낫은 풀을 이기지 못한다
  • 김희동기자
낫은 풀을 이기지 못한다
  • 김희동기자
  • 승인 2023.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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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병도


숫돌에 낫 날 세워 웃자란 풀을 베면

속수무책으로 싹둑! 잘려서 쓰러지지만

그 낫이 삼천리 강토의 주인인 적 없었다



풀은 목이 잘려도 낫에 지지 않는다

목 타는 삼복 땡볕과 가을밤 풀벌레 소리,

맨살을 파고든 칼바람에 울어본 까닭이다



퍼렇게 벼린 낫이여, 풀을 이기지 못하느니

낫은 매번 이기고, 이겨서 자꾸 지고

언제나 풀은 지면서 이기기 때문이다


 

민병도 시인
민병도 시인

 

민병도 : 1953년 청도 출생.

197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들풀』『장국밥』『일어서는 풀』 외.

중앙시조대상. 한국문학상. 가람시조문학상 등 수상. 계간 《시조21》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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