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상병수당’ 시범사업의 의미
  • 모용복선임기자
포항시 ‘상병수당’ 시범사업의 의미
  • 모용복선임기자
  • 승인 2022.0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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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풍경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개근맨들이 환영받던 시대서
아프면 그냥 쉬는 문화 정착
포항시 대구경북서 유일하게
내달 상병수당시범사업 시행
시민 건강 돌보고 삶에 도움
복지사회 앞당기는 계기되길
모용복선임기자.
한 때는 죽기살기로 일하는 게 미덕인 때가 있었다.

아파도, 일이 있어도 하루도 안 빠지고 꼬박꼬박 출근하는 ‘개근(皆勤)맨’들이 환영을 받고 승진을 했다.

홍수가 지고 폭설이 내려도 먼 길을 걸어 학교는 반드시 가야 했다.

비록 공부를 잘해 우등상은 못 탈 지언정 개근상과 노트 몇 권을 어머니 앞에 내놓으면 자랑스러운 아들이었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성실과 근면을 최고의 덕목으로 알고 쉬지 않고 일하도록 교육받아 왔다.

‘호랑이 담배 필 적 얘기’ 같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러한 관념이 우리 일상을 지배했다.

하지만 3년 전,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의 가치관과 일상 풍속도를 깡그리 뒤집어 놓고 말았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아프면 그냥 쉬세요’라는 말이다.

더이상 ‘아프다고 쉬면 상사의 눈 밖에 나지나 않을까’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됐다.

회사에서도 아픈 직원이 출근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자칫 무리를 해가며 출근했다가 다른 직원들에게 병이라도 퍼트리면 낭패를 당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국가에서도 아픈 사람에게 피해를 입지 않고 쉴 권리를 주기 위해 대책을 마련했다.

이른바 ‘상병수당(傷病手當)’이라는 제도다.

무슨 군대 용어 같지만 부상이나 질병으로 일을 하지 못하는 근로자에게 소득 일부를 국가가 보전해주는 것을 말한다.

1999년 국민건강보험 제정 때 상병수당에 대한 급여를 실시할 수 있도록 명시했지만 시행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코로나19 환란을 겪으면서 질병확산을 막고 아픈 근로자들의 소득 보전을 위해 상병수당 도입에 나선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3월까지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상병수당 시범사업 1단계 공모를 실시했다.

참여한 지자체는 모두 63개였으며, 포항을 비롯해 6개 지자체가 최종 선정됐다.

포항시가 10대 1이 넘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대구·경북에서 유일하게 시범사업지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이는 관계 공무원들의 철저한 준비와 기업체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이뤄낸 성과임은 말할 것도 없다.

포항시는 다음달 4일 시행되는 시범사업을 앞두고 철저한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5월 11일 상병수당 시범사업에 의료기관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지역 종합병원, 의료기관 관계자와 간담회를 갖고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이어 이달 16일에는 포항시를 비롯해 운영자·노동자·사용자·의료계 대표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협약식을 갖고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한 협력체계 구축에 뜻을 모았다.

이강덕 포항시장도 최근 지역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상병수당 시범사업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 언론에서 적극 홍보해 줄 것을 당부했다.

상병수당 도입은 그동안 아파도 소처럼 우직하게 일하던 시대와의 단절이며, 시범사업은 그 첫걸음이다.

1단계 시범사업을 1년간 진행한 후 그 결과를 토대로 내년 7월 2단계, 그 다음 3단계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1단계는 120일간 하루 4만여 원까지만 지급 가능하지만 2단계부터는 소득 기여액을 감안한 지급방식을 도입할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아파서 쉬어도 건강을 회복하는 기간 동안 생활을 하는데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서민들이 질병과 부상으로 인한 근로소득 상실로 빈곤으로 전락하고, 이는 다시 건강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차단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기업유치, 녹색도시 조성, 해양관광, 문화예술 분야 등 그동안 포항시가 이뤄낸 사업 성과는 적지 않다.

하지만 시민들의 아픔을 돌보고 건강과 삶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상병수당 도입은 복지사회로 가는 일대 전환점이라는 데 더욱 큰 의미가 있다.

상병수당 시범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통해 시민들이 근로 걱정 없이 쉬면서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길 기대한다. 모용복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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