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오후의 네 가지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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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오후의 네 가지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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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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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 칼 융은 ‘인생의 오전을 위해 만든 프로그램으로 인생의 오후를 살 수는 없다’고 했다. 정말 맞는 말이다. 인생 오전과 오후는 완전히 달라서 변화가 연속적이지 않고 단층적이다. 디지털적 변화다. 예를 들면, ‘일을 한다’에서 ‘일을 하지 않는다’로 변한다. 단층적으로 변화하는 환경에는 제대로 된 적응이 필요하다. 여기서는 네 가지 범주의 변화를 알아 본다.

우선, 물질적 목표에서 정신적 목표로 변한다. 젊을 때는 대부분 돈을 버는 게 주요 목표다. 돈을 벌어야 가족을 부양하고 노후를 준비할 수 있기 때문에 물질적 목표가 인생 오전 삶의 주된 목표가 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인생 오후에는 물질을 추구해도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퇴직을 해서 재취업을 한다고 하더라도 70세를 넘어서 계속 일하기 쉽지 않다. 일을 해도 급여를 많이 받기도 어렵다. 부양의 책임에서 벗어났기에 물질 추구 필요성도 줄어든다.

따라서, 인생 오후에는 점차 정신적 목표가 중요해진다. 가치 있는 삶을 살고, 행복하게 살고, 하고 싶은 일을 해 보는 것이다. 인생의 오전에 해보지 못한 것이 있으면 오후에 이를 실천해볼 수 있다. 내 친구는 시니어 극단에 들어가 셰익스피어 희극 100개 공연을 시작했다.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다.

둘째, 주어진 역할이 있다가 역할의 부재에 빠지게 된다. 삶의 오전에는 부장, 과장으로서의 역할, 부모로서의 역할, 배우자로서의 역할, 자식으로서의 역할 등 역할이 주어져 있다. 그 역할을 잘 수행하면 된다. 하지만, 인생 오후에는 역할이 축소되거나 사라진다. 직장에서의 역할은 사라지고, 부모로서의 역할은 축소된다. 세월이 흐르면 자식으로서의 역할도 사라진다. 자기가 해야 할 역할이 크게 줄어드는 것이다. 마치 주연으로 바쁘게 활동하던 배우가 어느 날 엑스트라로 왔다 갔다 하는 역할만 맡는 거나 마찬가지다.

역할이 사라지면 처음에는 홀가분하고 자유롭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공허함에 빠지게 된다. 일종의 아노미 상태가 되는 것이다. 주연을 맡던 배우에게 배역이 없어졌을 때를 생각해보라. 여성은 자녀를 키우는 역할을 맡다가 자녀가 부모를 떠나면 가슴이 텅 빈 느낌을 갖는다. 이를 빈 둥지(empty nest) 증후군이라 부른다. 역할은 책임이다. 책임이 줄어들어 좋을 것 같은 데 오히려 공허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셋째, 주어진 규범이 있다가 규범의 부재 상태가 된다. 학교의 규범, 직장의 규범 속에 있고, 활발한 사회 활동을 하니 자연스레 사회의 규범에 있게 된다. 하지만 인생 오후에는 나를 둘러싼 규범이 없다. 있다고 하더라도 강하지 않다. 만일 어떤 단체의 규범이 강하면 인생 오후에는 거기 참가하지 않으면 된다. 하지만, 인생의 오전에는 규범이 강하더라도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그 규범을 지키면서 있어야 한다.

규범이 없으면 자신을 잡아 주는 틀이 없어 시간이 흐르면서 엉뚱한 방향으로 변해간다. 일본에서 사회 문제가 되었던 폭주 노인이나 성질이 고약한 노인으로 변해가는 게 그런 예다. 노후의 예절을 다시 돌아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지막으로, 자산 축적에서 자산 소진으로 변한다. 자산 축적 기간에는 근로소득을 수단으로 자산 축적을 목표로 한다. 이 때는 자산 증식을 위해 적극적으로 자산을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자산 소진 기간은 인생의 오전에 축적한 자산을 수단으로 안정적인 은퇴소득을 만드는 게 목표다. 젊을 때와는 수단과 목표가 뒤 바뀐다. 수명이 불확실해서 몇 살까지 소득을 만들어야 할지 명확한 답이 없다. 의외로 일찍 죽어 돈도 못 써볼 수 있고, 오래 살아서 보유한 돈이 바닥날 수 있다. 이처럼, 인생의 오후에는 자산 관리 위험을 줄이면서 안정된 소득을 만들어내는 게 더 중요하다.

정리해보면, 인생의 오전에는 돈을 벌고, 주어진 규범과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면서, 자산을 축적하는 시기다. 다이내믹할 뿐만 아니라 다른 것이 끼어 들 틈이 없다. 성장하는 삶이다. 반면 인생의 오후에는 돈을 번다는 구체적인 목표에서 행복한 노후라는 추상적인 목표로 변한다. 규범과 역할의 부재 상황에서, 자신의 역할을 알아서 찾아야 하고 스스로 규범을 잘 지키도록 지속적으로 성찰해야 한다. 자산이 점차 소진되는 가운데 삶의 동력을 스스로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성숙해지는 삶이다.

성경의 전도서에서 지혜자는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다’고 말한다. 태어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때가 있고 뽑을 때가 있으며, 전쟁을 치를 때가 있고 평화를 누릴 때가 있다. 인생의 오전이 있고 인생의 오후가 있는 것이다. 또 씌어 있기를 ‘하나님은 모든 만물의 때를 좋게 만들었다’고 한다.

오후의 때를 아름답게 하기 위해서 인생 오후의 40년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기를 권한다. 삶이 짧으면 프로그램이 딱히 필요 없지만 40년 이상이면 필수다. 삶의 목표, 역할, 규범, 자산관리 네 범주로 나누고 각각을 인생 오전과 오후로 나누어서 8개의 빈칸을 채워보자. 처음에는 간단하게 생각나는 대로 써 보고 점차 살을 붙여서 구체적으로 만들면 된다. 예를 들어 규범에는 ‘화 안 내기, 끝까지 듣고 말하기, 경어 사용 하기, 필기 하기, 향수 뿌리기’ 등이 될 수 있다. 좋은 변화를 위한 첫걸음이다.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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