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생환… ‘포기 말라’는 생생한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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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생환… ‘포기 말라’는 생생한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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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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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기적이었다. 봉화군의 아연 채굴광산 수직갱도에서 작업 중 쏟아진 펄(토사)에 갇힌 두 명의 광부들이 열흘, 만 221시간 만에 무사히 구출됐다는 소식은 이태원 참사로 절망과 혼돈에 빠진 우리 국민에게 다가온 소중한 위로의 빛이다. ‘안전한 나라’ 건설을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는 생생한 교훈이다. 포기하지만 않으면 ‘된다’는 희망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끔찍한 안전사고의 참극이 재연되지 않도록 온 국민이 나서서 살피고 고치고 바꿀 때다.

지난달 26일 오후 경북 봉화 재산면 아연 채굴광산 제1 수직갱도에서 펄 약 900t(업체 측 추산)이 수직 아래로 쏟아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작업반장 박 씨(62)와 보조 작업자 박 씨(56)가 지하 190m 지점에서 고립됐고, 소식을 접한 국민은 발을 동동 굴렀다. 그 사흘만인 29일 우리는 서울 이태원에서 일어난 무더기 압사 사고의 비보를 들어야 했다.

사망자 156명을 포함해 총 34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태원 압사 참사’의 충격으로 봉화 광산 사고는 잊히다시피 했다. 이태원 참사로 패닉 상태에 빠진 대다수는 갱도에 고립된 두 사람의 생환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랬기 때문에 지난 5일 오전 광부 2명 모두 구출됐다는 희소식은 단순한 ‘기적’ 그 이상의 특별한 의미를 품는다.

갱도에 갇힌 광부들은 작업장소로부터 30m 떨어진 100㎡가량 크기의 원형 공간에 비닐 막을 치고 모닥불을 피우고 체온을 나누며 버텼다. 두 사람은 10리터의 물과 30봉지의 커피믹스를 밥처럼 나눠마시며 견뎠다고 한다. 병력 24명과 시추기 3대를 동원해 구조에 참여한 30년 시추 경력의 수도방위사령부 시추대대의 역할도 있었다. 갱도 안에 갇힌 광부들과 구조활동을 펼친 사람들 누구도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사고가 터지면 누군가 희생양을 찾아 서로 돌팔매질과 멱살잡이에만 열중하는 천박한 행태부터 버려야 한다. 책임자만 찍어서 단두대에 올리고는 다 잊어버리는 야만적인 풍토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그 어리석은 관습이 성수대교·삼풍백화점 붕괴, 세월호 침몰 비극 이후에도 우리 사회가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는 적확한 이유다. 방치된 온 나라의 위험한 환경들을 하나하나 찾아내어 철저하게 고치고 예방하는 일부터 해야 한다.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참극이 지나간 자리에 미더운 ‘개선책’은 없고, 오직 재수 없는 ‘제물’만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처럼 남는 이 천박한 풍경일랑 이젠 제발 좀 끝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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