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급 당대표냐? 상선(尙膳)급 당대표냐?
  • 손경호기자
대선주자급 당대표냐? 상선(尙膳)급 당대표냐?
  • 손경호기자
  • 승인 2022.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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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선출될 국민의힘 당대표는 대선주자급일까, 상선(尙膳, 조선시대 환관의 최고 벼슬)급일까?

국민의힘 내부에서 내년에 개최될 전당대회 당대표의 급을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핵심은 이번 전대에 차기 대선주자가 출마해야 하느냐, 마느냐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새롭게 선출되는 당대표가 2024년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고, 2027년 대선에 도전할 수 있어 대선 가도(街道)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대통령 정치 멘토로 알려진 신평 변호사가 공론화의 물꼬를 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 의원모임인 ‘새로운미래 혁신24’(새미래) 강연에 강연자로 참석해 대선주자가 당대표 선거에 출마해선 안 된다는 견해를 밝혔기 때문이다.

그는 ‘윤석열 정부에서 여당 대표가 어떤 리더십을 가져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선 주자로 나설 분은 이번 당대표 선거가 아니고 다음 당대표 선거가 맞지 않겠나”라며 “2025년 당대표가 돼서 1년 하고 그다음에 대권 주자로 나가는 게 맞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대선주자급이 당대표가 되면 여권내 차기 권력 등장으로 국정 동력이 분산되지 않을까 우려한 발언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기현 의원도 지난 10월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새롭게 출범할 차기 지도부의 지상과제는 단연코 총선승리이며, 윤석열 정부의 성공에만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면서 “차기 당대표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2024년 총선을 자신의 대권가도를 위한 발판으로 삼으려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의 대선 불출마 선언을 당대표 도전 조건으로 내걸었다.

내년 2월말~3월초에 선출될 당 지도부 임기는 2025년 2월말~3월초까지다. 그러나 이 임기는 유동적이다. 2024년 4월 치러지는 제22대 총선에서 승리해야만 임기를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과반 내지 원내 제1당이 되지 못할 경우 지도부는 바로 붕괴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대선주자급의 전대 출마는 사실상 도박이라고 할 수 있다. 총선 승리시 대선가도의 꽃길이 펼쳐지지만, 만약 패배할 경우 바로 대선가도 하차 내지 정계 은퇴 요구를 받게 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대선주자급 인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당대표 불출마 요구라면 일견 타당성이 있다. 하지만 국정 동력 분산 이유 주장이라면 다소 문제가 있다.

우선 국민의힘 당헌·당규의 대권·당권 분리 조항 문제이다. 국민의힘 당헌 71조는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하고자 하는 자는 상임고문을 제외한 모든 선출직 당직으로부터 대통령선거일 1년 6개월 전에 사퇴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정상적이라면 차차기 전당대회는 2025년 3월경에 치러지게 된다. 대선부터 1년6개월을 역산(逆算)할 경우 대선주자급 당대표는 25년 9월 경에는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임기 2년 가운데 고작 6개월 후에 사퇴하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

만약 제22대 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전대는 2024년 6~7월 경에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윤석열 정부는 5년 임기 내내 식물정부로 전락하게 된다. 여우(대선주자급 당대표) 피하자고 호랑이(야당)를 만나는 격이다.

국민의힘이 지금 찬밥 더운밥 가릴때인가? 지금은 총선 승리를 이끌 적임자를 뽑는게 가장 중요하다. ‘아끼다가 x된다’는 속담이 있다. 대선주자급이 되니, 안되니 하는 한가한 소리를 할 때가 이니다. 대선주자급 아끼다가 총선도 놓치고, 대선도 놓칠 수 있다.

과연 윤심(尹心)을 등에 없은 상선급(?) 당대표로 총선 승리를 이끌 수 있을까? 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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