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재민 두 번 울린 촉새같은 정치인들
  • 모용복선임기자
수재민 두 번 울린 촉새같은 정치인들
  • 모용복선임기자
  • 승인 2022.0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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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복구 봉사서 김성원 의원
“비 좀 더 왔으면 좋겠다” 망언
국민들 정치인 이중성에 분노
 
수해봉사 후 떠들썩한 뒤풀이
여당의원 주민들과 언쟁 벌여
실수 인정하고 사과가 바람직
말과 행동 때·장소 가려 해야
지난해 7월 독일 서부지역에 10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내려 180명 넘는 사람이 숨지는 대참사가 발생했다. 재난현장을 찾은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연방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침울한 표정으로 피해 주민들을 위로했다. 하지만 그들 뒤로 아르민 라셰트 집권 기독민주당 대표가 웃고 잡담을 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돼 국민들의 공분을 일으켰다. 그는 가장 강력한 메르켈 후임자로 물망에 오르내리던 인물이었다. 심지어 피해가 가장 심각한 지역의 주지사이기도 했다.

이후 라셰트는 거듭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했지만 국민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총선을 불과 두 달 앞두고 지지율은 곤두박칠 쳤으며, 선거운동마저 연기해 가며 홍수 피해 복구에 전념하는 등 자성의 모습을 보였지만 악화된 여론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결국 메르켈 후임 총리는 올라프 숄츠 사회민주당 대표의 몫이 되고 말았다.

이처럼 재난 현장에서 국민에게 희망을 줘야 할 정치권이 오히려 실망과 민폐를 끼치는 일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종종 발생하고 있다. 최근 서울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역대급 폭우가 쏟아져 수많은 인명과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지난 11일 주호영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수해 복구를 돕기 위해 서울 동작구 수해 피해 지역을 찾았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김성원 의원이 뜬금없이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는 망언(妄言)을 내뱉아 국민적인 지탄을 받고 있다.

주 비대위원장이 자원봉사 시작 전 “장난치거나 농담하거나, 심지어 사진 찍는 일을 안 해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는데도 이 같은 일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평소 이들이 국민의 삶을 얼마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김 의원뿐만 아니라 다른 의원들도 오십보 백보다. ‘우리 지역구는 괜찮아 다행’이라는 말부터 여성 의원의 외모 품평과 성인지 감수성이 결여된 발언까지, 이날 여당 의원들이 주고받은 발언은 듣는 이의 귀를 의심케했다. 비록 친한 의원들끼리 주고받은 농담이라 해도 물난리를 겪은 주민들을 위무하기 위해 현장을 찾은 정치인들 입에선 나와서는 안 될 말이다.

김성원 의원은 국민적 비판이 거세지자 하루 만에 사과 기자회견을 갖고 머리를 숙였지만 봉사 당일 이어진 일련의 행태를 살펴보면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수해복구 봉사활동을 마친 국민의힘 의원들은 나경원 전 의원 지역구인 서울 동작구에 있는 한 고깃집에서 뒤풀이를 하다가 주민을 비롯한 상인들과 언쟁을 벌이는 일이 있었다. 물난리가 났는데 박수소리와 건배를 외치는 소리가 너무 컸다는 것이 주민들이 불만을 표출한 이유다.

이에 대해 나 전 의원은 13일 페이스북에서 민주당 성향의 주민들이 만취해서 저지른 행패라는 식으로 해명을 했다. 하지만 이 또한 명백한 잘못이다. 수해로 주민들이 고통을 겪는 현장에서 농담과 웃음은 말할 것도 없고 박수나 건배 외침도 나와서는 안 된다. 특히 그들이 정치인이라면 더욱 말할 나위가 없다.

불만을 표출한 주민의 성향을 따지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나 전 의원 지적대로라면 자당(自黨)을 지지하는 주민은 그래도 되고 타당(他黨) 성향의 주민은 따지면 안 된다는 말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나 의원은 힘들게 봉사활동을 한 여당 의원들에게 괜한 시비를 걸어 곤란에 빠트리게 하려는 악의적인 의도가 있었다고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설령 사실이 그렇더라도 빌미를 제공한 쪽은 국민의힘 의원들이다. 그러니 언쟁을 벌일 게 아니라 솔직하게 실수를 인정하고 진심어린 사과를 하는 편이 백 번 낫다. 그래야만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게 된다.

말과 행동은 해야 할 때와 장소가 있고 하지 말아야 할 때와 장소가 있다. ‘오이 밭에서 신을 고쳐 신지 않으며, 오얏나무 아래서는 관을 고쳐 쓰지 말라(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는 옛말은 괜히 생겨난 것이 아니다. 모용복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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