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운동이 사회적 가치 창출하고 국민 삶의 질 개선해야”
  • 김대욱기자
“노동운동이 사회적 가치 창출하고 국민 삶의 질 개선해야”
  • 김대욱기자
  • 승인 2023.04.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병욱 국토교통부 노조위원장에게 듣는다
최병욱 국토교통부노조 위원장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노동운동 패러다임 변화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병욱 국토교통부노조 위원장(왼쪽)이 원희룡 국토부 장관에게 호미곶 ‘상생의 손’ 사진이 담긴 액자를 선물하고 있다.

정부세종청사 6동 국토교통부청사 내 마련된 국토교통부노동조합 사무실에는 포항사람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조형물 사진이 걸려 있다. 동해의 일출을 품고 있는 호미곶 ‘상생의 손’이다. 포항에 대한 사랑을 단적으로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주인공은 포항 출신 최병욱 국토교통부노동조합 위원장.

그는 장·차관이 취임할 때마다 호미곶 액자를 선물로 전달하는 것이 일종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스스로 포항 홍보대사를 자처할 정도로 애향심이 깊다.

그는 가장 먼저 노동운동의 변화를 주장해 온 인물이다. 노동계에 입문한 이후 입버릇처럼 ‘노동운동의 패러다임 전환’의 중요성에 대해 말한다. 최 위원장을 만나 그의 노동운동 철학과 포항에 대한 애향심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공무원 노동운동가로서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기로 결심한 계기는.

- 공직에 상당히 일찍 입문했다. 만 19세에 군대에 입대했고, 제대 직후 만 21세이던 1994년에 건설부(현 국토교통부)로 입사했다. 첫 근무지는 부산지방국토관리청 소속 포항국토관리사무소였다. 첫 사회생활에 나서면서도 고향 포항을 떠나지 않았다는 점이 큰 힘이 됐다. 그는 이곳에서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쳐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차는 사건들을 접하게 됐다.

본부로 발령 받기 전인 2011~2013년경 특별사법경찰 업무를 하던 중 운행제한위반차량(과적차량)의 형사처벌 및 행정처분 업무를 맡았다. 당시 화물차 운전자의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이 형사처벌에서 행정처분을 변경되는 시점이었는데, 과태료 고지서를 송달받지 못해서 감경처분 기회를 놓쳐 억울함을 토로하는 운전자를 상당히 많이 접하게 됐다. 특히 직업의 특성상 등록 주소지와 실제 거주지가 다른 경우가 상당했는데 관련 과태료 고지서를 제대로 전달받지 못해 사전 감경혜택을 받지 못하는 불합리한 일들을 접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고민하게 됐다.

하지만 아무리 목소리를 내도 하위직 공무원의 작은 목소리로는 정부가 만들어 놓은 제도는 꿈쩍하지 않았다. 답답한 심정은 말로 표현할 길이 없었다. 반복되는 의견 묵살에 지치기도 했지만, 불합리한 제도를 바꿔야한다는 집념 하나로 공공부문의 노동운동을 통해 국민에게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노동운동의 첫 발을 내딛을 때부터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고민한 셈이다.



▲공무원노동운동이 일반적인 노동운동과 무엇이 다른가.

- 국가행정을 책임지는 공무원 노동자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일을 하지 않는 특수성’을 지닌다. 공무원 노동자의 사용주는 정부이지만, 내면을 살펴보면 실질적인 사용주는 국민이기 때문이다. 제가 공공부문 노동운동은 일반적인 노동운동과는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는 배경도 바로 여기에 있다. 시작점이 다르기에 접근 방법도 다르다는 의미다.

공무원 노동자의 특징은 행정의 최일선이자 국민들 곁에 배치된 노동자들이라는 점이다. 행정기관의 민원실, 민원 현장 등 국민들의 가장 가까운 곁에서 생생한 목소리를 듣기에 정부 정책이나 제도의 완성도 등을 가장 먼저 감지할 수 있다.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궁극적으로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조언자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공공부문 노동운동이 국민 삶의 질을 개선하는 역할을 하는 것 자체가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노동운동이라 할 수 있는 셈이다.



▲쉽지 않은 노동운동의 길을 걷는 것 같다. 무엇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

- 몇 년 전 제가 몸담고 있는 국토교통부노동조합의 10년사인 백서를 발간한 적이 있다. 백서 제목이 바로 ‘길(道)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었는데, 국토부 공무원들의 일상 업무에서 착안했다. 교통망을 신규로 확충하고, 주택정책의 가이드를 제시하는 등 일종의 개척자 심정이 반영된 것으로, 저 역시도 노동운동에서 개척자 심정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국토부노조가 보여준 것이 바로 ‘국토교통 공공기관 노동조합 연대회의’다. 이 연대회의에는 국민 실생활과 밀접한 건설, 부동산을 비롯해 도로, 철도, 항공, 교통안전 등을 아우르는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 노동조합이 모두 참여한다. 참여 공공기관들은 정부 정책 발전을 실행하는 기관들에 속한 노동자들로 정책적 제안 제시 등을 통해 국민 실생활의 발전을 위한다는 공감대를 갖고 출범하게 됐다.



