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물건이나 사람 이름이 잘 떠오르지 않는 ‘기억 장애’를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환자 중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일화 기억은 보존되는 반면 언어영역 중 이름대기 능력이 저하된 경우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의료진과 언어치료사와 협업을 통한 치료가 필요하다.
김건하 이대목동병원 신경과 교수는 30일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는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을 때,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해 기억력이 저하되는 경우도 있지만, 언어 능력이 저하되는 ‘원발진행실어증’일 수도 있어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치매의 증상 중 하나인 ‘원발진행실어증’(primary progressive aphasia, PPA)은 대뇌 언어 영역에서 신경퇴행성 변화 때문에 나타난다. 보통 치매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기억력 저하를 떠올리기 쉽다.
이와 달리 원발진행실어증의 경우, 초반부터 언어 장애가 나타나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언어검사를 시행하는 게 진단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손지현 병원 언어치료사는 “뇌졸중, 치매, 파킨슨병 등 퇴행성 질환 의심 증상으로 내원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그는 “그 중 ‘단어가 잘 생각 안 난다’‘말귀를 잘 못 알아 듣는다’‘발음이 어눌해졌다’‘목소리가 작아졌다’‘음식을 먹을 때 사레 들린다’ 등의 언어, 말, 삼킴에 관한 증상이 있다면 신경언어검사실 검사를 통해 그 장애의 종류와 중증도를 평가해 진단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2019년 신경언어검사실을 신설한 이대목동병원은 원발진행실어증에 대한 진단과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이 곳에서는 언어 및 말, 삼킴 장애 등으로 내원한 환자들이 검사를 받고, 그 결과를 담당 교수가 확인해 향후 치료 계획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상담할 수 있다.
아울러 통원이 가능한 뇌졸중 환자나 치매, 파킨슨병 환자가 언어치료를 받게 될 경우, 신경과 정기진료 때마다 담당 교수가 장애의 임상 경과를 확인해 추후 치료 방향 확립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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