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경기도 하남시 미사동 미사경정공원에서 KBS 1TV ‘전국노래자랑’ 현장 공개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김상미 CP와 새로운 MC 김신영, 조현아 예능센터장이 참석해 MC 발탁에 대한 다양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줬다.
‘전국노래자랑’은 지난 1980년부터 42년 동안 전 국민과 울고 웃으며 함께 해왔다. 올해 6월 송해의 안타까운 부고 소식이 전해진 뒤에는 34년 만에 새 MC 김신영을 발탁해 새 바람을 예고한 바 있다. 조 센터장은 “지난 6월 송해 선생님이 돌아가시고 예능계는 물론 대한민국이 큰 슬픔에 빠졌다. 후속 MC 선정을 하면서 어느 때보다 마음이 무거웠다. 이는 제작진의 숙제를 넘어 KBS의 숙제였다”라며 “심사숙고 끝에 오랫동안 라디오 진행을 해 친화력이 뛰어나고, ‘가요 지식 1인자’라고 할 수 있고, 희극인으로서 출연자들과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김신영이 최적이라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30대 여성 코미디언의 기용은 예상치 못한 신선한 일. 파격적인 결정에 여론도 긍정적이다. 조 센터장은 “새 MC 발표 후 너무 좋아해 주셔서 감사하고 열심히 하자고 생각했다. 이 모든 게 김신영이 열심히 애써 온 덕분이고, 새 얼굴로 손색이 없을 것”이라며 “KBS에서 의외의 선택을 했다고 말씀하시는데 ‘전국노래자랑’에 딱 맞는 선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모든 과정 동안 ‘전국노래자랑’을 묵묵히 지켜온 이호섭 작곡가, 임수민 아나운서에게도 감사하다. 덕분에 명맥이 유지됐다”라며 “앞으로도 김신영과 함께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올 테니 많은 응원과 사랑 부탁한다”라고 전했다.
김 CP는 김신영을 새 MC로 발탁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송해 선생님 살아생전부터 ‘어떤 사람이 MC에 어울릴까’라며 후임에 대한 이야기를 해왔다”라며 “라디오도 스케줄을 맞추는 게 힘든데 (김신영은) 그걸 10년 동안 진행했다. 누구보다 성실하다는 것”이라고 첫 번째 이유를 꼽았다. 이어 “김신영의 유머를 잘 살펴보면 대부분 서민들을 묘사한다. 세신사, 식당 아주머니, 빠지 아저씨 등 주변인들을 관찰하고 웃음을 뽑아내는 능력이 있다”라며 “전 국민을 무대로 올려서 함께 놀 수 있는 사람으로 적격이겠다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김신영은 ‘전국노래자랑’ 새 MC로 발탁된 소감을 전했다. 그는 “‘전국노래자랑’은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있었던, 전 국민이 다 아는 프로그램”이라며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나도 할머니 어깨 뒤에서 봐왔고, 어릴 때 아버지와 함께 녹화에 참여하기도 했다”라고 인연을 전했다. 이어 “올해로 데뷔 20년 차인데, 전 국민이 관심 있게 보는 프로그램의 MC 후보로 올라본 적이 없어서, 제의가 들어왔을 때 정말 감사했고 그것만으로도 너무 큰 영광이었다”라며 “혹시 내가 안 되더라도 후보에 오르는 것 자체가 감사했다”라고 했다. “설마 했는데 예쁘게 봐주셔서 MC가 됐다. 앞으로 내가 사는 그날까지 열심히 해보도록 하겠다”라고 너스레를 떤 김신영은 “아직 부족한 게 많은데 ‘전국노래자랑’의 막내딸이니 전 국민이 키운다는 생각으로 배우면서 노력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그의 ‘전국노래자랑’ MC 발탁에 가족과 주변인들의 반응도 ‘핫’했다고. 김신영은 “‘정오의 희망곡’ 제작진도 내가 ‘전국노래자랑’ MC가 됐다니까 녹화날에는 방송을 빼주겠다며 너무 축하한다고 해주시고 격려해주셨다”라며 “또 한의원에서 공진단을 샀는데 MC 발탁 축하 카드가 있고, 같은 아파트 주민 분께서도 ‘영광입니다, 앞으로 국민들을 위해 힘써주세요’라고 축하해주셔서 ‘국민 여러분이 응원을 많이 해주시는구나’ 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특히 가족들의 축하가 어마어마했다는 후문이다. 김신영은 “가족들 반응이 어마어마했다. ‘왜 얘기 안 하냐’, ‘내가 속보로 봐야 하냐’라고 하시더라”라며 “KBS 사장님이 ‘연중 라이브’에 오신 게 이슈이자 자랑거리였다. 사진도 놓을 정도다. 그러면서도 ‘자만하지 말고 네가 말했듯이 배운다고 생각해’라고 조언을 해줬다”라고 했다. 이어 “전유성 선배님도 ‘져주기도 하고 넘어지기도 해야 해. 뻗대게 다 받아치지 말고 져주는 용기를 배워’라고 해주셨다”라며 주변인들의 따뜻한 조언도 전했다.
