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한상진 국민의당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은 서울대 교수 출신이다. 한국의 사회학을 주도해온 원로학자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가까웠고, 지난 대선 때도 문재인 후보 진영을 도왔다. 지금은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 창당을 주도하고 있다. 그는 호남 출신이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은 경제학자 출신이다. 그는 전두환 장군이 권력을 잡고 국보위를 만들자 국보위원으로 활동했다. 그리고는 ‘전두환 민정당’의 전국구 의원으로 국회에 들어갔고, 노태우 정부에서는 청와대 경제수석과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냈다. 보건복지부 장관도 역임했다. 군부정권에서 단 세 차례 금배지는 모두 비례대표다. 거의 독보적인 존재다. 그 역시 선대가 호남이다.
한 사람은 야권, 다른 한 사람은 여권으로 경력이 극명하게 대비된다. 그런 두 사람이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둘러싸고 정면충돌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한 위원장이 ‘이승만=국부(國父)’라는 시각을 가진 반면 김 위원장은 ‘이승만= 민주주의 파괴자’라고 규정했다. 두 사람의 성향과 출신을 감안하면 귀를 의심할만한 역설적인 발언이다. 한 위원장이 지난 14일 4·19 민주묘지를 참배하면서 “어느 나라든 나라를 세운 분을 ‘국부’라고 부른다. 우리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국부론을 꺼낸 게 발단이다. 그러자 더민주의 김종인 위원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은 3선 개헌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한 사람”이라며 “맹목적으로 국부로 볼 수 없다”고 한 위원장을 정면 비판했다. 진보의 한 위원장이 이 전 대통령을 옹호한 반면, 보수인 김 위원장이 이 전 대통령을 부정한 것이다.
그러자 한 위원장은 18일 김종인 위원장을 향해 “가장 많은 정권에 참여한 기록을 갖고 있는 김종인 위원장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국보위에 참여했던 분으로서 다른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해주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호남 입장에서 광주학살 책임자인 전두환 밑에서 국보위원으로 활동한 김 위원장을 자극한 것이다. 그러면서 “국민의당은 이승만 초대 대통령 위상 정립이 국가 정체성 확립에 중요한 과제라고 보고 국민 통합의 관점에서 협력과 화해의 길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국민통합’의 관점에서 ‘이승만=국보론’을 고수할 것임을 시사했다.
새누리당도 김종인 위원장에 대한 공세에 가세했다. 이노근 의원은 “김 위원장은 동화은행 사건으로 구속됐었고, 전두환 정권 때는 국보위에 참여한 전력도 있다”며 “자기 도덕성에 첨예한 고백을 하고 정치를 시작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 “김 위원장은 4차례나 집권 여당에서만 비례대표나 장관, 수석 등을 했다”고 전력을 꼬집었다. 하태경 의원도 “김 위원장은 국민 통합의 불씨를 살리는 게 아니라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한 위원장이 대인배 정치를 하고 있다면 김 위원장은 국민 분열, 소인배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힐난했다.
2014년 9월,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를 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임하려 했으나 이 교수의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 경력을 문제 삼아 노영민, 진성준 등 친노·486 의원 54명이 반대 성명을 내 이 교수 영입은 무산됐다. 김종인 위원장은 이상돈 교수와 함께 새누리당 비대위원과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지냈다. 그런데 이 교수를 결사반대했던 친노·486이 쌍수를 들어 김종인 위원장을 환영했다. 정청래 의원은 “경제민주화님 환영합니다”라고 했다.
김종인 위원장은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과 함께 ‘안철수 멘토’였다. 그러다 김 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을 도왔고, 윤 전 장관은 안철수 의원을 도왔다. 그러다 두 사람 모두 안철수와 결별했다. 그랬던 두 사람이 총선을 앞두고 한 사람은 문재인, 다른 한 사람은 안철수의 손을 잡았다.
두 사람 모두 전두환 시절 정치를 시작한 인물이다. 두 사람의 가족들은 두 사람의 정치행보에 대해 무슨 얘기를 할지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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