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 지르게 하라, 불타오르게 하라』 출간

근래 몇 년간 ‘에세이’는 책을 읽는 사람들 사이에서 국내외를 막론하고 가장 뜨거운 키워드 중 하나였다. 개인의 이야기로부터 출발하는 책들은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며 큰 환영을 받았고, ‘개인적’이고 ‘사적’이고 ‘사소한’ 것으로 치부되었던 이야기들을 건져 올려 책이라는 보편의 이야기로 빚어내는 일의 의미에 많은 이들이 주목했다.
그러나 과연, 에세이란 무엇인가? 에세이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에세이를 쓰고 만드는 사람들은 그 과정에서 어떤 곤경에 처하고, 우리는 나 자신의, 그리고 무엇보다 타인의 아주 내밀한 이야기를 어디까지 세상에 내놓을 수 있는가?
레슬리 제이미슨은 단연코 이런 쟁점들을 가장 치열하고 집요하게 파헤치고 있는 작가다.
특히 『비명 지르게 하라, 불타오르게 하라』는 나-타인의 삶을 기록하는 데 있어 한층 성숙한 작가로서 제이미슨을 보여준다. 이 책에서 그녀는 고독한 고래에 천착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25년간 멕시코의 한 가족을 사진 찍은 미국 작가에 관해 다루며, 전생을 믿는 이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간다. 그러면서 우리는 타인의 삶에 어느 정도까지 침해적으로 친밀해질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진실’을 구할 수 있는지, 혹은 그 진실이라는 것은 얼마나 ‘오염된’ 것인지 하는 질문들을 하나씩 탐색해나간다.
아름답고 유려한 글쓰기만큼이나 제이미슨을 ‘지금 시대의 목소리’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한 것이 바로 이 집요함일 것이다. ‘나’의 이야기가 범람하는 시대, 한편으로 ‘남’의 이야기를 갈취해 내놓는 데에 거리낌이 없는 시대에, 이 작가의 날카롭고 솔직하며 애정 어린 시선은 에세이라는 장르의 본질과 미덕에 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갈망의 글쓰기, 관찰의 글쓰기, 거주의 글쓰기”라는 세 가지 부제에서 엿보이듯, 제이미슨은 자신에게 없는 타인의 무엇을 갈망하는 일, 그리고 그것을 관찰하고 응시하는 일, 그리하여 결국 그안 혹은 그 언저리에 정주하고 거주하는 일에 대하여 치열하게 묻고 탐구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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