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다운 어른 없는 포항
  • 이진수기자
어른다운 어른 없는 포항
  • 이진수기자
  • 승인 2023.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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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정치인 구속으로 영욕 삶
지방의원 퇴임 후 타 자리 넘봐
현역 때 힘써 일하고 퇴임 후엔
봉사로 시민 사랑에 보답해야
인품·기개 갖춘 인물 없는 포항
언제 존경받는 어른 나타날까

포항은 경북의 중심도시이며, 포스코 포항제철소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의 철강으로 우리나라 경제 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역대 정치인들의 변모도 화려합니다. 포항은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이상득, 이병석 국회부의장을 배출하는 등 인구 50만 명의 도시, 그것도 동시대에 이만한 정치인을 배출한 곳은 드물 것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들의 정치 역정에 불행이 찾아 옵니다.

이 전 대통령은 횡령, 뇌물수수 등으로 징역 17년과 벌금 130억 원, 추징금 57억 8000만 원을 선고받고 복역 중 지난해 12월 28일 특별사면·복권됐습니다.

이상득, 이병석 전 국회부의장도 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옥살이를 했으며, 김형태 국회의원(포항 남·울릉)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2013년 7월 대법원에서 당선 무효형이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하게 됩니다.

김정재, 김병욱 현 국회의원도 시민들에게 신망을 얻고 있다고 자신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전통 보수 텃밭인 포항에서 국민의힘 소속이기에 당선된 것이지, 진보정당 또는 무소속이었으면 오늘날 의원 배지는 언감생심일 것입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성찰해야 할 것입니다.

역대 포항시장과 지방의원들의 뒷 모습도 아쉬움을 자아냅니다.

정장식 전 시장은 정치 재기를 노리다가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으며, 박승호 전 시장은 8년 간 시장 재임 후 총선과 지방선거에 출마했으나 잇따른 낙선으로 모양새가 많이 추락했습니다.

정해종 전 포항시의회 의장은 지난 8일 치러진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지역 농협조합장에 출마해 낙선했으며, 앞서 1월 서재원 전 포항시의회 의장은 포항시시설관리공단 이사장에 응모했으나 경상북도 공직자 윤리위원회의 후보자 대상자 취업 심사에서 부결됐습니다.

선출직 신분은 하루 사이에 극과 극을 오가기도 합니다. 선출직의 운명입니다.

50만 도시의 포항시의회 의장은 각종 행사나 의전에서 시장 다음의 대우를 받습니다. 상당한 명예와 권력에 연봉도 8000여만 원 입니다.

개인의 삶에 타인이 언급할 것은 아니지만, 초선도 아닌 4, 5선에 의장까지 역임한 인물이 조협장이나 공단 이사장을 염두에 둔 것 자체가 스스로 체면을 구긴 것이 아닐까 합니다. 여기에 일부 지방의원은 포스코 등에 기대어 기업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현직은 물론 퇴임 후에도 신분과 위상에 맞는 처신을 했으면 합니다.

포항의 경제인 가운데도 상당한 부를 축적한 인물이 있으나, 이들 또한 존경을 받기에는 다소 거리가 있습니다.

어른은 지식과 경륜, 덕망, 지혜와 혜안, 도덕성과 청렴, 나눔을 실천하는 인품을 갖추어야 합니다.

기침 한 번에 큰 울림이 있고, 민심이 혼란스러울 때 바른 길을 잡아주고, 시민들이 힘들 때 다독여 주고, 절망과 위기극복에 앞장서는 기개를 갖춘 그런 사람입니다.


그러러면 자신의 이익과 탐욕에 거리를 두어야 합니다.

포스코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의 본사 소재지를 두고 포항시민과 포스코의 날선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습니다.

‘기업논리’와 ‘시민정서’의 상충입니다. 이런 현실에서 상생의 대승적 결단에 힘을 보탤 수 있는 어른이 없어 안타깝습니다.

미국 제39대 지미 카터 대통령(1977~1981년)은 퇴임과 동시에 인구 550명에 불과한 조지아주의 시골 마을(플레인즈)로 귀향했습니다.

그는 땅콩 농사를 짓고, 주일학교 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치며, 집 짓기 봉사를 하는 등 낮은 곳에서 주민들을 위한 대민봉사에 헌신했습니다.

또한 세계 각국을 돌며 인권과 평화, 자유와 민주주의 가치의 소중함을 전파하는 일에 사명감을 갖고 전념했습니다.

강연 활동과 자서전 집필 등을 통해 업적을 포장하며 큰돈을 벌어들인 대다수 역대 대통령의 길을 걷지 않습니다.

대통령직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지 않겠다던 자신의 약속을 실천한 것이지요. 그는 2002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합니다.

포항의 중앙 정치인들이 퇴임 후 고향에서 이웃과 웃음을 나누거나, 지방 정치인 또한 자신을 내려 놓고 봉사활동에 헌신했는지 의문입니다.

오히려 기회가 있으면 다른 자리를 탐하거나, 행사에 참석해 인사말로 자신의 존재를 과시합니다.

카터 대통령처럼 현역 때 시민들에게 받은 과분한 사랑을 퇴임 후 돌려주는 생각은 왜 못하는 걸가요.

이강덕 포항시장은 어느 날 기자에게 “퇴임 후 시민들이 나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까?, 그것이 두렵다”고 말했습니다.

시장으로서 포항 발전에 최선을 다해야 겠다는 의미였는데, 기자는 이 시장이 훗날 모든 권력에서 내려온 후 어떤 삶을 살아갈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때로는 앞 모습보다 뒷 모습이 더 진실되고, 가치있고, 아름다울 때가 있습니다.

올해 포항시 승격 73주년 입니다. 아직도 어른다운 어른이 없는 포항이 씁쓸하게 느껴집니다.

카터 대통령 같은 세계적인 인물에는 못 미치지만, 그래도 우리들이 존경하고 자랑스럽게 내세울 수 있는 포항의 어른을 기대해 봅니다.

이진수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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