥 열풍이 불던 2000년대 전후에 직장을 다니고 있었고 2000년부터 20년 이상 오른 집값 상승의 수혜도 받았다. 국민연금도 1988년부터 시작되다 보니 국민연금 혜택도 거의 대부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 10년 정도 늦은 베이비부머 2세대(1968~1974년)는 1998년 외환위기 때 직장을 들어가다 보니 좋은 일자리 찾기가 어려웠다. 은행은 대규모 구조조정을 하고 대기업이 퍽퍽 쓰러질 때 어디서 일자리를 구했겠는가.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이 양산되면서 직장의 안정성도 떨어졌다. 조금 괜찮아지나 했더니 2008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았다. 금융위기 여파가 좀 진정되자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온 격랑의 한 가운데 서 있게 되었다. 게다가 퇴직이 가까운 지금, 일본처럼 임금피크를 맞고 있다. 그래서 베이비부머 2세대가 1세대와 달리 진보성향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 두 세대의 특징은 서강대 이철승 교수의 <불평등의 세대>에 잘 분석되어 있다. 1960년대에 태어나서 1980년대에 학교를 다닌 386 세대는 사회의 권력과 자리를 독차지하면서 독점 구조를 통해 소득과 부를 획득했다. 외환위기가 일어났을 때 386 세대는 중간 허리를 구성하고 있었는데, 그 위 세대는 구조조정으로 회사를 나가고 그 밑의 세대는 직장에 취업이 잘 되지 않다 보니 졸지에 기업에 홀로 남겨진 세력이 되어 버렸다.

2000년대 정보화 물결이 닥치면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위 세대를 또 몰아 내고 임원으로 대거 진출하게 되었다. 거기에다 2000년대 닷컴 버블과 부동산 가격 폭등은 386 세대에게 부족했던 자본을 공급해주었다. 반면에 386의 바로 아래 세대(베이비부머 2세대)는 사회 출발 때부터 환란(換亂)을 당하고 비정규직이 양산되면서 사회의 요직을 차지하지 못하고 소득이나 부도 쌓지 못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세대간 불평등이 확대되었다고 보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의 베이비부머 2세대는(혹은 그 이하 5년 정도도 포함) 10년 지나면 60세 전후 나이가 된다. 자칫하면 일본처럼 ‘탕 안의 개구리’ 신세가 될 수 있다. 그나마 소득이 많은 지금 저축을 늘리고, 자산운용의 수익률을 높이고, 자신에게 투자해서 오래 일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 이 때를 놓치고 60세가 되면 탕 안의 개구리처럼 무기력해진다. 나무는 잎이 무성할 때 햇볕으로 광합성을 해서 둥치를 키워 간다. 소득이 많을 때 노후를 위해 둥치를 튼튼히 만들어야 60세가 되어서 탕 안의 개구리가 되지 않는다.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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