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과 대구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의료 현실은 매우 심각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선민 의원(조국혁신당)이 지난 23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229개 시군구 중 28.8%에 해당하는 66곳에서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단 한 명도 없는 상황이다.
특히 경북의 10개 시군과 대구의 3개 구군은 응급의료 시스템이 거의 무너진 상태다. 이는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치로, 지역 간 의료 서비스 접근성의 불균형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응급의료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적인 분야다. 그러나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전혀 없거나 인구 1000명당 1명도 채 되지 않는 지역이 전국 시군구의 64%에 이르는 147곳에 달한다. 이로 인해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가 일상화되고, 많은 환자들이 적절한 응급 치료를 받지 못한 채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
특히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의 기피 현상은 심각하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없는 곳이 전국 14곳, 산부인과는 11곳에 달한다. 경북 영양군과 울릉군, 대구 군위군에서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전혀 찾아볼 수 없으며,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는 지역은 무려 216곳이다. 이러한 의료 공백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한 문제로,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다.
의사들이 특정 지역에 몰리는 현상은 단순히 경제적 이유만으로 설명될 수 없다. 지역 의료 인프라의 열악함, 과도한 업무 부담, 그리고 병원 운영의 어려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내과 전문의도 전국 3곳에서 전무하며, 1000명당 1명도 되지 않는 지역이 218곳이나 된다는 통계는 심각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전체 의사 수는 2021년 기준 인구 1000명당 2.13명에 불과하다. 지역 불균형이 이처럼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더 이상 이 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 의료진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 의료 인프라 확충, 전문의 배치 유도, 그리고 의사들의 지역 근무를 장려할 수 있는 강력한 유인책이 필요하다.
응급의료 공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자체의 적극적인 역할이 중요하다. 의료 인력 확보를 위해 지자체가 직접 나서서 지방 의료진 장학제도를 도입하고, 경제적 지원을 통해 의사들이 지역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또한, 응급의료센터 설립 및 원격의료 시스템을 구축하여 의료 인프라를 개선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의료 인력 유치 프로그램을 운영해 의료진의 복지를 강화하고, 채용 박람회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인력을 확보할 필요도 있다. 더불어, 응급처치 교육을 통해 지역 주민들이 응급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지자체 간 협력과 중앙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공공의료 지원을 강화하고, 지역 의료 문제 해결을 위한 재정적, 정책적 지원을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중앙정부차원에서도 응급의료 공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단기적 대응과 장기적 개혁이 동시에 필요하다. 먼저, 의료 인력 배치 및 유인책 강화가 시급하다. 지방 근무 의무 제도 도입과 경제적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지방 의료진 부족을 해소해야 한다. 지역 의료 인프라 확충이 필수적이다. 공공병원 인프라 강화와 원격의료 도입으로 의료 서비스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기피과 전문의 지원 확대를 통해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의 인력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공공의료 확대를 통해 지역 공공병원 설립 및 운영을 강화하고, 응급의료 네트워크를 확립해 환자 수용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응급의료 공백은 더 이상 일부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응급실에서 환자들이 치료를 받지 못하고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는 ‘뺑뺑이’ 현상은 이제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의료는 모든 국민이 동등하게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다. 이를 보장하기 위한 체계적이고 지속 가능한 대책이 시급하다.김희동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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