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신고는 변화의 징검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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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신고는 변화의 징검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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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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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 아동보호팀이나 경북동부아동보호전문기관 등의 의뢰를 통해 학대가 일어난 가정을 만나는 사회복지사로 일한 지 십 수 년이 지났다. 그동안 아동의 안타까운 죽음을 접하기도 했고, 아동보호에 관한 법률의 개정과 학대 조사권이 민간에서 공적인 기관인 지자체로 이관되는 과정도 이루어졌다. 아동이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지역의 관심과 부단한 노력이 여러 모양으로 전개된다. 최근에는 신고의무자들에 대한 교육도 강화되고 있다.

얼마 전 중학교에 가서 아동학대 예방교육을 진행한 적이 있다. 나름대로는 신고를 통해 보호받아야 하는 신고의 필요성을 전하는 중에 참여 학생이 “신고하면 누가 우리를 보호해 주나요?”라는 질문도 있었고 “선생님 좋은 신고도 있어요. 출생신고, 혼인신고” 하면서 우문현답을 얻는 기회가 있었다.

신고는 ‘국민이 법령의 규정에 따라 행정 관청에 일정한 사실을 진술?보고함’ 이라는 사전적인 뜻이 있다. 이러한 신고과정에서 아동학대 상황만을 염려하여 한쪽 면에 치우친 ‘사실 보고’만을 일방적으로 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아동학대의심사례를 신고할 때 신고자가 알고 있는 것 중 가정이 잘 해 온 것, 평소에 자녀를 향한 관심과 노력을 함께 전달할 때 시청이나 경찰의 조사 과정에서도, 아동보호전문기관의 개입 시에도 부모와의 만남에 매우 유익하게 작용하며, 더 나아가 아동과 부모와의 관계를 개선시킬 수 있는 실마리가 되기도 한다.

아이들이 발달과정에서 사춘기가 되면 어릴 때와는 다른 언어와 행동으로 뚜렷한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부모가 아이를 키우면서 늘 해왔던 익숙한 행동이 더 이상 효과가 없을 수도 있고, 자녀 역시 부모와의 대화를 다르게 시도할 기회를 찾지 못한 채 갈등이 생긴다.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다. 아동학대 신고로 시설로 분리되었고, 원가정 복귀 시도 과정 중에 만난 아동이 부모와의 갈등 속에서 어려움을 이야기하며 원망스러운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래도 부모님께 어떤 말이 전달되기를 바라는지 물었을 때 아동은 고개를 떨구며 “엄마 아빠가 너무 보고 싶어요”라는 말과 함께 눈물을 보이는 모습에 마음이 먹먹하고 울컥한 적이 있다.

시설이 안전하고 선생님들의 상냥함으로 집보다 더 나은 환경이라고 아동 스스로 평가함에도 불구하고 분리된 아동의 표현은 너무 큰 울림을 주었다.

원가정으로 돌아가는 길은 부모와 자녀 모두 노력해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부모와 자녀 모두 서로의 존재를 귀하게 여기는 마음과, 양육 과정에서 부모의 노력에 대한 인정 그리고 자녀를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의 전달은 갈등을 푸는 지름길이 되었고, 부모는 자녀의 새로운 능력과 장점을 발견하는 기회가 되었다. 부모 자녀 모두가 성장통을 겪었지만 더욱 신뢰관계로 회복된 것을 경험했다. 이러한 사례를 통해 자녀에게 있어 가장 안전한 환경체계는 부모이고, 또 부모여야 함을 다시 되새기는 기회가 되었다.

부모 자녀 간 갈등과, 학대를 예방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신고의 실천은 지속돼야 한다. 가정마다 양육 가치와 방법은 차이가 있다. 서로 다른 음정이 모여 아름다운 합창을 이루듯 그 차이를 가정과 지역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좋은 사인으로 보자. 아동이 행복한 세상, 가정이 견고하게 세워지는 징검다리의 역할인 신고의 실천에 가정의 강점과 노력 그리고 어려움이 균형 있게 보고되는 새로운 시작으로 나아가자. 다시 찾아온 가정의 달 5월이 부모와 자녀 간의 사랑과 신뢰가 더욱 굳건해지는 날들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정영숙 가족&솔루션 대표(경북동부아동보호전문기관 사례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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