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지방자치시대 기업의 사회적 역할
포항 어젠더 30 협력의 메카니즘이 도시의 미래
포항시 지난 8년간 총 8조 원 투자유치
이차전지 산업 기반 조성 위해
에코프로·포스코케미칼·GS건설 등 관련 기업유치
청년 일자리는 기업의 사회적 책무
포항 어젠더 30 협력의 메카니즘이 도시의 미래
포항시 지난 8년간 총 8조 원 투자유치
이차전지 산업 기반 조성 위해
에코프로·포스코케미칼·GS건설 등 관련 기업유치
청년 일자리는 기업의 사회적 책무
지방자치 27년 만에 찾아 온 지방소멸 위기
우리나라가 전 세계 사상 첫 자연적 인구감소 국가가 되었다. 2020년 행정안전부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 인구가 2만여 명 줄었다고 한다. ‘인구 데드크로스(dead cross)’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출생자 수가 역대 최저치인 27만여 명인 데 비해 사망자 수가 30만 명이다. 올해 8월 한 달만 보더라도 7,033명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향후 10년 내 총인구 64만 명이 감소하고, 생산연령인구는 357만 명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결혼과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진 데다 최근 들어 코로나로 외국인 유입까지 줄어든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인구감소는 대부분 지방자치단체가 겪고 있는 속병이다. 나름의 출산 장려 지원책을 내놓아도 혼인율은 이보다 더 떨어진다. 출향인 주소 갖기 운동 또한 지속화된 인구 유출을 상쇄하기란 역부족이다. 노력에 비해 효과가 떨어지는 정책이지만 안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계속하자니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지방자치단체가 감당하기에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정서적인 문제와 얽힌 거대하고 복잡한 사회적 현상으로 변했다. 중앙정부도 여기에 대한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방자치 시대가 열린지 불과 27년 만에 지방소멸이라는 최대의 위기가 시작되고 있다.
'삼포세대'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
혼인율 저하를 우려하던 목소리는 이미 17년 전부터 나온 얘기다. 일종의 선진국 현상이라 할 수 있다. OECD 회원국의 혼인율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나타난다. 그런데도 평균 출산율은 2.0명으로 우리나라의 0.81명보다 배나 높다. 그 이유는 혼외출산율에서 우리나라가 평균 1.9%인데 비해 OECD 회원국은 평균 50%이기 때문이다. 두 명 중 한 명은 혼외출산인 셈이다. 그렇다고 인구를 늘리기 위해 혼외출산을 장려할 수 없다. 서구와 달리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관습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용납될 수 없기 때문이다.
요즘 세대들은 자칭 ‘삼포세대’라고 한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했다는 말이다. 가정을 꾸리기도 쉽지 않지만, 출산은 삶의 환경을 더 어렵게 할 거라는 생각에서다. 남성은 안정된 삶이 가능한 일터가 필요하고, 여성은 여기에 덧붙여 직장에서의 노동 여건이 좋아야 한다는 의미다. 김창환 미국 캔자스대 사회학과 교수는 ‘삼포세대’를 위한 핵심 정책으로 안정된 직장을 첫 번째로 꼽았다. 그리고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을 양립할 수 있는 여건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안정된 직장이 있어야 페미니즘 복지도 가능하다.
괜찮은 기업 하나 유치하면 웬만한 지방 도시 먹여 살린다고 했다. 그런 이유로 전국의 자치단체가 기업 유치에 혈안이다. 결혼, 출산, 인구 유출을 한꺼번에 해결할 방안이 기업 유치에 달렸기 때문이다. 안정된 직장은 경제적 여유를 가지게 하고 정착된 삶을 가능케 하여 혼인율과 출산율을 동시에 끌어 올릴 수 있다. 일자리 찾아 떠났던 유출인구가 고향의 일자리로 다시 돌아오게 한다. 이렇듯 기업 유치가 곧 인구문제 해결책이다.
