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우파 ‘팽’시킨 결과가 고작 이것인가?
  • 손경호기자
보수우파 ‘팽’시킨 결과가 고작 이것인가?
  • 손경호기자
  • 승인 2023.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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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3.8 전당대회의 가장 큰 특징은 ‘역(逆)컨벤션효과’일 것이다. 보통 정당들의 경우 전당대회나 대선후보 선출 등 굵직굵직한 정치적 이벤트를 하고 나면 지지율이 오르는데, 이런 현상이 ‘컨벤션효과’이다. 역컨벤션효과는 한마디로 전대 이후 지지율 상승은 커녕 거꾸로라는 이야기다.

국민의힘 지지율의 정체 내지 하락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대표 선출을 놓고 친윤·비윤 갈등부터 시작해 일제 강제징용 해법 논란, 일본 교과서 역사 왜곡, 후쿠시마 오염수·수산물 관련 논란 등도 하락의 한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보수우파가 여론전에서 진보좌파들에게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일정상회담이 대표적이다. 12년 만에 최악으로 치닫던 한일 관계가 복원되는 등 많은 성과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경제안보대화 신설로 신흥·핵심기술 협력, 기술보호 등 주요 경제안보 이슈에서 한일 양국의 공동 이익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마련된 것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 오히려 부족한 부분만 눈덩이처럼 부풀려져 실패한 굴욕외교로 전락하고 있다.

쌀 초과 생산량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사들이도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도 마찬가지다.

한국갤럽이 4월 4~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에게 물은 결과 ‘쌀값 안정화, 농가 소득 보장 위해 찬성’ 응답은 60%, ‘쌀 공급 과잉, 정부 재정 부담 늘어 반대’는 28%로 절반 밖에 안됐다. 보수층 성향에서조차 찬반이 47%와 45%로 비슷하게 나뉘었다. 결국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도 국민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좋게 본다’는 응답은 33%에 불과했고, ‘좋지 않게 본다’는 응답이 절반에 가까운 48%나 됐다.

윤희숙 전 국회의원은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 같은 양곡관리법 여론조사 결과를 거론하며 “헛발질과 같은편 조롱하느라 나라는 뒷전인 여당”이라고 일갈했다.


윤 전 의원은 “이렇게 형편없는 법에 국민들 지지가 높은 것은 ‘내용이 전달되지 않았다는 것’ 말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직격했다. 홍보 부족을 비판한 것이다.

조수진 최고위원의 ‘밥 한 공기 비우기’ 발언 논란과 관련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그는 “국정의 책임을 진 여당의 일원이라면 희화화될 위험에 처한 양곡법 이슈를 구해내는 데 전력했어야 한다”면서 “평소의 좋지 않은 감정이 있었던지 한 파벌이 일제히 들고 일어나 그 발언을 조롱하며 이슈를 더 희화화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는 “악법이 줄줄이 대기 중인데, 정책 프레임 전쟁에서 밀리면 1. 제대로 공부하고 2. 전략을 다시 정비하고 3. 활발히 소통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 아닙니까?”라며 “평소 미웠던 사람 한번 때려보겠다고 상대편과 기꺼이 한편 먹는 여당 인사들, 도대체 그 여당의 존재의미가 무엇인가요”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지적은 최근 민주당과 같은 편인 것처럼 전광훈 목사가 입당시킨 당원을 찾아내 축출하자고 연일 떠드는 일부 세력에게도 경종을 울릴 것으로 보인다.

프레임 전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는 활발히 소통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소통 대신 우군을 팽시키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최근 전당대회에서는 보수우파의 스피커들을 경선조차 참여하지 못하도록 배제시키며 ‘팽’시켰다. 이제는 중도를 지향해야 한다며 보수우파의 가장 큰 우군인 전광훈 목사까지 내치려는 자학 행위를 하고 있다. 야권에 지지율이 밀리는 이유는 모두 자업자득인 셈이다.

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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