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혼례
  • 정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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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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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결혼 1주년 기념식을 지혼식(紙婚式)이라 하고 10주년은 석혼식(錫婚式)이라 한다. 동혼식(銅婚式)은 15주년, 자기혼식(磁器婚式)은 20주년을 말한다. 잘 알려진 은혼식과 금혼식은 각각 25주년과 50주년을 일컫는다. 이밖에도 결혼기념일 이름은 많아 거의 1년 단위로 있다. 2주년은 고혼식(藁婚式), 3주년은 과혼식, 4주년은 혁혼식, 5주년은 목혼식, 7주년은 화혼식, 30주년은 진주혼식, 35주년은 산호혼식, 45주년은 홍옥혼식 따위다. 그러나 이런 명칭이 절대적인 건 아닌 듯하다.
 결혼기념일 명칭은 부부가 그날 주고받는 선물에서 따온 것이 대부분이다. 책이나 그림 같이 종이를 재료로 하는 선물을 주고받는다 하여 지혼식이고, 가죽으로 만든 제품을 선물한대서 혁혼식이다. 진주 산호 홍옥 금 은 등속 들어가는 기념일 이름 모두가 그렇게 붙여졌다. 부부가 결혼한 날을 기념하는 풍습은 19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것으로, 유럽의 기독교 국가에서 매년 결혼기념일에 축하예배를 하던 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회혼례(回婚禮)라고도 하는 회혼식은 두말할 것도 없이 결혼 60주년이 되는 해를 기념하는 행사다. 숱한 결혼기념일 명칭과는 달리 주고받는 선물이 아니라 60갑자가 다시 돌아오는 해라서 붙여진 이름이다. 서양에서 유래했다기보다 동양식 예식 명칭이 아닌가 싶다. 회혼례는 일테면 기독교 전통이 아니라 유교 전통인 거다. 자식들이 부모님의 장수를 축원하면서 마련해드리는 행사로, 예식 절차가 우리 전통 혼례식의 그것과 거의 같다.
 지난 8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경북도내 17쌍의 장수부부에 대한 회혼례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경북도가 베푼 이 행사는 기러기 같이 의리를 지키겠다는 서약의 ‘전안례’, 신랑 신부가 초례청에서 상견하는 ‘교배례’, 청실홍실로 묶은 표주박의 술을 서로 교환해 마셔 하나가 된다는 ‘합근 같은 전통 혼례 절차에 따랐다고 한다. 지혼식도 채 못해보고 헤어지는 커플도 하많은 이 시대에 어느 별나라 이야긴가 하겠지만 그 주인공은 엄연히 한 생애 애환을 같이하며 서로 사랑하고 인내해 온 우리네 어르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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