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이야기를 다루는 사람들의 '필독서'
  • 손경호기자
개인의 이야기를 다루는 사람들의 '필독서'
  • 손경호기자
  • 승인 2023.02.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비명 지르게 하라, 불타오르게 하라』 출간
책-비명 지르게 하라
우리 시대를 대변하는 미국의 젊은 작가 레슬리 제이미슨의 『비명 지르게 하라, 불타오르게 하라』가 반비에서 출간됐다. 레슬리 제이미슨은 특유의 통찰력과 엄밀한 지성, 독특한 주제와 그것이 지닌 겹겹의 의미를 파헤치는 성실성으로, 국제적인 독자층을 형성한 가장 동시대적인 에세이스트다.

근래 몇 년간 ‘에세이’는 책을 읽는 사람들 사이에서 국내외를 막론하고 가장 뜨거운 키워드 중 하나였다. 개인의 이야기로부터 출발하는 책들은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며 큰 환영을 받았고, ‘개인적’이고 ‘사적’이고 ‘사소한’ 것으로 치부되었던 이야기들을 건져 올려 책이라는 보편의 이야기로 빚어내는 일의 의미에 많은 이들이 주목했다.

그러나 과연, 에세이란 무엇인가? 에세이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에세이를 쓰고 만드는 사람들은 그 과정에서 어떤 곤경에 처하고, 우리는 나 자신의, 그리고 무엇보다 타인의 아주 내밀한 이야기를 어디까지 세상에 내놓을 수 있는가?

레슬리 제이미슨은 단연코 이런 쟁점들을 가장 치열하고 집요하게 파헤치고 있는 작가다.

특히 『비명 지르게 하라, 불타오르게 하라』는 나-타인의 삶을 기록하는 데 있어 한층 성숙한 작가로서 제이미슨을 보여준다. 이 책에서 그녀는 고독한 고래에 천착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25년간 멕시코의 한 가족을 사진 찍은 미국 작가에 관해 다루며, 전생을 믿는 이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간다. 그러면서 우리는 타인의 삶에 어느 정도까지 침해적으로 친밀해질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진실’을 구할 수 있는지, 혹은 그 진실이라는 것은 얼마나 ‘오염된’ 것인지 하는 질문들을 하나씩 탐색해나간다.

아름답고 유려한 글쓰기만큼이나 제이미슨을 ‘지금 시대의 목소리’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한 것이 바로 이 집요함일 것이다. ‘나’의 이야기가 범람하는 시대, 한편으로 ‘남’의 이야기를 갈취해 내놓는 데에 거리낌이 없는 시대에, 이 작가의 날카롭고 솔직하며 애정 어린 시선은 에세이라는 장르의 본질과 미덕에 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갈망의 글쓰기, 관찰의 글쓰기, 거주의 글쓰기”라는 세 가지 부제에서 엿보이듯, 제이미슨은 자신에게 없는 타인의 무엇을 갈망하는 일, 그리고 그것을 관찰하고 응시하는 일, 그리하여 결국 그안 혹은 그 언저리에 정주하고 거주하는 일에 대하여 치열하게 묻고 탐구해나간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