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 이후 삶은 평등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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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세 이후 삶은 평등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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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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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는 두 개의 상반된 일을 겪었다. 친구가 갑자기 심장 마비로 사망했다는 비보를 들었고, 한편으로 ‘바이오 코리아(BIO KOREA) 2023’에 참석하여 고령사회와 바이오 산업의 미래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재생의료 분야, 즉 줄기세포를 활용하여 세포를 재생하여 배뇨 장애, 관절 등을 치료하는 내용이었다. 손상된 유전자를 치료하는 기술 발전을 이야기하는 세상에서 한 친구는 너무 빨리 세상을 떠난 것이다.

인생의 오전을 보내면 모두 삶이 비슷할 거라 생각하지만 이와는 정반대다. 60세가 된 남자는 75세까지 20%가 죽으며 또 20%는 92세 넘어 산다. 나머지 60%가 70대 중반부터 80대 사이에 사망한다.

60세 인생 후반을 같이 출발했지만 10명 중 2명은 15년이 채 되지 않아 사망하는 반면 10명 중 2명은 30년 이상 생존하는 것이다. 40%의 삶이 극명하게 나누어지는 셈이다.

이것 뿐이겠는가. 건강하게 지내는 사람도 있고 10년 이상 아프면서 인생의 오후를 보내는 사람도 있다. 60부터 출발한 인생 오후의 삶은 이처럼 차별적이다.

이런 운명에 저항하려는 시도를 ‘바이오 코리아 2023’ 포럼에서 볼 수 있었다. 이과생들이 모인 자리에 문과생인 필자는 인구구조 변화와 바이오 산업에 대해 발표하러 갔다가 의사들이 연구하는 재생의료 기술에 대해 듣게 되었다.

첫번째 의사는 차병원에서 시험관 아기의 우리나라 원조였다. 그 경험을 활용하여 줄기세포를 통해 재생 치료를 하는데 요즘은 배뇨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을 치료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희귀질환에 대한 줄기세포 치료 효과가 긍정적인데 이를 빈뇨나 배뇨 장애가 있는 고령자를 대상으로 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리고 세계 처음 기술이라고 하니 고령사회에서 시장 전망은 밝은 것 같다.

두번째 발표자는 알츠하이머 치료를, 세번째 발표자는 관절 손상을 줄기세포로 고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셋 모두 나이가 들면 많이 나타나는 노인성 질환이다.

시간이 10년 정도 흐르면 이들 기술은 어디까지 진화할지를 생각해봤다. 세계적 미래학자인 제레미 리프킨은 1999년에 ‘바이오테크 시대’라는 책을 쓰면서 미래의 바이오 기술이 가져올 변화를 상술하고 있다. 1999년에 서구사회는 이 정도까지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었다.

리프킨은 바이오 기술 발전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갖지 않았다. 그는 바이오 기술이 사회에 가져올 부작용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만큼 바이오 기술은 발전의 궤도에 오른 것 같다. 4년 전 바이오 전공 교수가 바이오 기술 발전 정도에 대해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라는 한 문장으로 답을 한 게 기억난다. 재생의료 전문 의사들이 그 날 발표한 줄기세포 치료제도 현실화될 게 틀림 없다.

이런 현상을 어떤 관점으로 봐야 할까?

은퇴 강의를 하다 보니 수강자들이 ‘은퇴 경험자가 말하기를 70대 이상 되면 돈 쓸 일이 없으니 60대에 아끼지 말고 마음껏 쓰라’고 했다 한다. 이 관점은 과거 선배들에게 해당됐지만 앞으로 세상에서는 맞지 않다.

은퇴 생활은 선배들의 과거가 아니라 우리의 미래를 보아야 한다. 70대 이상 나이가 되어도 앞으로는 돈 쓸 일이 생긴다. 누구에게? 자기 자신의 몸을 고치는 데 쓰인다. 지인의 친구가 일본에 가서 줄기세포 치료를 받고 골프를 18홀 거뜬하게 친다는 이야기를 들은 게 이미 5년 전이다. 70대 이후에 돈 쓸 일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행복한 노후를 위해서는 돈을 써야하는 시대가 온다. 임플란트 시술이 중년 이후의 사람들의 삶을 얼마나 다르게 만들었는지 보면 알 것이다.

지금의 사망률 통계를 따른다고 하면 60세에 인생 후반을 같이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20%는 15년 이내 사망하고 다른 20%는 32년 이상 생존한다. 이 얼마나 다른 삶인가? 건강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전반 20%에 속할 수도 후반 20%에 속할 수도 있다. 젊었을 때의 노력은 삶의 성공 여부를 결정했지만 나이 들어서 노력은 삶과 죽음의 여부, 건강과 질병의 여부를 결정한다.

여기에 끝나지 않는다. 신기술 혁명으로 헬스케어나 바이오 분야의 기술 발전이 우리의 삶을 또 차이나게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임플란트를 시술한 사람과 시술하지 못한 사람의 삶의 질을 비교해보면 된다. 배뇨 관련 줄기세포 치료를 받은 사람과 70대 넘어 밤에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사람과의 삶의 질을 비교해보라. 아직 현실화되지는 않았지만 상상만으로 그 차이가 실감날 것이다.

이런 기술 변화를 누릴 준비도 해야 한다. 지금 일정액의 돈으로 바이오 ETF를 사서 20년 후에 이를 팔아 자신의 몸을 치료하는 데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노후 질병 대비도 치료 비용을 보완하는 실손보험 개념을 넘어 신기술 변화를 적극 활용하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

60 이후의 삶은 모두 비슷해지지 않는다. 비슷하게 직장이 없다 보니 사회생활은 비슷해질지 모르지만 노후의 삶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60 이후의 삶이야말로 ‘자기하기 나름’이다.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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