▲작년 태풍으로 큰 피해를 입은 포항의 재해복구를 위해 노력한 것으로 아는데.

- 사회공공성 강화를 위한 봉사활동들이 있다. 가장 최근의 봉사활동은 지난해 태풍 힌남노로 경북 포항지역이 큰 피해를 당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포항 남구지역 일대가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특히 국가기간산업이라 할 수 있는 포항제철소가 침수되는 등 하루밤새 인명피해뿐 아니라 엄청난 큰 물적 피해가 발생한 걸 보고 즉각 중장비가 떠올랐다. 도로관리기관인 포항국토관리사무소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었기에 각 국토관리사무소마다 건설중장비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즉각 부산국토청에 지원을 요청드렸다. 그럼에도 가장 고마운 건 중장비를 이끌고 포항 피해현장으로 달려와 준 우리 노조 조합원들이다. 추석 연휴도 반납하고 복구에 구슬땀을 흘려준 조합원이 있었기에 범람했던 냉천 일대를 빠르게 복구할 수 있었다고 본다.

이처럼 공공부문 노동운동의 사회적 가치 창출은 국가적 재난이 닥쳤을 때 가장 먼저 달려가는 것들이다. 또한 국토부노조는 강원도산불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곳도 달려가 노사가 함께 피해복구에 매진하는 등 국민 곁에 있는 노동조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공무원 노동운동가 최초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도 참여한 것으로 안다. 이제 사회에서도 조금씩 노동운동의 패러다임 전환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 같은데.

- 10여년전 노동운동가로 첫 발을 내딛을 때만해도 정책노조라는 말은 생소한 단어였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씩 공감해주는 동료 노동운동가들이 나타나 감회가 남다르다.

특히 곳곳에서 자문위원으로 위촉해 주는 걸 실감하면서 어깨가 무겁다는 걸 느낀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사법행정분과 자문위원으로 참여하는 영광도 이 덕분에 얻은 것 같다. 이후 현재는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또 포항지역 사회에서도 관심 가져주셔서 포항시청노조 정책자문위원장, 포스코노동조합 정책자문위원을 맡고 있으며, 한국노총 서울지역본부 정책자문위원으로 위촉되어 활동하고 있다.

모두 제가 주장해 온 노동운동의 패러다임 변화를 공감해 준 결과물로, 이제 노동운동이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려고 한다. 사실 그게 공공부문 노동운동가가 갖고 있는 의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포항지역 현안에도 적극 자문하는 등 늘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 사실 공무원은 국민 모두를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는 노동자다. 따라서 항상 공정하고 정직하게 업무를 처리함으로써 신뢰감을 주는 행정으로 공무를 집행해야 한다. 그럼에도 고향의 현안에는 조금 더 눈이 갔던 것이 사실이다. 아마 모든 공무원들이 자신의 고향 현안이라면 같은 심정일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지난 10년간 노동조합 활동으로 정부세종청사가 사무실이지만, 부모님과 세명의 자녀 모두 포항에 주소를 두고 있는 만큼 매주 포항으로 내려와 생활했다. 그만큼 포항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부한다. 그 덕분에 지역 현안 소식을 발 빠르게 들을 수 있었고, 국토부에 오래 근무한 경험을 살려 자문해주는 역할을 해 왔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 우리 사회가 많은 분야에서 갈등하고 있다. 특히 노동계에서 갈등이 크게 표출되고 있다. 일례로 화물연대 파업도 비슷한 맥락이다. 입장에 따라 이견이 발생하더라도 대화할 수 있는 길만 열리면 갈등이 봉합될 수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앞으로도 저는 정책노조를 강조하고, 노동운동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등 본연의 역할을 다해야만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편견도 바뀔 것이라고 보기에 공공성 회복을 위한 노동운동에 더욱 박차를 가하려고 한다. 이를 통해 국민들에게 다가서는 노동운동을 전개하고 궁극적으로 삶의 질 개선까지도 실현하고자 한다.

특히 주거와 교통 등 실생활과 밀접한 국토교통부 소속 공무원인 관계로 국토부노조가 정책노조의 길을 걷는다면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고 체감하는 변화가 클 것이라 확신하고 국민들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는 노동운동을 펼치도록 노력하겠다.

이를 통해 새로운 노동운동, 노동운동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뤄내도록 힘쓰겠다. 제가 좋아하는 말이 하나 있는데, 중국의 사상가 루신이 남긴 말이다.

바로 “처음엔 길이 없었다. 한 사람이 걸어가고 또 많은 사람이 걸어가면 그곳이 곧 길이다” 라는 말인데, 이처럼 저도 앞으로 많은 후배들이 새로운 노동운동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변화의 길에 가장 앞에 서서 개척해 나갈 것을 약속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