김 CP는 ‘전국노래자랑’ 대구 첫 녹화 당시도 회상했다. 김신영은 지난 3일 자신의 고향인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 코오롱야외음악당에서 MC 신고식을 치른 바 있다. 이에 김 CP는 “‘전국노래자랑’ 무대는 정식 공연장이 아닌 경우가 많아서 산만하고 집중하기가 힘든 구조일 때가 있다. 우리 MC가 섰을 때 너무 작아서 안 보이면 어떡하나 싶었다”라며 “그런데 대구에서 첫 녹화를 할 때 보니 ‘실신하면 어쩌나’ 싶을 정도로 김신영의 목소리가 우렁차더라. 당시 약 3만8000명 정도가 왔다고 하는데 뒷사람들까지 집중하는 걸 보고 ‘걱정 안 해도 되겠다’ 싶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신영은 자라나는 새싹이지만 큰 나무 될 수 있겠다 싶다”라며 “(새 MC가) 우리 국에서 굉장히 오랫동안 큰 숙제였는데, 심사숙고해 결정한 뒤 시청자들이 반갑게 맞아주고 환영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하다”라고 인사를 전했다.
MC 김신영 역시 첫 번째 대구광역시 편 녹화에 대해 말했다. 김신영은 “대구에 가는 길에 부담감이 느껴지더라. 이걸 하면서 또 한 번 인생을 배우겠구나 싶었다”라며 “처음 녹화를 하면서 ‘전국~’이라고 외침과 동시에 울컥하고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울면 안 되는데. 어릴 때부터 봐왔던 걸 무대에서 하고 많은 분들이 화답해주시니 눈물이 났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때 긴장을 많이 해서 머리가 하얘졌다. 전 국민 앞에서 오프닝을 하는 거니까 정말 데뷔 때보다 떨리더라”라며 “이후에 주변에서 보내준 영상을 보고 눈물이 나서 대기실에서 다 같이 울었다. 뭔지 모르는 감사와 벅찬 마음, 떨림 등 말 그대로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다 느꼈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떨림이 지난 뒤 대구 첫 녹화는 즐거웠다고. 김신영은 “많은 관객들과 함께 녹화를 했는데, 내가 워낙 음악을 좋아하시고 하고 악단장님을 비롯한 악단 분들이 흥을 돋워주셔서 두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몰랐다”라며 “참가자분들의 여러 노래를 듣고 같이 어울리다 보니 힘들진 않았다”라고 했다.
김신영은 ‘전국노래자랑’을 오랫동안 지켜온 악단, 심사위원들과 ‘케미’도 전했다. 그는 “아무래도 송해 선생님과 오래 함께해온 ‘케미’가 있으실 테니 걱정도 되고 긴장도 많이 하고 갔다. 그런데 악단 분들과 심사위원 분들이 환호를 하면서 귀여워해 주시더라”라며 “‘언제 한 잔 해야지. 근데 오늘은 자양강장제 먹어’라면서 주시고, 진행할 때도 북돋워주시고… 삼촌들이 많이 생긴 것 같다. 푸근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도 복이다 싶다”라고 전했다.
