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최고의 뿌리 기술이 전혀 없다는 사실은 국민의힘 구자근 국회의원(경북 구미시갑)이 국정감사를 위해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산기평)으로부터 받은 ‘2022년 뿌리산업 기술 수준 추가 조사’(2022.6)자료를 통해 밝혀졌다. 참으로 허탈한 대목은 2021년 0.7년이던 한국과 일본과의 기술격차가 1년 사이에 오히려 0.6년이나 더 뒤처진 1.3년까지 벌어졌다는 부분이다.
뿌리산업은 자동차·조선·생활가전·로봇 등 우리 주력산업과 신산업 제품의 근간이 되는 핵심적인 차세대 공정 기술이다. 산기평의 평가 결과 최고기술국인 일본을 100점으로 삼을 때 미국은 99.3, 유럽 97.0, 한국 89.0, 중국 81.4 순으로 평가됐다. 한국의 기술 수준이 특히 낮은 하위 3개 분야는 로봇(83.2%), 산업지능형 소프트웨어(82.8%), 센서(80.9%) 등으로 조사됐다.
우리 뿌리산업의 맹점은 고령화·저숙련 현상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뿌리산업의 20대 이하 청년 인력은 10.3%(5만2126명), 50대 이상 인력은 24.8%(12만5165명)로서 2.4배나 차이가 난다. 뿌리산업의 석·박사급 인력도 고작 1.0%(4만3241명)로 기술혁신을 이끌 고급인력이 타 산업에 비해 현저히 낮다. 청년 인재를 끌어올 강력한 인센티브 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실린다.
문재인 정부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대응책으로 뿌리산업에 대대적인 예산을 투입해 육성하겠다고 홍보해왔지만,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지난해 기준 뿌리산업 경쟁력 강화지원금은 429개 사에 138억9000만 원으로서 기업당 겨우 3000만 원 수준이다. 당랑거사(螳螂居士) 정치 선동 행각의 후과치고는 참담하다.
전문가들은 산·학·관·연이 협력하여 뿌리산업 관련 교육·훈련과정을 개발하고 뿌리 기술 전문교육을 실시하는 일이 급선무라고 말한다. 정치권이 각성하고 나서야 한다. 뿌리산업, 뿌리 기술 진흥을 위한 전력투구가 절박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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