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덫에 걸린 국회선진화법
  • 한동윤
내 덫에 걸린 국회선진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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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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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들이 반대했지만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찬성”

[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국회선진화법’은 말 그대로라면 좋은 법이다. 다수당이 수(數)를 앞세워 국회에서 독주하지 못하도록 제동장치를 마련한 것은 입법부를 선진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에서 출발한 법이다. 국회선진화법을 비판하려면 법 운용의 잘못과 법 자체의 장점을 구분해야 한다.
 국회선진화법이 없었던 18대 국회는 ‘동물국회’였다. 본회의장에 쇠망치가 난무하고 소화기가 분사됐는가 하면, 통진당 의원이 최루탄을 터뜨린 국회가 바로 동물국회다. 야당 의원의 ‘공중부양 쇼’도 목도했다. 국회선진화법이 통과된 19대 국회에서는 ‘동물’의 모습은 사라졌다. ‘다수결’에 의한 안건처리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여당이 무리할 수도 없고, 야당은 악을 쓰며 몸싸움을 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동물국회가 ‘식물국회’로 변신했다.
 국회가 조용해진 대신 민생은 멍들었다. 야당이 국회선진화법을 앞세워 정부 여당의 각종 법안을 국회에 계류시키고, 툭 하면 법안에 다른 안건을 끼워 넣어 ‘혹’을 붙이는 바람에 원래의 법안 의도를 왜곡시키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민연금 개혁안에 ‘국회법개정안’을 연계시켜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소동을 빚은 게 대표적이다. 지금도 더불어민주당은 북한인권법 등을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해놓고 국회의원선거구 조정을 연계시키고 있다. 이 모두 국회선진화법 때문이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국회선진화법이 다른 나라에 유례없는 훌륭한 법이라는 점이다.
 더 분명한 것은 국회선진화법이 야당의 정략(政略) 때문에 헌정사상 최악의 법이라는 오명(汚名)을 뒤집어썼다는 사실이다. 다수의 횡포를 막으면서도 소수의 절제가 융화됐다면 우리나라는 국회선진화를 이룬 세계 최고의 민주국가로 자리매김했을지 모른다. 지금은 부질없는 꿈에 불과했지만.

 4년 전 새누리당이 국회선진화법에 찬성한 것은 그 같은 기대 때문이었을 것이다. 당시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찬성한 것도 마찬가지다. 어느 당이 여당이 되고 야당이 되는 것을 떠나 ‘국회선진화’라는 명제에 반대할 명분도 없었다. 그런데 그 국회선진화법을 둘러싸고 새누리당이 자중지난(自中之亂)에 빠졌다. 김무성 대표가 뜬금없이 ‘박근혜 책임론’을 들고나온 탓이다.
 김 대표는 지난 26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중장기 경제어젠다 추진 전략회의’에 참석, 마무리 발언에서 정부·여당의 핵심 경제활성화법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19대 국회에 장기간 계류 중인 이유로 선진화법을 악용한 야당의 ‘발목잡기’를 지적하면서 “더 큰 문제는 왜 그런 망국법이 국회에서 통과됐느냐는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거의 많은 의원들이 반대했지만 당시 ‘권력자’가 찬성으로 돌아서자 반대하던 의원들도 찬성으로 돌아서 버렸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권력자’를 누구라고 특정하지 않았으나,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당을 이끌던 박근혜 대통령을 지칭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선진화법을 내세워 국회를 마비시킨 야당을 비난해도 모자랄 판에 여당의 상징인 대통령에 책임을 떠넘긴 격이다.
 그러자 친박이 들고 일어났다. 국회선진화법의 ‘악폐’를 적시하고 그 법을 개정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 그만이지 선진화법의 태생까지 거슬러 올라가 자책골을 터뜨려 분란을 조장했다는 것이다. 걸핏하면 터져 나오는 김무성 대표의 ‘불뚝기질’이 또다시 사고를 친 셈이다. 교사가 제자에게 “착한 사람이 되어라”고 가르쳤고 그 제자가 사회에 나가 좋은 일을 하다 깡패에게 걸려 폭행을 당했다고 “착한 사람이 되거라”고 가르친 스승이 잘못 가르쳤다고 비난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물론 김 대표는 국회선진화법을 앞세워 국회를 마비시킨 야당을 비난하는 가운데 ‘권력자’를 언급했다. 그의 발언은 “선진화법을 꼭 고치겠다”는 데 방점이 찍혀있긴 하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당시 ‘대통령’도 아니었다. 4년 전 한나라당이 무너지기 시작하자 비대위원장을 맡아 결연한 자세로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꾸고 국민심판을 받겠다고 나섰던 입장이었다. ‘권력자’가 아니라 국민의 선택을 기다리는 초조한 입장이었다. 그런 박 비대위원장을 ‘권력자’라고 부른 김 대표의 인식이 큰 걱정이다. 왜 친박-비박 싸움이 그치지 않는지 알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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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gtbuljhuyg 2016-02-03 12:53:50
자기들이 우겨서 만들어논 선진화법이 그렇게 안좋은거 라면
20대에 고치면 될것이지 또 날치기 하려고 꼼수 부리는
새누리당이 꼴불견 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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