‘전국노래자랑’의 전 MC인 고 송해는 지난 1988년부터 올해까지 무려 34년 동안 프로그램을 이끌어왔다. 그만큼 ‘전국노래자랑’에는 그의 색이 짙다. 새로운 MC 김신영이 투입되며 ‘변화’를 모색하고 있진 않을까. 김 CP는 “송해 선생님이 워낙 전통을 잘 만들어오셔서 그분께 폐가 되지 않는 게 우선순위”라며 “누가 되지 않게 잘 이어가자는 게 크다”라고 말했다. 이어 “급격하게 변화가 일어나기는 어렵겠지만 MC도, 제작진도 조금만 길게, 너그럽게 지켜봐 주시면 ‘김신영의 노래자랑’이 보이지 않을까 한다”라며 “국민들이 즐거워하실 수 있게 친근하게 다가갈 예정”이라고 했다. 김신영은 “사실 나는 42년 된 나이테가 있는 ‘전국노래자랑’의 나무를 함부로 베고 뭘 만들 생각은 없다. 나무 옆에서 조금씩 자라나는 나무, 두 그루의 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사견을 밝혔다. 그는 “변화를 준다거나 김신영만의 무언가를 하는 건 시간이 필요하다”라며 “처음 ‘정오의 희망곡’을 할 때도 정선희 선배님이 해왔던 거라 비슷한 부담감이 있었는데, 내가 뭘 하겠다고 하면 어색해지더라. ‘전국노래자랑’도 하다 보면 뭔가 생각나는 게 있고, 그걸 하다 보면 다른 색이 되지 않을까 힌다”라고 전했다.
또한 김신영은 송해로부터 국민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배우겠다고 했다. 참가자들의 돌발상황에 대처하는 노하우에 대해 김신영은 “사실 나도 신인 때 잘하고 싶어서 실수한 적이 있어서 그 마음을 안다. ‘잘하고 싶으셔서 그러시는구나’ 싶다”라고 답한 뒤 “송해 선생님에게 배워야 할 덕목이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이다. 뭐든지 다 하라고 하시고, 다 받아들여주시지 않나. 나도 참가자분들께 먼저 다가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그러면서 ‘속옷만 비치지 말고 하고 싶은 거 다 하셔라’라고 한다”라고 했다. 이어 “이후에 돌발상황이 생겨도 그게 바로 ‘전국노래자랑’의 맛과 멋”이라며 “무엇이든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 열린 마음이 아니면 어떻게 하지 싶다”라고 본인만의 생각을 밝혔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최근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된 ‘출연료’에 대한 이야기도 언급됐다. 앞서 한 유튜버는 김신영이 ‘전국노래자랑’에서 기존에 받는 출연료보다 낮은 출연료를 받기로 결정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김신영은 “솔직하게 얘기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조율 중이라) 아직 출연료를 모른다. 정말 최근에 (출연) 결정이 났다”라며 “그냥 ‘전국노래자랑’ MC다, 내 고향에서 하는구나 하고 추석을 보냈는데 유튜브에 나도 모르는 출연료가 나오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최종 금액은 아직 모르지만) 주는 대로 받겠다”라고 해 ‘전국노래자랑’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에 김 CP는 “회사와 협의 중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김신영은 앞으로의 각오를 밝혔다. 그는 “‘전국노래자랑’을 사랑해주셨던 분들이 막내딸 키운다는 생각으로 봐주셨으면 한다. 이런저런 욕심보다는 최대한 건강을 지키면서 배운다는 생각이 많다. 거북이처럼 천천히 오래 전국 8도를 돌아다니면서 많은 분들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겠다”라며 “‘일요일의 남자’ 송해처럼 저를 말하고 싶었는데 뭐를 할까 하다가 ‘막내딸’이 키우는 재미가 있으니 이게 좋겠다 싶었다. 막내는 시끌벅적하다는 마음으로, 막둥이를 키운다는 생각으로 예쁘게 봐달라”라고 했다. 김 CP는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시고 오래된 프로그램이다 보니 연령층이 높은 거 아닌가 했는데 젊은 분들도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더라”라며 “우리도 첫 방송을 기대하고 있다. 김신영이 차근차근 나아가는 모습, 국민들과 교감하는 모습을 기대해달라”라고 당부했다.
한편 김신영은 오는 10월16일 경기도 하남시 편 방송을 시작으로 ‘전국노래자랑’ MC로 첫 발을 내디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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