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서양 사람들은 박쥐를 마녀나 악마의 상징으로 여긴다. 박쥐에 대한 저들의 부정적 인식은 아마도 이솝우화에 닿아 있다는 게 서양문화 이론가들 설명이다. 날짐승과 길짐승이 싸울 때 양쪽 다 박쥐더러 자기네 편이 되어주길 청했으나 박쥐는 전세에 따라 번갈아 ‘나는 길짐승’ ‘나는 새’라며 양쪽 모두를 돕지 않았다. 날짐승과 길짐승이 화해한 뒤에 박쥐는 양족 모두로부터 증오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덩달아 사람들도 그를 싫어하게 됐다는 거다.
하지만 동양에서 박쥐는 오복의 상징으로서 경사와 행운의 동물로 대접 받았다. 사람들한테서 친근한 동물로 대접 받는 건 이것을 뜻하는 한자의 음 ‘복’과 관계가 있을 법하다. 옛사람들은 복(박쥐:fu)이 곧 복(福:fu)이라 여겼으리라. 옛 그림이나 공예품 가구의 장식 문양으로 박쥐가 종종 등장하는 것도 복을 기원하는 상징적 의미였을 거다. 마치 나비(蝶:jie)가 나이 80을 뜻하는 한자 ‘질’(jie)과 발음이 비슷해서 장수의 상징으로 여겨진 것과 같은 경우다.
소백산국립공원 내 삼가(三街)지구 일원이 붉은박쥐서식지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오는 2035년까지 20년간 이 일대를 박쥐서식지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 보호키로 했다는 거다. 소백산엔 국내 서식 박쥐 23종 중 13종이 살고 있다. 그동안 소백산이 자연자원의 무진장한 보고인 줄은 익히 알려진 바이지만 이번 국립공원공단의 조치로 소백산은 경사와 행운을 가져다주는 오복의 동물 ‘황금박쥐의 마을’로 또 한 번 성가를 높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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