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한 대응은 부러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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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한 대응은 부러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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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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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훈 칼럼

한해의 끝자락은 한해를 정리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새로 맞이할 해를 고려하는 계획을 세우는 일도 중요하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여야의 협의가 이루어지지 못하여 난항이다. 코로나 사태로 늘어난 재정수지의 적자 폭을 줄이는 것도, 금리 인상으로 위기에 놓이게 될 기업과 산업의 상황도, 줄곧 내리막을 달리고 있는 무역수지도 손 델 곳은 많은데 어느 곳 하나도 희망적인 기대를 품을 곳이 없다.

난세에 정부가 우선적인 발걸음을 걸어 산업과 기업의 보호막을 펼쳐주어야 하는데 여야의 합의 없이 일을 벌이기도 수습하기도 어려워 진퇴양난이다. 중차대한 국가의 예산이니만큼 신중해야 한다. 여야가 어깨를 나란히 하여 국가 앞날에 대한 고심을 하고 나라를 위한 결정을 해야 하지만 우위를 과시하고 싶은 권력다툼은 토론보다 욕심을 선택하고 있다. 야당은 윤 정권의 예산안을 깎기에 혈안이고 여당은 야당의 예산증액에 반대로 대립이 격렬하다. 한 치의 양보가 없는 힘겨루기는 예산안 처리의 법정시한을 넘기고도 좀처럼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예산안 처리가 늦어지면 고생은 국민들이 한다. 이태원참사의 국정조사도,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해임이나 탄핵도 국가의 현안이 먼저 진행되도록 한 후에 하자. 시급을 다투는 일이 아님에도 가는 걸음걸음 막으면서 국가일정을 방해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여소야대의 국회구성이 시작부터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모든 행보에 발걸음을 잡으면 안 된다. 정당 안에 사고를 가두지 말고 국가로 국민으로 사고를 넓혀야 한다.

항간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화물연대 파업을 보자. 연말연시 의례 행사처럼 노조는 연봉협상을 빌미로 파업을 시작한다. 긴 코로나 사태로 활력을 잃어버린 경제에 일방적인 파업은 국내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작금의 상황은 재난으로 모든 사람이 역량 외의 비용을 투입하여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자신의 입장을 보아달라는 최후통첩은 이해는 간다. 그러나 자신의 이권만 주장하면 또 다른 누군가는 억울한 상황이 된다. 어느 정도는 주변의 상황도 보아가며 협상을 시도해야 한다는 말이다. 지난달 24일부터 전국의 운송수단을 마비시킨 화물연대의 운송거부는 급기야 주유소의 기름마저 바닥을 치게 만들었다.

파업의 목적이 무엇인가. 파업은 업을 그만두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더 열심히 하기 위한 시도이다. 그런데 파업이 무기가 되어 소비재는 물론 공장의 가동 중단사태까지 만들고 있다. 노동쟁의는 법의 테두리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민주노총의 강경일변도의 파업형태는 여러 번 정부와 국민들의 눈총을 받았다. 노조의 역사만큼 강경한 노조 지도부의 노선은 젊은 노조의 의견과 합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젊은 노조원들은 자신들만의 노조를 만들거나 민주노총 산하를 벗어나고 있다. 노조지도부가 정치투쟁을 벌이지 말고 자신들의 복지를 위해 주었으면 하고 의견을 내놓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이다.

작금의 우리나라 경제를 읽고 있다면 겨우 버티고 있는 경제에 물을 붓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 세계의 경기 침체는 물론 에너지 가격이 올라 전체 경제생태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반년가량 우리나라의 성장 동력이 적자그래프를 그리고 있고 재정수지의 적자 폭도 역대급으로 벌어지고 있다. 곧 다가설 내년 경제에 확고한 기획으로 성장을 밀어붙이려고 해도 불투명한 경기로 손발이 묶어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 온 힘을 동원하여 앞으로 나아가도 모자란데 제살을 깎아대고 있는 형편이니 적법한 투쟁이라도 곱게 보일 리가 없다.

10여일의 물류파업으로 산업재의 수급이 타격을 받았고 소비재가 품절되었다. 여야의 힘겨루기로 국회가 움직이지 않으면 국가행정이 영향을 받는다. 이대로 서로의 우위를 과시하고 강대강의 힘겨루기를 지속하면 결국 그 피해는 국가와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세계가 재난의 끝자락에서 누가 먼저 성장 동력을 잡고 우위에 서느냐를 경쟁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우세한 입지를 만들 수 있는데도 혼란한 내분으로 이권을 놓쳐야 할까. 여야의 협치가 국가를 활발히 움직이게 하고 경제의 성장을 도모할 힘을 만들 수 있다. 협상은 일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일을 더 잘하고자 하는 것이다. 너무 강경한 대응은 부러지기 마련이니 힘을 빼야 협상이 타결된다.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생태는 어느 한 개체의 멈춤은 여타 개체에 엄청난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나의 이권이 중요하면 상대적 이권도 중요하니 한발을 뒤로 하고 전체 경제를 생각해야 한다.

국민정치 경제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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