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지지자들 법원 난입해 폭력
헌정사상 초유의 혼란 이어져
일벌백계로 법치 바로 세워야

지난 2021년 1월 6일 미국의 연방 의회 의사당에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극렬 지지자 수천 명이 난입한 이른바 미 의회 폭동 사태(1·6사태)가 발생했습니다.
2020년 11월 3일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한 결과에 불복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일부 극렬 지지자들은 부정선거 주장을 펴며 바이든 승리를 공식화하는 상·하원의 당선 인증 절차(선거인단 집계)를 막기 위해 이듬해 1월 6일 의사당에 몰려와 폭력을 행사한 것입니다.
시위대와 의회 경찰이 충돌하면서 여성 1명이 총에 맞아 숨지는 등 사태 발발 36시간 만에 5명이 사망했으며, 경찰관 184명 등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한 비극이었습니다.
미국은 세계 최강대국이며 민주주의 상징인데 미 의회에서 이런 난동이 벌어진 것에 세계가 경악했습니다. 우리 역시 어떻게 미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놀라면서 미국이 자랑하는 민주주의가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이 사태는 지금도 미국 민주주의의 굴욕으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4년 전 미 의회 폭동으로 세계가 경악한 사태가 불행하게도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재현됐습니다.
19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에 의한 극심한 폭력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이날 새벽 윤 대통령에 법원의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윤 지지자들은 법원에 난입해 바리케이트를 비롯해 법원 현판과 외벽 등을 파손했으며, 경찰과 대치하던 중 소화기를 뿌리고 심지어 경찰을 폭행하기도 했습니다. 일부는 건물 유리창과 출입문을 깨고 내부로 들어가 각종 집기와 시설물 등을 부수었습니다. 법원을 파괴하는 폭동 행위는 3시간 가까이 이어졌습니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을 우리는 지켜봤습니다.
한국이 어떤 나라입니까. 일제 36년 강점에서 1945년 광복을 맞았으며, 1950년 동족상잔의 전쟁으로 나라가 폐허가 됐음에도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를 성취한 국가입니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면서 세계 7번째로 독자적 우수발사체 기술을 개발한 나라, 세계 6위 군사력, K팝·K무비 등으로 대표되는 문화강국 등은 세계인들의 감탄과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 광복 후 불과 70여 년 만에 이룩한 이러한 업적은 세계인들의 부러움의 대상입니다.
특히 국민들은 초대 이승만 대통령부터 박정희, 전두환 독재정권에서 숭고한 피와 땀으로 민주주의를 쟁취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두번이나 무너졌습니다.
현직 대통령의 체포와 구속, 그리고 사법기관에 대한 폭력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입니다. 민주·법치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이자 중대한 도전으로 일어나서는 안되고, 용납될 수도 없는 것입니다.
이번 사태를 세계 언론들은 어떻게 보았을까요.
로이터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법원 건물을 습격하고 창문을 부수며 폭력적 시위를 벌였다”고 했으며, 가디언 역시 “윤 대통령 구속에 그의 지지자들은 법원 건물을 공격했다. 그들은 한국을 수십 년 만에 최악의 정치적 혼란에 빠뜨린 대통령 이름을 외쳤다”고 보도했습니다.
CNN은 “현재 한국은 수십 년 만에 최악의 정치적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이는 윤 대통령이 지난달 3일 계엄령을 선포했기 때문”이라고 했으며, 알자지라는 한국에 대해 “1980년대 후반 민주화가 이뤄진 후 가장 심각한 정치적 위기에 빠졌다”고 진단했습니다.
미 의회 폭동은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자신의 극렬 지지자들을 부추긴 것이 도화선이 돼 발생한 것처럼, 이번 법원 폭력도 윤 대통령이 배후 세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주권 침탈 세력과 반국가 세력 준동으로 지금 대한민국이 위험하다. 여러분과 함께 나라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했습니다. 이는 법치주의 사회에서 공권력에 맞설 것을 지지자들에게 주문한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극우 유튜브 인사들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공당인 국민의힘도 윤 대통령처럼 극우세력을 선동하고 있으며, 친윤계인 김재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윤 대통령이 성전을 하고 있으며 난동을 부린 지지자들은 성전에 참가한 십자군으로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의 상식이 의심스러울 정도입니다.
한국은 민주·법치주의 국가입니다. 자신이 원하는 결과가 아니더라도, 법의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 민주적 사회이며 법치국가입니다. 마음에 안 든다고 법이 아니다는 것은 민주·법치체제라 할 수 없습니다. 법은 보수와 진보, 지역과 계층, 세대를 막론하고 사회 공동체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으로 누구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우리는 대한민국인에 자긍심을 갖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경제와 민주주의, 그리고 법치가 확립된 나라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세가지가 제대로 정립된 나라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극우세력의 법원 폭력은 결코 용납될 수 없으며 일말의 관용을 베풀어서도 안됩니다. 일벌백계해야 합니다. 그래야 국가의 근간인 민주주의와 법치가 존재합니다.
이진수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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