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게임 불방망이를 휘두른 김선빈, 그리고 4차전에서 만루 홈런을 터트린 김태군 누가 받아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그러나 필자는 김태군이 받았으면 했다. 그의 만루 홈런이 없어 4차전이 만약 삼성으로 넘어갔다면 시리즈는 2대 2로 균형을 이뤄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몰랐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태군의 한 방이 시리즈의 분위기를 기아로 완전히 가져온 ‘결정적 한 수’였다.
특히 그는 삼성의 백업 포수로 절치부심의 세월을 보내다 기아로 옮겨 우승팀 기아의 주전 포수가 된 ‘스토리’도 있다.
실제 그는 우승 후 그라운드에 뜨거운 눈물을 뿌렸다는 후문이다.
삼성의 주전 포수 강민호도 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후배들에게 미안해 울었을 터이지만, 김태군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이번 시리즈에서 강민호는 제 기량을 맘껏 펼치지 못했다. 그런데 그의 백업이었던 김태군은 펄펄 날았다.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을 다시 한번 실감케 한다.
기아의 이번 우승이 더욱 값진 것은 ‘해태 왕조’가 아니라 ‘기아 왕조’가 시작될 조짐이 보인다는 점이다.
기아 우승의 진짜 원동력은 김도영도 김도영이지만 ‘불펜’이다. 기아는 KBO 리그 10개 구단 중 가장 강력한 불펜을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불펜의 핵심 요원인 정해영, 곽도규, 최지민 등이 모두 20대 초반이다. 앞으로 10년은 불펜 걱정이 없을 전망이다.
‘야신’이라 불리는 김성근 전 감독은 “삼성이 왕조를 연 것은 그 어려운 불펜 구축을 선동열이 해냈기 때문”이라고 설파했었다.
실제 삼성 왕조 시절 오승환은 ‘언터처블’이었다. 셋업맨이었던 안지만은 다른 팀을 가면 마무리를 맡고도 남았다.
최강 불펜이 최강팀을 만드는 것이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대세다.
이뿐 아니라 향후 10년간 기아의 안방을 책임질 한준수도 건졌다.
한국시리즈에서 김태군에게 가려 빛을 보지 못했지만, 오랜만에 기아에 공격형 포수가 등장했다. 정규 시즌에서 그는 김태군과 포수를 양분했다. 타격은 김태군을 능가했다.
그동안 기아는 안방이 아킬레스건이었다. 이에 따라 김태군을 영입했다. 그런데 한준수가 ‘갑툭튀’한 것이다. 그 역시 20대 초반이다.
최강 불펜과 공격형 포수, 기아가 왕조를 열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번 한국시리즈는 해태 왕조가 아니라 기아 왕조의 본격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인 것 같다. 박형기 중국전문위원
저작권자 © 경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북도민일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