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필 사건, 개인사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
  • 손경호기자
정규필 사건, 개인사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
  • 손경호기자
  • 승인 2022.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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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고 했다. 바로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다. 중국 손자병법 제3편 「모공(謀攻)」편에 나오는 말이다.

지피지기(知彼知己)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가 간첩(間諜)을 이용하는 것이다. 지피를 위해서는 상대방에 대한 정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간첩(間諜)은 간자(間者)와 첩자(諜者)를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간자는 비밀이나 상황을 몰래 알아내 사람이고, 첩자는 정보 수집을 하는 사람이다. 간첩은 첩보원(諜報員), 세작(細作), 밀정(密偵), 스파이(spy), 프락치 등으로도 쓰인다.

간첩에는 화이트 요원(Official cover)과 블랙 요원(Non-official cover)이 있다. 화이트 요원들은 명목상 외교관들이기에 정보수집 행위가 포착되더라도 체포, 구금, 암살보다는 ‘페르소나 논 그라타’(Persona non grata) 형식으로 영구 추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페르소나 논 그라타는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라틴어로 외교적 불청객을 의미한다.

흔히 부르는 간첩은 대부분 흑색 요원, 즉 블랙 요원이다. 블랙 요원은 위장 신분으로 몰래 들어가 정보수집 외에도 암살, 파괴공작, 사보타주 등 위험한 작전을 실행한다. 블랙 요원 가운데 공작원은 현지 정보원이 수행하기 힘든 임무에 투입되어 음지에서 자국의 이익을 실현한다. 공작원들 대부분이 특수부대 출신이거나 아예 군 특수부대 소속인 경우가 대부분인 이유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전장의 정보와 적 군대의 정보를 얻기 위해 국가나 군대에서 고용한 첩보원이 활동했다. 중국 명나라 영락제때에는 황제 직속의 첩보기관인 동창(東廠)이 존재했고, 조선시대에는 여진족 동태를 파악하기 위해 체탐인이라는 특수 첩보부대가 운영됐다. 삼국시대에는 도림, 거칠부, 백석 등을 적국에 상주시키며 공작을 하고 현지 협조자를 만들어 정보를 수집했다.

서양의 경우 정보기관으로 가장 유명한 인물은 영국의 프랜시스 월싱엄이다. 마드리드에서 모스크바에 이르는 방대한 첩보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 첩보기관은 현대 첩보기관의 전신이 됐다고 한다.

최근 국회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국민의힘 윤상현 국회의원이 ‘정규필 간첩조작사건’을 거론했다. 육군사관학교 출신인 정규필 예비역 대령은 북중(北中) 접경지에서 블랙요원을 비롯, 주중 대사관 무관 및 영사 신분으로 백색공작을 펼치는 등 대북 공작 업무에만 33년을 보낸 전설적인 대북 공작원이다. 군 복무 37년 가운데 33년 간 대북 공작요원으로 일한 정 대령은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19년 군을 퇴역하자마자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으로 기소되어 현재까지 재판을 받고 있다.

유령인물의 진술서로 시작된 정 대령의 간첩 혐의는 재판에서 무혐의로 끝났다. 하지만, 정 대령은 별건의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으로 기소돼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정 대령이 근무했던 대북공작부대 등 군 내 모든 휴민트(사람에 의한 정보 수집)관련 조직이 초토화됐다고 한다.

정 대령 사건이 정보사 ‘에이스’ 숙청 작업이라는 의혹이 일고 있는 이유다. 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인 대한민국의 대북 특수공작 역량 와해는 곧 대한민국의 안보 위협과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정 대령 사건을 단순히 개인의 송사(訟事) 문제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정 대령 사건 관련해 윤석열 정부는 위원회든, TF든 하루빨리 구성해 샅샅이 살펴봐야 한다. 만약 지난 정부에서 벌어진 적폐 사건들이 있다면 모두 발본색원해 대한민국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그것이 윤석열 대통령이 줄곧 강조한 ‘공정과 상식’이 아닐까?

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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