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선희
캠핑카 렌트해서 무작정 떠나야지
신안 우이도 달랑게와 눈 맞추며
일몰을 안주로 조개구이를 마시고
마른 입술을 적셔야지
이박삼일 머물렀다가
강원도 봉평으로 달려가
끝물 메밀꽃을 배경으로
허 생원과 동이가 걸었던 달밤을 걸어봐야지
희미해진 옛사랑을 소환해 손목이라도 잡아야지
다시 차를 몰고 7번 국도를 내려오다
조그만 어촌에 정박해 물고기를 잡아야지
걸출한 놈팡이나 걸려라 주문을 걸어야지
육지가 지겨워질 때면 탐라로 가자
운동화 끈 조여 매고
시흥초등학교에서 출발하는 1코스부터
구석구석 올레를 훑어봐야지
마지막엔 사려니숲길 어디쯤에서
한라산을 병째 마신 후
키 큰 삼나무 등에 기대
한 이틀쯤 잠들어야지
한 달이면 온몸에 단풍 들겠지
2013년 《문예시대》로 등단
시집 『콩잎여자』, 『꽃똥』, 『할머니, 아직 시인이세요?』,
『소원을 적은 풍등이 뒤뚱거리며 오르는 동안』
부산시단작가상, 실상문학작가상, 문학도시작품상 외
부산문인협회, 새부산시인협회, 부산불교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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