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의 敵 제압하려다 동쪽의 敵 끌어들일라
  • 경북도민일보
북쪽의 敵 제압하려다 동쪽의 敵 끌어들일라
  • 경북도민일보
  • 승인 2022.11.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본 해상자위대가 주관하는 국제관함식에 우리 해군이 참가해 ‘욱일기’를 향해 경례를 했다. 전범기로 인식되는 깃발에 대해 우리 군이 경례를 한 것은 일제에 의해 나라를 강탈당하고 36년간 지배를 받은 국민 감정에 비쳐볼 때 불쾌감을 넘어 심히 우려되는 바가 없지 않다.

관함식은 통수권자인 국가원수가 자국의 주요 해상전력을 사열하는 의식이다. 이번 관함식은 일본 해상자위대 창설 70주년을 맞아 개최됐는데 우리 해군은 7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 관함식에 참가했다.

지난 2018년에는 우리나라에서 열린 관함식에 일본 자위대가 참가하려 했다 욱일기 대신 자국 국기 게양을 요청하자 불참했다. 우리 정부가 좌승함(사열을 받는 주최측의 선봉 함정)을 독도함으로 바꾸려고 하자 참가를 포기했다는 견해도 있다.

이번에 일본에서 열린 관함식엔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영국·프랑스·캐나다·호주·인도·뉴질랜드·말레이시아·싱가포르·인도네시아·태국·파키스탄 12개국이 해군 함정을 파견했다.

우리 해군은 1만1000톤급 군수지원함 ‘소양함’과 장병들이 이날 관함식 해상사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탑승한 다용도 운용모함(경항공모함) ‘이즈모’를 향해 ‘대함(對艦) 경례’를 했다.

‘대함 경례’란 해군에서 선임 지휘관이 탑승한 배 옆을 지날 때 하는 해상 경례다. 국제관함식에선 주최국 함정뿐만 아니라 다른 참가국 함정들 또한 주빈이 탑승한 함선에 대해 예를 갖추는 의미에서 대함 경례를 하게 된다.

우리 군이 관함식에 참가했으면 지휘관 격인 주최 측 일본 총리를 향해 예를 갖추는 것은 어쩌면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대함 경례’란 단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일본 총리에 대해서가 아닌 전범기로 상징되는 욱일기가 게양된 함선에 대한 경례라는 점에서 전쟁 피해국인 우리로서는 찜찜한 구석이 없지 않다.

일본은 우리와 인접한 이웃국가이지만 아주 오랜시간 동안 끈질긴 악연을 이어오고 있다. 굳이 36년간 일제강점기를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전범국가인 일본은 그들이 저지른 갖은 만행에 대한 반성은커녕 명백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군 위안부 진실을 왜곡하고 강제징용 배상문제도 해결하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독도에 대한 영토야욕도 갈수록 노골화 하고 있으며 법원이 결정한 위안부 보상문제를 트집 삼아 무역보복을 도발해 오기도 했다.

이러한 일본의 행위에 대해 우리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그런데도 우리 해군이 대다수 국민 감정을 무시하고 관함식에 참가해 욱일기에 거수경례를 한 것은 국민 자존심을 짓밟는 행위나 다름없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조되는 엄중한 안보 상황을 고려한 참가라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지만 이는 한미동맹으로 충분하다. 굳이 국민감정을 거스르면서까지 한일 군사 안보협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궁금하다. 자칫 북쪽의 적(敵)을 의식하다 동쪽의 적을 끌어들이는 형국이 되지나 않을지 걱정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