기업 유치는 행정이, 청년 일자리는 기업이
올해 6월 포항시 발표에 의하면 2014년 이강덕 시장 취임부터 8년간 총 8조 원에 달하는 역대 최고의 투자 성과를 거뒀다고 한다. 특히 이차전지 산업 기반 조성을 위해 에코프로, 포스코케미칼, GS건설을 비롯한 관련 기업들을 유치하여 총 3조 2천542억 원의 투자를 끌어냈다. 포항은 이로써 대한민국 배터리 산업을 선도하는 미래 에너지 중심도시로서 자리 잡았다. 아울러, 바이오·수소 등 미래 신산업 육성 생태계 조성에도 주력하기 위해 연구중심 의과대학과 스마트병원 설립, 수소 연료전지 발전 클러스터 조성 등을 통해 국내 최대의 바이오산업·수소연료전지산업 거점도시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포항의 기업 유치와 투자 유치 성과를 보면 미래 성장 가능성을 한층 더 높였다. 하지만 기업을 유치한 만큼 청년들의 일자리도 더 많아져야 한다. 청년 취업은 아무리 강조하고 더해도 지나치지 않는 말이다. 기업만 늘어나고 청년이 없는 도시는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포항시가 심혈을 기울여 기업을 유치했으니 이제 일자리는 기업의 몫이다. 기업이 지역 사회가 안고 있는 니즈(Needs)를 해결하는 것이 동반성장에 의한 공유가치가 창출되는 것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은 1960년대 미국의 기업들이 고용을 늘리고 임금은 올리려 세금을 더 많이 거두는 데서 시작됐다. 여기서 더 나아가 2003년부터 기업 자체에 인격을 부여하면서 시민의 책임과 의무를 부여한 ‘기업시민’ 개념이 만들어진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홈에서 마이클 포터와 마크 크레이머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공유가치 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이라고 밝혔다. CSR이 경영 후 성과를 통해 선행을 펼치는 것이라면 CSV는 경영과 사회적 책임이 동시에 이행되는 더 적극적이고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개념이다. 사회문제 해결을 기업의 사업으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해결함으로써 기업의 이익 창출을 사회문제 해결을 통해 발생시키는 성장전략이다. 기업을 의미하는 컴퍼니(Company)의 어원인 컴페니온(Companion)은 ‘동반자’를 뜻한다. 사주와 직원이 동반자의 관계이기도 하지만, 기업과 지역 사회가 동반자 관계라는 뜻이다. 이렇듯 포항의 기업들이 앞으로 창출해야 할 공유가치 창출은 청년 일자리다.
기업의 사회적 역할은 공유가치 창출
울산은 1960년대 국내 최초의 정유회사인 SK에너지(대한석유공사)가 들어오면서 국가 경제발전의 중추로서 급성장한 도시다. 하지만 중화학 중심의 공업 도시 울산은 ‘성장’이라는 긍정적인 면보다 공해 도시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더 두드러지기 시작한다. 환경문제도 개선하고 도시 이미지도 긍정적으로 바꿀 공원 조성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1986년 대공원 조성을 추진하던 울산광역시와 기업이윤의 지역사회 환원을 기획하던 SK(주)가 만나 1995년 울산대공원 조성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울산광역시가 556억 원을 투자해 용지 364만여㎡를 매입하고, SK(주)가 10년간 총 1,020억 원을 투자하기로 하면서 공원 조성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1996년부터 시작된 공원 조성 사업은 2005년에 완공되어 울산광역시에 무상 기부됐다. 현재 울산대공원은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물론, 도시 균형발전의 실마리가 되어 산업시설과 자연경관이 조화를 이루는 대표적인 기업공헌 사업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PNC 은행은 워싱턴 DC를 포함해 19개 주에 2,400여 개의 지점과 6백만 명의 고객을 보유한 금융 그룹이다. 2009년 미국 중서부까지 사업을 확대한 PNC 은행은 지역사회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한 특별한 프로젝트를 구상한다. 바로 피엔시 아츠 얼라이브(PNC Arts Alive) 프로젝트다. 지역 예술단체에는 보조금과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지역주민에게는 무료로 문화예술 향유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골자다. 2009년에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오하이오 중부, 플로리다 남동부, 그레이터 필라델피아, 남부 뉴저지, 델라웨어, 그레이터 세인트루이스 등의 문화단체에 2천만 달러를 지원했다. 지금까지 클래식 음악, 영화, 춤, 연극 등 124개 단체에 556개 프로그램을 지원했다. PNC 은행은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을 뿐만 아니라 지역주민과 지역의 예술단체로부터 좋은 반응을 일으키며 훌륭한 기업이미지로 인식되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의미하는 CRS, CSV, ESG는 용어만 다를 뿐 기업의 사회적 책무는 똑같다. 이 시대는 지역 사회와 기업의 관계 맺음이 근본적으로 변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가치 창출에 대한 지역의 요구가 더 구체적이고 강도가 높아졌다는 말이다. 기업은 경제 수지에만 몰두하지 말고 공공 인프라 조성, 환경문제 해결, 일자리 창출 등에 더 매진하라는 것이다. 이것이 장기적으로 기업의 성장과 생존을 가늠하는 최고의 경영 전략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역 사회와 기업은 동반자다. (계속)
김용진
·디자인학 박사
·위덕대학교 자율전공학부 교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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