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 뒤 땅 굳어진’ 포항시와 포스코
  • 모용복선임기자
‘비 온 뒤 땅 굳어진’ 포항시와 포스코
  • 모용복선임기자
  • 승인 2022.0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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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풍경
반세기 동거동락 포항-포스코
지주사 문제로 갈등사태 露呈
태풍 ‘힌남노’ 기록적 폭우로
포항제철소 최악의 피해 발생
포항시 준설차·방역 신속지원
포항시와 포스코 한가족 증명
수마 딛고 돈독한 가족 거듭
‘비 온 뒤 땅이 굳어진다’는 속담이 있다. 비에 젖은 흙이 마르면서 단단하게 굳어지듯 사람도 시련을 겪고 나면 더 강해진다는 말이다. 어려움에 직면하면 세상 다 산 것 같은 생각이 들다가도 갖고의 노력 끝에 슬기롭게 극복한 후엔 이전보다 더욱 성숙하고 발전하게 된다. 그래서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도 있다.

사람뿐만 아니라 회사나 단체, 국가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모여 사는 곳에는 다툼과 갈등이 생기게 마련이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경우처럼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충돌이 아니라 대화를 통한 합리적인 방법으로 갈등을 풀어나가면 문제 해결을 넘어 사이가 더욱 돈독해 질 수 있다.

반세기 이상을 동거동락해 온 포항시와 포스코가 올들어 지주사 문제를 두고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포스코가 포항을 떠나려고 한다’며 총력을 다해 저지운동을 벌이고 있다. 내년 3월까지 지주사와 미래기술연구원을 이전하겠다는 약속에 대해서도 백안시하는 분위기다. 포항 도심을 비롯해 교외지역까지 포스코를 성토하는 현수막이 단풍철을 방불케 하고 있다.

이처럼 갈등이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릴 때 엄청난 재난이 포항을 덮쳤다. 지난 6일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쏟아 부은 기록적인 폭우로 포항은 많은 인명과 재산피해가 났다. 피해가 집중된 대송면·오천읍 등 남구지역은 사실상 도시기능이 마비됐다. 군 장병, 공무원, 시민단체를 비롯해 전국에서 달려온 자원봉사자들이 연일 피해 복구와 대민지원에 구슬땀을 쏟고 있다.

피해가 난 건 포항뿐만 아니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도 기록적인 폭우로 인한 하천 범람으로 여의도의 3배가 넘는 면적이 물에 잠기고 말았다. 전기, 통신, 물 공급이 끊기는 바람에 제철소 모든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를 빚었다. 이로 인한 손실은 가히 추산이 어려울 정도로 천문학적 금액이다.

포항시는 동반자인 기업시민의 어려움을 방관하지 않았다. 남구지역 피해복구가 ‘발등의 불’인데도 불구하고 이강덕 포항시장은 연일 포항제철소를 비롯한 철강공단으로 달려가 지역기업 살리기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지난 8일 이창양 산업부 장관과 함께 포항제철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 시장은 기업 정상화를 위해 포항을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같은 날 포항을 찾은 한화진 환경부 장관에게는 공단 침수 원인인 하천범람을 방지하기 위해 항사댐 건설을 건의했다. 이어 13일에는 포항철강산단에서 국회 산자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지역기업의 피해복구와 정상화를 위한 긴급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15일, 포스코 본사를 방문해 김학동 부회장과 만났다. 지난 2월 지주사 본사 소재지 포항 이전 합의 이후 6개월 여 만에 자리를 함께 한 것이다. 두 사람은 태풍 피해 복구와 조기 정상화를 위한 공동 대응책을 논의했다. 김 부회장은 제철소 내 흙탕물 제거를 위한 버큠카(준설차)와 방역 지원을 요청했으며, 이 시장은 포스코의 빠른 회복을 위해 총력 지원을 약속했다.

이 시장의 약속 이행은 신속했다. 회동 다음날인 지난 16일 포항시는 포스코 내 대규모로 흙탕물 제거 작업을 수행할 버큠카 3대를 긴급 투입해 준설작업을 벌였다. 또 방역차량 20대와 연막과 분무 장비 50여 대, 읍면동 방역 봉사단 100여 명을 동원해 제철소 내 전체에 걸쳐 살균 소독을 진행했다.

포항과 포스코는 지금까지 50년 이상을 서로 도우며 함께 발전해 왔다. 포항시는 포스코라는 대체불가한 지역기업으로부터 든든한 재정적 지원을 받았으며, 포스코 역시 포항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시민들의 헌신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번 태풍 ‘힌남노’로 인한 물난리를 겪으며 포항시와 포스코가 동거동락을 넘어 생사고락을 함께하는 한 가족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잠시 그 사실을 잊었을 뿐이다.

가족이 어려움에 처하면 물불 안 가리고 돕는 법이다. 이강덕 시장을 비롯해 포항시민들이 자신의 어려움을 뒤로 하고 포스코로 달려가 피해복구 지원에 나선 것은 포스코가 가족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비 온 뒤 땅이 더욱 단단히 굳어지듯 수마가 할퀸 상처가 치유되고 갈등이 눈 녹듯 사라지면 더욱 돈독한 가족애(愛)를 자랑하게 될 것이다.

내년 3월, 포항시와 포스코에 상생과 화합의 합창곡이 울려 퍼지길 기대한다. 모용복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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