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민 상생염원 외면한 ‘그들만의 치킨게임’
  • 신동선기자
포항시민 상생염원 외면한 ‘그들만의 치킨게임’
  • 신동선기자
  • 승인 2023.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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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대위 15일 총궐기대회는 포항사회 불협화음 전주곡
포항 29개 읍·면·동 별로 참여인원 할당에 불만 고조
최정우 포스코 회장 화형식 예정에 지역사회 파문 확산
시민들 “시대착오적 발상…과격행동 자제해야” 목소리
 
범대위가 오는 15일 개최 예정인 ‘포스코 지주사 관련 범시민보고대회 및 최정우 퇴진 총궐기대회’를 앞두고 포항 시가지 곳곳에 현수막을 내걸어 참여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범대위가 오는 15일 개최 예정인 ‘포스코 지주사 관련 범시민보고대회 및 최정우 퇴진 총궐기대회’를 앞두고 포항 시가지 곳곳에 현수막을 내걸어 참여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포스코홀딩스 본사 소재지가 포항으로 이전했고 미래기술연구원 본원까지 개원한 마당에 명분없는 대규모 시위를 개최한다니 이해가 안 갑니다. 더군다나 시위에 동참할 인원을 각 읍·면·동별로 할당을 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 생각합니다.”

‘포스코지주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로부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공문을 접한 A 개발자문위원장의 하소연이다. A 위원장에 따르면, 범대위가 각 지역별로 요청한 참여인원은 포항지역 29개 읍·면·동 가운데 읍과 동은 20명, 면은 10명 내외. 현수막은 읍·동 40점, 면지역은 10점을 할당받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현수막에 넣을 문구의 내용이었다. 철지난 지주사와 미래기술연구원 이전은 말할 것도 없고 ‘날도둑’ ‘단두대’ ‘석고대죄’ 등과 같은 원색적인 표현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 이것이 과연 포항을 위해 무슨 도움이 될 지 고개를 갸우뚱했다는 것이다.

포항은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로 전대미문의 수해(水害)를 입고 시민과 기업이 혼연일체로 노력한 끝에 점차 일상을 회복해 가고 있다. 또 이달 들어 코로나19 엔데믹으로 관광을 비롯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지역을 뒤숭숭하게 만드는 움직임이 또다시 일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범대위는 오는 15일 포스코 포항 본사 앞에서 1만명 이상이 참가하는 ‘포스코 지주사 관련 범시민보고대회 및 최정우 퇴진 총궐기대회’를 가질 예정이다. 올들어 1월과 2월 두 차례 대규모 상경집회에 이어 4개월 만이다. 더욱이 이날 시위에서는 포스코 최정우 회장 화형식도 강행할 것으로 알려져 지역사회에 우려와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범대위 측은 최 회장이 지난해 2월 25일 합의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으며, 포항 역차별을 지속하고 있어 자진퇴진을 촉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명백히 사실과 다르다. 지난 3월 17일 주총에서 포스코홀딩스 본사 소재지를 서울에서 포항으로 이전하는 안건이 통과됐다. 이는 포스코홀딩스가 지난해 2월 지역사회와 ‘상생협력TF’를 출범한 이후 포항시민들과의 신의·상생을 위한 핵심사안으로서 주주들을 대상으로 설득해 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포항시를 비롯해 시민, 정치권은 “마침내 포항시와 포스코간 상생발전의 길이 열렸다”며 일제히 환영했다.

이어 지난 4월 20일 포스코그룹 연구개발 컨트롤타워인 미래기술연구원 본원이 포항에 문을 열었다.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에 위치한 본원은 인공지능(AI), 이차전지소재, 수소·저탄소에너지분야 등 3개 연구소 체제를 통해 철강을 포함한 그룹의 미래 신성장 육성을 위한 기술전략 수립을 총괄하고, 그룹 R&D의 핵심적인 의사결정을 수행한다. 포스코는 물론 포항의 미래 첨단산업 발전을 견인할 총아(寵兒)로서 기대를 받고 있다.

포스코홀딩스 본사 소재지 이전 후 투자도 가속화 되고 있다. 자회사인 포스코실리콘솔루션은 지난 4월 영일만산업단지 내에 3000억원을 투자해 2025년까지 연산 5000톤 규모 실리콘 음극재 생산공장을 건립하는 대규모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이차전지 특화단지 유치를 추진 중인 포항으로선 ‘가뭄 속 단비’ 같은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같은 달 포스코퓨처엠도 2025년까지 6000억원을 투자해 포항 영일만 4일반산업단지에 4만6000톤 규모의 하이니켈 NCMA 양극재 공장을 추가 건설하는 안건을 이사회에서 승인했다. 뿐만 아니라 추가 투자를 통해 2025년까지 34만5000톤 규모의 글로벌 양극재 생산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또 지난달엔 중국 화유코발트와 손잡고 2027년까지 포항블루밸리산업단지 내에 1조7000억원을 투자해 고순도 니켈 원료 생산 공장과 양극재의 중간 소재인 전구체 제조라인을 건설키로 약속했다.

이처럼 투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시민단체가 과격한 시위로 포스코 회장 퇴출에 나선다면 포항과의 신뢰회복과 상생을 위한 대규모 투자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된다. 포스코그룹은 이제 철강을 넘어 포항 미래 먹거리인 이차전지산업에도 중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차전지 특화단지는 포스코를 빼놓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런 핵심기업 수장에 대해 격려는커녕 볼썽사나운 행위를 연출한다면 포항시민이 염원하는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에 손해면 손해지 도움될 것이 없다.

범대위는 지난달 25일 집행위원장 회의를 열고 포항지역 29개 읍·면·동 자생 단체에 대해 읍·면·동별로 2~4대의 관광버스를 배정해 동참을 요청하고, 시민·단체들에게도 적극적인 집회 참여를 독려키로 했다. 앞서 16일 열린 집행위원 회의에서는 일부 개발자문위원장들이 “포항시와 시민들을 위해 대규모 집회보다 포스코와 상생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고, 대화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강력히 요청하였음에도 일부 강성 위원들의 지지를 등에 업은 위원장이 직권으로 궐기대회를 강행하기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머릿수와 집단행동을 통해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현 정부가 노동개혁을 기치로 내걸고 거대 노조의 집단행동에 대해 단호한 대처에 나선 것이 그 방증이다. 집단만능주의가 더이상 능사(能事)가 아님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시민들은 범대위가 잊을만 하면 포항과 포스코를 대결과 분열의 장으로 이끈다고 말한다. 이로 인한 피로도도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범대위 측으로부터 독려 문자를 받은 A 개발자문위원장은 “말이 협조요청이지 사실상 ‘할당제’나 다름없다”며 “자칫 범대위에 믿보였다간 어떤 불이익을 당할 지 몰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포항시민 B(54·흥해읍 초곡리) 씨는 “포스코지주사 본사 주소도 이전했고 미래기술연구원 본원도 포항에서 문을 열었는데 아직까지 범대위가 존재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범대위가 그동안 많은 노력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더이상 과격한 집단행동은 시민 정서에도 안 맞고 포항에도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포항지역 한 원로인사는 “가뭄 끝은 있어도 장마 끝은 없다는 말이 있듯이, 화형식 같은 과격 행동은 자칫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몰고 갈 수 있어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포항시와 지역 정치권에서 나서 사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안 보여 답답하다”면서 “포항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든지 각계 대표가 모여 공청회를 열든지 해서 하루 빨리 문제를 매듭지어야 포항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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