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만890원 요구에 “편의점 다 문 닫으란 말이냐”
  • 조석현기자
최저임금 1만890원 요구에 “편의점 다 문 닫으란 말이냐”
  • 조석현기자
  • 승인 2022.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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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난 점주들 “못 살겠다”
현재 한 달 인건비 500만원 수준
점주 순수익 150~200만원 불과
최저임금↑ 순수익 100만원 남짓
인건비 늘어나는데 매출은 줄어
영업이익률 하락세 본사도 당황
적자에 허덕이다 너도나도 폐업
24시간 미운영 점포도 늘어나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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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아르바이트생 2명에게 주는 인건비만 대략 500만원입니다. 최저임금이 1만890원으로 오르면 한 달 아르바이트 비용으로 600만원이 나가게 됩니다. 더는 버틸 여력이 없습니다.”

5년째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임모(65·여)씨 부부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안에 대해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 편의점의 월 매출은 4000만원 정도. 평균 30% 마진을 감안한 판매금은 1000만원 정도. 본사에 내는 로열티(30%)를 제외하면 임씨부부가 가져가는 돈은 1000만원 미만.

문제는 인건비다. 임씨는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까지 8시간을 근무한다. 최저임금 9160원을 기준으로 오전·오후 각각 8시간씩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2명에게 주는 비용은 약 500만원이다. 한 달에 버는 수익의 절반은 인건비로 나가는 셈이다.

마지막으로 월세(150만원)와 각종 운영비를 제외하면 임씨 부부가 만질 수 있는 순수익은 150만~200만원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내년도 최저임금이 1만890원으로 오르게 되면 순수익은 100만원 초반으로 떨어진다. 임씨는 “인건비를 아끼려고 하루에 일할만큼 하지만, 아르바이트생들이 한 달에 받는 월급 190만원보다도 못한 돈을 벌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처럼 최악의 벼랑끝에 내몰린 편의점 점주들에게 최저임금 인상은 생존권의 문제다. 노동계가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시간당 1만890원을 요구하면서다. 올해 적용 최저임금(9160원) 대비 1730원 많다. 아르바이트 직원 2명 이상을 고용했을 때 한 달 인건비는 최소 460만원(월 209시간 기준, 주휴시간 포함)이 넘게 된다.

인건비는 느는데 편의점 매출은 줄어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2년 상반기 편의점 점포당 월평균 매출액은 4357만원이다. 4년 전인 2018년 상반기(4396만원)과 비교했을 때 오히려 40만원가량 매출이 줄었다.

인건비 부담은 고스란히 소상공인 몫으로 넘겨졌다. 편의점주협의회는 편의점주 절반이 월 최저임금의 절반 수준밖에 벌지 못하고, 이 중 20%는 인건비와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운 적자라고 주장했다. 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편의점 점주는 평균 주 56시간 일하고 월 180만원의 순익을 올렸다.

편의점 본사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점주들의 매출은 고스란히 본사 이익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편의점 최저임금 인상률이 가장 높이 올랐던 2018년(16.4%)을 기점으로 주요 3사 편의점의 영업이익률은 해마다 2~3% 하락세를 보인다.

적자에 허덕이는 편의점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은 곳도 많다.

포항시 북구 장성동 낙천대 앞 모 편의점은 결국 문닫았고, 타사 편의점이 다시 입점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인건비 부담 때문에 손님이 적은 야간에 문을 닫는 편의점도 매년 늘고 있다. A 편의점에 따르면 24시간 미운영 점포는 늘어나는 추세다. 2016년 13.8%에 불과했던 24시간 미운영 점포 비중은 2018년 19.5%로 증가했고 2020년 20.4%까지 늘어났다. 편의점 10개 점포중 2개 가까이가 심야 영업을 하지 않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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