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개선하자
  • 손경호기자
정치권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개선하자
  • 손경호기자
  • 승인 2022.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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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한 상황을 비유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한다. 축구 경기에서 유래된 이 말은 한 쪽은 기울어진 운동장의 아래 쪽에서 경기하고, 다른 한쪽은 일방적으로 유리한 위 쪽에서 경기해 애초에 공정 경쟁이 되지 않는 상황을 일컫는다.

정치는 물론 경제, 사회 등 여러 곳에서 사용된다. 정치의 경우 거대정당과 군소정당 간 경쟁이 그렇고, 경제의 경우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소송 등이 대표적인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특히 한국의 선거법은 대표적인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처럼 거대 정당들은 수많은 당원을 보유하고, 국고보조금 등을 지원받으며 선거 시작 전부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다. 선거기호도 거의 고정적이다시피한 1번과 2번을 유지해 타 정당들보다 홍보 면에서 월등히 유리하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후보자의 선거운동 및 유권자의 정치적인 의사 표현을 상당수 규제하거나 금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 일부가 헌재 위헌 결정에 따른 선거운동 규제 완화 추진에 나섰다.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1월 28일에 선거운동기간 중 인터넷게시판 실명확인을, 올해 7월 21일에는 선거기간 중 집회·모임 제한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또한, 헌재는 시설물·인쇄물 이용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 제한과 어깨띠, 옷 등 표시물 이용 선거운동 제한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크고 작은 제도적 족쇄로 인해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이 더 많은 현실에서 선거운동의 자유를 향상시키도록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한 선거법 개정안은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은 △선거운동에 유권자의 선거소품 사용 금지 조항 △시설물 설치 및 인쇄물 등 배부 금지 조항과 ‘위헌 판결’을 받은 △인터넷 실명제 의무 조항 △집회나 모임 개최 금지 조항을 삭제하도록 했다. 또한 규제중심 선거운동 완화를 위해 △후보자 간 정책·공약에 관한 비교평가 제한 조항 삭제 △확성장치 사용 제한 규정 완화 △누구든지 선거일 90일 전부터 선거소품 사용하여 선거운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개정했다.

그러나 이 같은 선거운동 자유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정치권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조속히 완화시킬 필요가 있다.

우선 거대정당 순으로 기호를 부여하는 법부터 바꿔야 한다. 앞선 기호를 부여받으면 당선에 유리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또한 현역 국회의원과 원외당협위원장 간 불합리한 경쟁구조도 개선해야 한다. 현역 국회의원은 매년 의정보고서 및 의정보고회 형태로 4년 내내 선거운동을 한다. 언론에 수시로 노출되고, 의정성과를 홍보해 도전자들을 압도한다. 원외당협위원장들도 평상시 사전선거운동이 가능하도록 허용해야 하는 이유다. 현행법은 선거일 120일 전부터 예비후보로 등록해 일부 선거운동이 가능할 뿐이다.

국회의원들은 지역구에 사무실을 내고, 각종 지역 행사에 축사 등 얼굴을 알리기도 한다. 반면 원외당협위원장들은 지역구 사무실조차 둘 수 없다. 지난 2004년에 ‘돈 먹는 하마’로 불린 지구당을 폐지했기 때문이다. 지구당은 사무실 운영을 위해 정치부패의 폐해를 심화시킨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지구당이 폐지되면서 원외당협위원장들은 변변한 사무실을 내는 것조차 불가능해졌고, 잘못했다가는 유사선거사무소 운영으로 처벌을 받게 된다.

현역 국회의원들은 통상 지역구 사무실에 국회보좌직원을 2~4명 가량 상주시키고 있다. 국민 세금으로 의정활동을 위해 지원하는 별정직 공무원들을 국회가 아닌 자신들의 사무실 운영에 이용하는 것이다.

선거운동의 자유를 향상시켜도 이러한 문제들을 방치한다면 정치권은 기울어진 운동장이 영원히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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