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째 변함없이 감사… 포철공고 ‘스승의 은혜’
  • 신동선기자
33년째 변함없이 감사… 포철공고 ‘스승의 은혜’
  • 신동선기자
  • 승인 2022.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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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정비과 17회 동기들
매년 빠짐없이 스승의 날
포항에 모여 은사님 찾아
“사춘기 소년이던 우리의
부모님이자 큰형 같았다”
포항제철공고 17회 기계정비과 동기회와 재학시절 담임교사인 조성발·서요섭 선생님과의 만남. 사진=포철공고 17회 기계동기회 제공.
2015년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인 일명 김영란법이 통과된 이후 제자가 선생님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스승의 날을 기념해 마련한 자리도 이젠 자유롭지 못한 괴로운 자리가 돼버렸다.

사교육 중심으로 교육환경이 바뀌면서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은 사라져가고 교권도 떨어지고 있는 요즘, 33년째 변함없는 포항제철공고 졸업생들의 스승 사랑이 스승의 날을 맞아 화제를 낳고 있다.

15일 이른 아침, 포철공고를 졸업한 기계정비과 17회 동기들이 올해 스승의 날을 맞아 은사님을 뵙기 위해 포항에서 모였다.

이들 동기는 1989년 졸업 당시 포스코 그룹에 함께 입사한 이후 지금까지 한 회사에서 함께해왔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포철공고 재학 당시 기숙사생활부터 한솥밥을 먹고 지내온 가족과도 같은 사이다.

이들은 이 학교를 졸업한 이래로 단 한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스승의 날이면 재학시절 담임교사였던 조성발(76), 서요섭(70), 이 두 분의 스승을 찾아가 감사 인사를 전해왔다.

1980년대 포철공고는 수도권의 상위권 학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괜찮은 학교로 소문났던 시기였다. 당시 이 학교에는 우수한 학업성적에도 불구하고 가정형편이 어려워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기술을 익히기 위해 입학하는 타 지역 학생들이 많았다.

중학교를 갓 졸업한 어린 학생들은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기술교육의 길을 걷기 위해 외로운 기숙사 생활을 이어가며 자립해야 할 처지였다. 이 때 이들을 품고 부모의 마음으로 지도해준 분들이 바로 두 분의 담임교사였다.

이들은 두 분의 선생님에 대해 사소한 잘못은 질책보다 보듬어 주려고 했고, 제자들에게 지식보다 인성을 가르쳐준 존경하는 스승으로 기억했다.

이 같은 선생님의 가르침에 힘입어 17회 동기들은 당시 전국 공업계 고등학교에서도 유례없는 재학 중 국가기술자격증을 2~3개를 따내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제자들 중 30명의 학생들은 졸업 후 포스코에 입사했고, 일부는 의대에 진학해 성공적인 사회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17회 졸업생 A씨는 “선생님은 어려운 환경으로 인해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머나먼 타향으로 온 우리의 강한 의지와 절실함을 알고 사회에 진출해서 자립할 수 있도록 기술을 익히고 정진하도록 도와주셨다”며 “제대로 된 기술교육을 통해 자립형 인재로 키워가야겠다고 늘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고 회고했다. 또 다른 졸업생 B씨는 “전국에서 모여온 입학생들은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됐던 입학생 시절, 17세 어린나이에 부모를 떠난 사춘기 소년들에게 부모처럼 때론 큰형처럼 기댈 수 있는 선생님이셨다”며 “선생님은 항상 부모의 심정으로 밥상머리 교육 즉, 인성교육이나 예절 등을 학생들에게 가르치셨다”고 했다.

두 분의 선생님은 포철공고 교장을 역임하고 10여 년 전 교직에서 은퇴한 뒤, 목회자 등으로 제2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조성발, 서요섭 선생님은 본지에 “제자들이 잘 따라줘서 기술자로서 인정받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기술 교육을 하는 선생으로 자립형 인재양성이 곧 좋은 기술자로 귀결된다는 사실을 입증해 보인 것 같아 제자들을 보면 기분이 좋다”고 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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