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옵는 장관님

1차 보훈 대상 당사자 외에 2차 보훈 대상으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겪어야 하는 정신적 육체적 고통과 슬픔을 보상하기 위해 만든 유족 보상이 있는데 그 내용은 [군경유족 등] 표와 같습니다.

6.25 전쟁 호국영령의 배우자가 받는 보상금이 221만3000원입니다. 그리고 부모 유족이 받는 보상금이 218만0000원입니다. 그리고 유자녀 중 제적 유자녀 수당이 169만3000원입니다. 그리고 앞서 말한 것처럼 상이군경이 사망한 경우 배우자가 유족으로 등록되는데 그 보상금도 [군경유족 등] 표를 보면 부상 등급에 따라 수백만 원에서 수십만 원까지 또 보상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장관님 보십시오. 호국영령 당사자의 보상이 매달 0원인데 그 유족의 보상은 상이군경 5급 219만3000원과 비슷합니다. 결국, 상이군경 5급 수준의 유족 보상을 받고, 군인이 전쟁에서 목숨 바쳐 나라를 지키라고 한다면 어느 누가 그 말을 이해하겠습니까? 참 기가 막힌 보훈 오류가 아닙니까?

좌우지간 어떠한 형태로든, 1차 보훈 대상 당사자인 호국영령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저간의 어떤 예우보다 최고의 예우를 시행해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호국영령의 국가공헌 서열이 1위이기 때문입니다.

존경하옵는 장관님

굳이 전쟁 중에 국가에 헌신한 공헌의 정도를 따진다면, 한목숨 바쳐 나라를 구한 호국영령이신 전몰군경이 1위요, 용감하게 싸우다가 부상하신 상이군경이 2위요, 그래도 무사하게 전역하신 참전용사들이 3위가 될 것입니다. 이러한 국가공헌 서열을 부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돌아가신 호국영령들은 자기의 국가공헌에 대해 말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나라에서 그분들의 국가공헌을 묵살하는 것입니까? 6.25 전쟁이 끝난 지 70여 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호국영령이신 전몰군경유공자 당사자의 보상금은 매달 0원입니다. 그 기나긴 세월 동안 보상받지 못한 우리의 호국영령들은 저 차디찬 국립묘지 지하에서 오늘도 목놓아 통곡하고 있습니다.

존경하옵는 장관님

한 나라의 최고 지성인들과 정치지도자들이 틈만 나면 국립묘지나 호국원에 들러 저렇게 처참하게 버려진 호국영령 앞에 무슨 면목으로 ‘호국영령들이시여 평안히 쉬십시오’라고 묵념하며 참배한단 말입니까? 참으로 지나가는 구름이 통곡할 일이요 흘러가는 시냇물이 통곡할 지경이 아닙니까? 이제라도 우리는 호국영령 앞에 무릎 꿇고 저 간의 처참했던 홀대를 참회하며 호국영령들을 위로할 수 있는 진혼제라도 크게 올려야 할 것입니다.

존경하옵는 장관님.

6.25전몰군경유족의 말을 들어보면, 호국영령들의 부모나 미망인들은 ‘자식을 팔아 혹은 남편을 팔아 보상을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할 마음이 없다고 합니다. 더군다나 어렸던 제적 유자녀들은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알아서 국가에서 처리하라는 말씀이지요. 참으로 겸손한 한국적 정서입니다. 유족들의 이 같은 체면은 마침내 이 나라의 보훈 정책 오류를 불러오고 말았습니다.

이제 호국영령들의 부모들은 사랑하는 아들을 가슴에 묻고 평생을 그리움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그리고 호국영령의 미망인들은 유자녀를 등에 업고 평생을 가부장의 역할을 해가며 남편에 대한 그리움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그리고 호국영령의 부모가 돌아가시고, 미망인까지 유고가 생기면, 이제 남는 것은 유자녀뿐인데 이런 유자녀를 제적 유자녀라고 하지요. 이들은 어린 나이에 세상 물정 모르고 고아처럼 떠돌다가 국가의 보훈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20세를 넘겨 제적 유자녀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들 중에는 초등학교도 입학하지 못한 무학의 유자녀도 있습니다. 남의 집 머슴살이로 또는 식모살이로 떠돌며 모진 세월을 보낸 유자녀도 있습니다. 그런데 참 희한한 보훈법도 있습니다. 국가가 이렇게 힘들게 살아온 유자녀들이 20세가 되었다고 이들을 유족에서 제적시켰습니다. 어찌 20세가 되었다고 유족이 아닙니까? 국가가 기댈 데 없는 제적 유자녀들을 이렇게 홀대할 수는 없습니다. 훗날 30여 년이 지난 다음에 국가가 엄청난 항의를 받고 이들을 유족으로 다시 복권하였지요.

존경하옵는 장관님.

2006년 [나라사랑] 7월호 ‘보훈시론’에 게재된, 당시 국방대학교에 근무 중이던 정효현 교수의 글을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징기스칸이 원제국을 건설할 당시의 일입니다. 징기스칸이 출정하는 장졸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국을 건설하는 이 성전에서 전사한 장졸들의 자녀들을 궁으로 데려와 짐의 자녀와 똑같이 양육하라.”

이는 징기스칸의 칙명이었습니다. 유자녀들을 왕자 공주와 똑같이 왕궁에서 양육하라고 했습니다. 전쟁터에서 병사들이 죽음의 고비에 들면 부모님을 생각하고 사랑하는 아내와 어린 자녀들을 생각하며 깊은 고뇌에 빠진다고 합니다. 그러나 징기스칸의 이 칙명은 장졸들로 하여금 차라리 나라를 위해 죽음으로서 자녀들의 신분을 상승시키고자 했습니다. 이런 정신무장의 병사들을 어느 누가 감당해 낼 수 있었겠습니까? 중국은 예나 지금이나 인구 대국입니다. 일으켰다 하면 백만 대군이라 합니다. 그러나 몽골은 이래저래 합해 봐야 군대가 20만도 안되는 유목 국가입니다. 이런 적은 군대를 가지고 대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보훈 정책 때문이었습니다. 이 사실은 당시 한국국방대학원에 유학 온 몽골 병사에 의해 밝혀진 것입니다.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저들과 우리의 보훈 정책을 말입니다.

장영길 동국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