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이 겪는 오만 & 편견
  • 경북도민일보
사랑하는 사람이 겪는 오만 &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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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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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책을 만들지만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책을 통해 사람은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체험하며 자아를 완성해 갈 수 있다.
 건전한 여가활용과 독서문화를 위해 매월 첫째, 셋째주 월요일은 마음의 양식이 될 만한 좋은 도서와 어린이 도서를 소개하고자 한다.
 
 
 
오만과 편견
제인 오스틴 지음/신현철 옮김
현대문화
446쪽, 1만원
 
`8인 4색’ 사랑속
다아시와 엘리자베스
천천히 사랑에 빠지는데

18C 영국 사회 풍자
섬세한 감정묘사 돋보여

 
영화 `오만과 편견’이 인기를 끌면서 19세기 영국의 여성 작가 제인 오스틴 다시 읽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오만과 편견을 제대로 이해하자면 영화보다는 장편 소설인 원작을 읽는 것이 낫다. 장편소설의 중후한 무게감을 2시간짜리 영화가 소화하기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원작은 오해로 중첩된 남녀의 복잡한 이해관계와 그를 둘러 싼 집안간의 문제, 그리고 결혼이라는 전통적 관습의 선상에서 고뇌하는 남녀의 갈등을 심도있고, 여성적인 시각으로 세밀히 묘사하고 있다.
 `오만과 편견’은 오만한 귀족 청년 다아시와 편견에 사로잡힌 중산층 여성 엘리자베스가 그 모든 것을 버리고 사랑에 이르는 과정을 담고 있다.
 주인공들은 다른 많은 청춘 연애소설처럼 첫눈에 사랑에 빠지는 대신 시간을 두고 조금씩 알아가며 사랑을 키운다. 배경은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의 영국의 한 조용한 시골도시인 롱본이 중심이다.
 첫 장 첫 문장에서부터 “상당한 재산을 가진 독신 남성에게 아내가 필요하다는 것은 세상 사람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라는 문장을 시작으로 주인공 엘리자베스의 부모는 빙리와 다아시의 등장을 암시하며 기대에 잔뜩 부풀어 있다.
 남녀의 사랑과 결혼을 소재로 했지만 봉건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넘어가는 전환기 영국의 사회상도 잘 표현했다.
 주인공은 베넷 집안의 다섯 딸 중 둘째 엘리자베스다. 아버지는 시골 지주지만 집안 사림은 그다지 넉넉한 편이 아니다.
 당시 영국의 불합리한 상속제도 때문에 아버지가 사망하면 전 재산을 먼 친척인 시골 목사에게 넘기고 가족들은 길거리에 나앉을 처지에 놓여 있다. 이런 사정으로 어머니는 딸들을 부잣집에 시집 보내는 데 혈안이 돼 있다.
 어느 날 젊고 잘생긴 부잣집 청년 둘이 리지의 마을로 찾아온다. 그 중 빙리는 다정다감하고 친절하지만 다아시는 내성적이고 차가운 성격을 굳이 감추려 하지 않는다. 당연히 다아시의 첫인상이 좋을 리가 없다. 빙리는 엘리자베스의 언니 제인에게 호감을 갖고 청혼하려 하지만 다아시가 방해해 무산된다.
 그러던 중 놀랍게도 다아시가 엘리자베스에게 청혼한다. 귀족 집안의 자제인 다아시는 리지가 자신의 청혼에 감지덕지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오산이다. 엘리자베스는 그 자리에서 딱 잘라 거절한다. 이미 다아시가 언니의 결혼을 방해한 사실을 알고 있는 데다 다른 몹쓸 짓도 했다는 험담을 들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관계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다아시는 힘껏, 그러나 숨어서 엘리자베스의 집안을 도와준다. 엘리자베스는 점차 다아시의 인간성을 알게 되면서 다아시에 대한 오해를 푼다. 오만과 편견이라는 장애물을 뛰어넘어 서로의 진심이 통하면서 사랑이 이뤄진다.
 옛날이든 현대든 남녀가 겪는 사랑의 통과의례는 별반 다르지 않다.
 이 책을 읽으면서 등장하는 인물들이 단지 소설속의 옛 사람들이 아니라는 사실을 금세 알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당장 우리 주위만 둘러보더라도 사랑을 시작하는 사람이든 아니든 대부분이 자신만의 오만과 편견속에 빠져 색안경을 끼고 살고 있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여정엽기자 bit@
 
성장소설의 `고전’ 우리도 읽어볼까?
 
홍당무
쥘 르나르 지음
동쪽나라
269쪽, 9200원
 
자아를 찾아가는 소심한 소년의 가족과 그에 대한 이야기. 프랑스의 대표 작가로 추앙받는 쥘 르나르의 자전적 성장 소설`홍당무’(1894)에서 가족에게서 사랑 받지 못하는 천덕꾸러기 소년, 홍당무는 작가인 쥘 르나르의 반영이다.
 실제 쥘 르나르는 어린 시절 가족과 주변의 괴롭힘에 힘겨웠던 기억을 `홍당무’에 고스란히 담아낸다.
 홍당무의 어머니는 특별한 이유 없이 홍당무를 미워하고 괴롭힌다. 이런 분위기에서 자란 홍당무는 눈치가 빤하다. 엄마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은 독자로 하여금 안쓰러움을 느끼게 한다. 이렇듯 어린 소년은 자신이 감당하기에 삶이 너무도 힘들때면 자살과 가출을 꿈꾸기도 한다. 하지만 홍당무는 자신을 힘들게 한 가정에서 또한 그 해결책을 찾았다.
 표현을 잘 안 하지만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아버지와의 편지와 대화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깨우치고 삶의 의미를 찾게 된다.
 홍당무는 가족의 한 구성원으로서 따뜻한 사랑을 받길 바라고, 자아에 대해 고민하고, 아이다운 순진함도 가진 우리시대 아이들의 모습과 다를바가 없는 소년의 이야기이다. 그러므로 성장기 어린이를 둔 부모가 꼭 읽고 의미를 새겨 볼만한 책이다.
 `홍당무’는 엄마에게 구박 받는다는 소재도 특이하지만 무엇보다도 글이 쓰인 형식 자체가 파격적이다. 편지글, 희곡, 각종 대화문 들이 섞인 실험적인 구성은 출간된 지 100년도 넘었지만 지금도 새로움을 준다.
 짤막짤막한 에피소드들이 마치 사진첩에 꽂힌 스냅사진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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