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새로운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을 위한 당헌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30일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당헌 96조 1항을 수정하기로 하고 해당 안건을 추인했다. 96조 1항은 ‘대표가 궐위되거나 최고위원회 기능이 상실되는 등 당에 비상상황이 발생한 경우 비대위를 둘 수 있다’로 규정 되어 있다. 개정안은 이 조항을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 이상이 궐위된 경우를 비대위 전환이 가능한 ‘비상 상황’으로 구체화했다.
당헌 개정안은 ‘비상상황’에 대해 기존보다 구체적으로 규정해 자의적 해석 여지를 없앴다. 하지만, 법원이 국민의힘 손을 들어줄지는 미지수다.
국민의힘은 이준석 전 대표가 당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으로 당원권 6개월 정지라는 징계를 받고 직무가 정지되자 사고로 규정했다. 즉 6개월 후 이 전 대표가 다시 대표로 복귀한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이에 따라 권성동 원내대표가 당대표 직무대행을 맡는 권성동 원톱 체제가 시작됐다. 하지만 ‘내부총질’ 문자 노출 파문으로 직무대행을 사퇴하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이라는 무리수를 두면서 지금의 사태까지 이르게 됐다. 권 원내대표가 당대표 직무대행을 그만두면 당헌·당규에따라 선출직 최고위원 가운데 최다 득표자가 당대표 직무대행을 승계하는 게 정상적인데 말이다.
최고위원 5명 중 4명 이상이 궐위된 경우 비대위로 전환할 수 있는 당헌 개정안도 문제다. 국민의힘 당헌 제 27조(선출직 최고위원) ③항은 ‘선출직 최고위원이 궐위 시에는 그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전국위원회에서 최고위원을 선출하며, 그 임기는 전임자의 잔여임기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최고위원이 사퇴하면 전국위원회에서 30일 안에 새로 선출하면 된다.
극단적인 예로 공천 시기에 최고위원들이 담합해 자신들이 원하는 인사들을 공천하도록 대표를 압박하고, 들어주지 않을 경우 대표를 쫒아내겠다고 배수진을 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천이 아니더라도 당대표와 최고위원들 간 갈등이 빚어질 경우 손쉽게 지도부가 붕괴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국민의힘 일부에서는 현재 당의 위기는 전 당대표의 성상납 의혹 무마 시도가 윤리위 징계를 받으면서 촉발됐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전 대표의 윤리위 징계는 비상상황을 유발하지는 않았다. 이 전 대표 징계에 따른 문제는 권성동 원내대표가 당대표 직무대행을 맡으면서 해소됐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비상 상황은 오히려 권성동 원내대표의 ‘내부총질’ 문자 유출 파문이 촉발했다. 그런데도 이준석 전 대표 탓을 하는 것은 결코 정상적이지 않다.
새로운 비상대책위원회가 또다시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당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물론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회는 그 가능성이 없다고 하지만, 이는 장담할 수 없다. 만약, 소송에서 다시 패할 경우 국민의힘은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이다.
따라서 국민의힘은 법원 판결의 본질에 따라 이준석 전 대표의 지위를 박탈하는 새로운 비대위를 추진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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