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해진 혈관벽이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두려움 탓 ‘머릿속 시한폭탄’이라고 불리는 뇌동맥류는 파열 시 10명 중 3명이 사망할 정도로 위험하다. 올해 5월 유명을 달리한 영화배우 강수연 역시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뇌출혈이 원인이 됐다. 뇌혈관 파열은 골든타임 공식이 통하지 않는다고 알려진 만큼 예방도 중요하다. 이와 관련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반승필 교수와 알아보도록 한다.
뇌동맥류는 뇌혈관 벽 일부가 약해지면서 미세한 균열이 생기고 작은 풍선처럼 혈관이 부풀어 오르는 질환이다. 특별한 증상이 없어 알아차리기 어렵지만, 얇아진 혈관벽이 터져 출혈이 생기면 심각한 뇌 손상 및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특히 추위와 큰 일교차에 노출되면 혈관이 갑자기 수축했다가 팽창하기 쉽고, 혈압이 급격히 상승해 뇌혈관이 터지는 위험성이 높아지므로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뇌동맥류 발생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것이 많지 않다. 다만 동맥 가지나 근위부에 주로 발생하는 것을 근거로 해 혈관의 혈역학적 부담, 혈관 내 탄력증 손상 및 중막 결손 등이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아울러 두통에 대한 원인 감별이나 건강검진으로 시행한 뇌혈관 영상 검사를 통해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뇌동맥류는 파열되기 직전까지 특별한 전조증상이 없어서 머릿속 시한폭탄이라고 불린다. 뇌동맥류가 터져 뇌출혈을 일으키면 극심한 두통과 함께 뒷목이 뻣뻣해지면서 구토, 마비 등의 증상이 나타나게 되고, 심하면 의식 소실을 동반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정도의 두통 등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뇌동맥류 파열 환자 중 약 30%가 사망에 이르고 생존자 중에서도 절반은 뇌에 손상이 가해져 영구적으로 언어 장애, 운동 장애 등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뇌혈관이 터지기 전에 진단하고 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뇌동맥류는 뇌혈관 컴퓨터 단층 촬영(CTA)이나 뇌혈관 자기공명영상(MRA)과 같은 뇌혈관 영상 검사를 통해 진단한다. 뇌동맥류의 위험요인으로 알려진 흡연, 고혈압, 동맥경화 등의 질병을 앓고 있거나 직계 가족 중 2명 이상 뇌동맥류를 진단받은 가족력이 있다면 이러한 뇌혈관 검사를 적극적으로 시행해 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뇌동맥류가 발견됐다고 하더라도 모든 뇌동맥류를 치료하는 것은 아니다. 뇌혈관의 특성상 일정 부분 치료에 동반되는 위험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나이, 건강 상태, 동맥류의 위치, 모양과 크기를 고려해 치료 여부를 결정한다.
치료법으로는 머리를 직접 절개해 치료하는 ‘클립결찰술’과 머리를 절개하지 않고 뇌동맥류 안으로 미세한 관을 넣고 이를 통해 코일을 넣어 치료하는 ‘코일색전술’이 있다.
아직까지 뇌동맥류의 파열을 예방하거나 소멸하게 하는 약물은 없기 때문에 뇌동맥류의 발생 및 파열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서 혈압 조절, 금연, 절주 등 위험인자를 조절하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치료 이후에도 재발하거나 새로운 부위에 뇌동맥류가 생기는 경우가 드물게 있을 수 있으므로 정기적인 영상 검사를 통해 꾸준히 관찰하고 약물 복용이 필요한 경우에는 의료진의 지시에 따라 약물 복용을 유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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