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그냥 스쳐갈 수 없나”…애타는 경북동해안

11호 태풍 ‘힌남노’ 오늘 오전까지 고비될 듯
남해안 거쳐 오전 7~8시 포항·경주·영덕 등 동해안 진입 예상
세력 키우며 북상…초속 25m이상 강풍·600m이상 폭우 동반
파고 최대 12m, 6일 동해만 만조 시간대 중심 폭풍·해일 예상
역대급 태풍 매미보다 위력 커 전국이 영향권 각별한 대비 필요

태풍 ‘힌남노’에 초긴장 동빈내항<br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북상 중인 5일 포항시 동빈내항에 피항한 어선들로 가득차 있다. 기상청은 이날부터 포항 등 동해인 지역이 태풍의 영향권에 들아갈 것으로 예보했다. 뉴스1 — 태풍 ‘힌남노’에 초긴장 동빈내항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북상 중인 5일 포항시 동빈내항에 피항한 어선들로 가득차 있다. 기상청은 이날부터 포항 등 동해인 지역이 태풍의 영향권에 들아갈 것으로 예보했다. 뉴스1

북상 중인 제11호 태풍 힌남노는 6일 오전 1시께 제주에 최근접한 뒤 6~7시께 경남 남해안을 거쳐 오전 7~8시께 경북동해안 포항과 경주·영덕 해안까지 진입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경북도와 포항시·경주시·영덕군·울진군은 태풍 힌남노에 대비해 5일 오후부터 전 공직자들이 비상근무에 돌입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5일 오전 상습침수지역인 영덕 강구시장을 찾은데 이어 포항 동빈내항을 찾아 이강덕 포항시장에게 만전을 기해줄 것을 당부했다.

힌남노는 북위 30도 이상 올라선 뒤에도 29도 안팎의 고수온역에 의해 이례적으로 세력이 강화되고 있다. 이 때문에 예상 유의파고, 즉 바다의 물결은 종전 10m 예보에서 12m로 상향 조정됐다. 초속 25m(시속 90㎞) 이상의 강풍이 부는 ‘폭풍 반경’이 수도권과 충남, 강원 북부를 제외한 전국에 걸칠 것으로 보여 안전사고에 각별한 대비가 필요하다.

5일 기상청에 따르면 오전 10시 기준 힌남노는 제주 서귀포 남남서쪽 약 410㎞ 부근 해상에서 시간당 24㎞ 속도로 북상 중이다. 중심기압 930h㎩, 최대풍속 초속 50m(시속 180㎞)다. 강풍반경은 430㎞로 이미 제주 대부분 지역이 직접 영향권에 들고 있다. 강도는 ‘매우 강’으로 태풍 강도 분류에 따르면 사람이나 커다란 돌이 날아갈 수 있는 위력을 품고 있다.

기상청은 북위 30도선 이상에서 태풍이 계속 강화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설명이다. 한상은 기상청 총괄예보관은 “우리나라 오른쪽의 북태평양 고기압에서 부는 동풍과 서쪽 티베트 고기압에서 내려오는 바람이 힌남노를 계속 회전시키고 있다”면서 “이같은 패턴은 주로 저위도에서 일어난다. 제가 예보를 시작한 이래 처음 보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힌남노는 제주 서귀포 동쪽 약 30㎞ 부근 해상을 6일 오전 1시쯤 지나치겠다. 이후 상륙이 전망되는 경남 통영 인근엔 6일 오전 6~7시쯤 도달하겠다.

한 총괄예보관은 “힌남노에 건조공기가 유입되면서 발달 속도가 좀 느려졌다. 이때문에 북동진 전향이 다소간 느려지면서 북상 시점이 전날(4일)보다 2~3시간 가량 빨라진 셈”이라고 설명했다. 6일까지 예상되는 누적 강수량은 제주 산지에 600㎜ 이상이다. 경기 북부, 강원 영서 북부, 남해안, 경상권 동해안, 제주, 지리산 부근, 울릉도·독도에 400㎜ 이상 비가 쏟아지겠다. 그밖의 전국엔 100~300㎜ 비가 내리겠다. 태풍 북상에 따라 시간당 100㎜ 넘는 비가 오는 곳이 있겠다.

서울 등 수도권에 예보된 강수는 대륙에서 내려오는 찬 공기 때문이다. 한 총괄예보관은 “건조하고 차가운 공기가 북서쪽에서 내려오는데, 이 공기가 태풍을 따라 올라오는 비구름과 만나면서 (수도권에도) 많은 비를 뿌리겠다”고 덧붙였다.

바람도 강하게 불겠다. 이날(6일) 제주와 전남 남해안, 경남권 해안에 울릉도·독도에 순간최대풍속 40~60㎧(시속 144~216㎞) 바람이 불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초속 60m 바람이 불 경우 국내에서 관측된 바람 세기의 역대 기록이 바뀔 수 있다. 태풍으로 인한 역대 강풍 최고 기록은 매미 당시의 60㎧(제주 고산)다.

주요 강풍 시간대는 제주엔 이날 오후부터 6일 오전, 남부 지방엔 이날 밤부터 이튿날 오전, 동해안엔 이날 밤부터 이튿날 오후까지다. 경북 동해안과 강원 영동, 전남 서해안엔 30~40㎧(시속 108~144㎞), 그밖의 남부지방과 충청권엔 20~30㎧(시속 72~108㎞), 수도권과 강원 영서에선 15~20㎧(시속 54~72㎞) 바람이 불겠다.

6일까지 최대 12m 이상 높은 물결이 예보됐다. 6일까지 제주 해안과 남해안, 서해 남부 해안에 높은 파도가 치겠다. 6일 동해안 만조시간대 중심으로 폭풍 해일이 예상된다. 태풍이 서쪽으로 좀더 이동해 전남 남해안을 통해 상륙할 가능성은 이제 현저히 낮아졌다. 한 총괄예보관은 “태풍이 상층 제트기류를 밀 만큼 세력이 강화되지 않는 한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 중인 제트기류 영향으로 경남 해안을 통해 상륙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한 총괄예보관은 “지금부터는 시설물 점검 등의 단계가 아니라 인명피해 예방 단계다. 외출 한다거나 상황을 살피러 나가지도 말고 안전한 곳에 머물며 인명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우섭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