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식민주의 시대의 참상을 고발하다
  • 손경호기자
탈식민주의 시대의 참상을 고발하다
  • 손경호기자
  • 승인 2022.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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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메이카 킨케이드의 『내 어머니의 자서전』출간
내 어머니의 자서전
오늘날 카리브 지역의 탈식민주의 담론과 디아스포라 문학의 기수로 자리매김한 저메이카 킨케이드의 대표작 『내 어머니의 자서전』(민음사 출판)이 출간됐다.

저자 저메이카 킨케이드가 태어나고 자란 서인도 제도의 앤티가섬은 플랜테이션 경영을 위해 강제로 이주당한 아프리카 흑인들과 유럽 열강의 식민화 과정에서 무참히 절명당한 카리브인들의 고통이 한데 뒤섞인 상흔이 가득한 장소이다. 지난 수백여 년 동안 지속적이고 집요하게 이루어진 식민 지배는 본래의 카리브 문화를 말살시켰으며 백인에 대한 자발적 복종, 노예로 붙잡혀 온 흑인들과 카리브 원주민들 간의 갈등, 혐오와 불신이 가득한 사회를 야기했다. 이러한 식민주의는 오래도록 내면화되어 서인도 제도의 국가들이 해방을 이룬 뒤에도 그들의 삶 속 깊이 망령처럼 남아 그 후손들까지 무기력하고 황폐한 삶으로 내몰고 있다.

‘애니스필드울프상’ 수상작이기도 한 『내 어머니의 자서전』은 이처럼 식민 지배가 지워 버린 카리브인의 뿌리, 식민주의와 가부장제의 공모, 독립만으로 청산할 수 없는 탈식민주의와 탈제국주의 시대의 참상을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책은 카리브 지역의 탈식민주의와 디아스포라 담론을 심화한 작품일 뿐 아니라, 그간 제1세계를 중심으로 논의되어 온 페미니즘의 외연을 크게 확장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으며, 전 세계 어디에나 도사리고 있는 제국주의적 기제와 식민 패권적 기획을 전복하려는 의지와 저항 정신을 담아냈다. 특히 이 책은 수엘라와 같이 식민지배를 경험한 역사가 있고 오래된 가부장제의 억압을 받아온 우리나라의 독자들에게도 큰 울림을 전하는 작품이 될 것이다.

『내 어머니의 자서전』은 그 시작부터 제목을 배반한다. 첫 문장에 드러나 있듯이 “내 어머니는 내가 태어나던 순간에 죽었”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 이 책은 어머니의 자서전일 수 없다.

특히 이 작품은 카리브 지역의 탈식민주의와 디아스포라 담론을 심화한 작품일 뿐 아니라, 그간 제1세계를 중심으로 논의되어 온 페미니즘의 외연을 크게 확장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으며, 전 세계 어디에나 도사리고 있는 제국주의적 기제와 식민 패권적 기획을 전복하려는 의지와 저항 정신을 담아낸 우리 시대의 선언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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